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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성낙인 한국일보 칼럼 논란

‘국민들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하자’. 2일 한국일보에 실린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의 칼럼 제목이다. 끝까지 특정하지 않지만 누구를 용서하고 아량을 베풀자는 것인지는 칼럼을 몇 줄 읽지 않아도 금방 드러난다.

성 전 총장은 ‘잦은 탄핵소추 발의로 국정운영 발목을 잡았다’며 주로 야당에 12·3 비상계엄 촉발 책임을 물었다. “국가를 나락으로 내몬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도 했다. ‘헌법학’까지 펴낸 헌법학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그 대리인단의 내란 합리화 주장을 그대로 복창한 것이다. 총선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한 대통령이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은 데는 이유가 있다는, 전두환 신군부 시절 어용학자 태도와 판박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서울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성 전 총장의 주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대통령은 즉각 응하였다. 그런 점에서 내란은 미수에 그친 셈이다. 그러니 탄핵 기각 또는 각하도 얼마든지 논리 전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계엄 해제는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체포가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 해산 뒤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획책하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친위 쿠데타를 지휘한 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 계엄 해제 요구에 즉각 응했다’는 낯 뜨거운 칭송은, 12·3 비상계엄 당시 뜬 눈으로 국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민들을 아연하게 한다.

“계엄 해제 요구에 즉각 응했으니 내란은 미수에 그쳤다”는 주장은 법학자로서 자질까지 의심케 한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는 윤 대통령 주장을 헌법학자 권위를 빌어 교묘하게 포장한 셈인데, 형법 제89조는 내란죄는 미수도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무장한 군 병력을 투입해 체포 작전을 실행하는 등 내란 기수범 증거들이 이미 드러났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실패한 쿠데타는 항상 그 목적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기수범으로 처벌된다”고 설명한다.

성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병력을 동원한 비상계엄은 외견상 위헌 소지가 크다”며 탄핵 인용 가능성을 전제로도 칼럼 일부를 채우기도 했다. 그러나 “탄핵이 인용되면 정치적 대타협을 통해서 지난 수년간 켜켜이 사법의 장으로 내몰린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 문제를 모두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에 대한 ‘통 큰 사면’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전 서울대 총장이자 헌법학자로 권위를 인정받는 그가 계엄 사태의 전말을 모르고 이런 칼럼을 썼을 리 없다. 그러니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Woe unto you Lawyers!)’(프레드 로델)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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