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달 25일 밤 경북 영덕까지 번진 산불에
주민 수십 명 대피시켜… “다친 분 없어 다행”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41)가 지난달 31일 산불이 휩쓸고 지니간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 3리에서 엿새 전 구조 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수기안토는 지난달 25일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된 산불이 마을을 덮친 상황에서 주민 수십 명을 업고 마을 방파제로 대피시켰다. 영덕=뉴스1


법무부가 경북 영덕군 산불 당시 주민 대피를 도운 인도네시아 출신 선원 수기안토(41)에게 장기거주(F-2) 자격 부여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장기거주 자격은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를 했거나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다.

수기안토는 지난달 25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자신의 거주 지역인 영덕군 해안마을로까지 번지자, 마을어촌계장 유명신씨와 함께 한밤중 주민 대피에 적극 나섰다. 두 사람은 몸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집집마다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8년 전 취업 비자로 입국해 한국말로 주민들과 소통해 온 수기안토는 큰 소리로 "할머니, 산에 불이 났어요. 빨리 대피해야 해요"라고 외치며 잠이 든 주민들을 깨웠다. 하지만 해안 비탈길에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특성상 노약자들이 빠르게 대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수기안토와 유씨는 주민들을 업고 약 300m 정도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무작정 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기안토가 거주하는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에는 약 80가구, 6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의 도움으로 주민들은 모두 방파제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90대인 한 마을 주민은 "(수기안토가) 없었다면 우린 다 죽었을 것"이라며 "TV를 보다가 잠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어나 문 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 있었고 등에 업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훌륭하고 믿음직한 청년과 함께 일하며 계속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수기안토는 고국 인도네시아에 다섯 살 아들과 부인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너무 좋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가족 같다"며 "3년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향에 있는 아내로부터 자랑스럽다는 전화를 받았다. 산불로 다친 사람이 없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783 "내가 다 알려줬잖아"…'관세 전쟁' 폭락장 속 '나홀로' 18억 번 투자의 귀재 랭크뉴스 2025.04.09
45782 “무서운 암, 이렇게 살아야 삽니다” 美서 나온 생존 비결 랭크뉴스 2025.04.09
45781 韓대행, 美상호관세에 "맞대응 않고 협상할 것"…CNN 인터뷰(종합2보) 랭크뉴스 2025.04.09
45780 한덕수-트럼프 28분 첫 통화…관세·방위비 '원스톱 협상' 예고 랭크뉴스 2025.04.09
45779 미국 증시는 역대 최대 등락…10분간 3500조 출렁 랭크뉴스 2025.04.09
45778 6·3 대선일 확정‥인수위 없이 다음날 곧바로 취임 랭크뉴스 2025.04.09
45777 한덕수-트럼프 첫 통화…“조선·LNG·무역균형 협력 논의” 랭크뉴스 2025.04.09
45776 '6·3 대선' 확정에 잠룡들 잇따른 출사표…56일간 레이스 개막 랭크뉴스 2025.04.09
45775 ‘괴물 산불’ 국립공원에도 최악 상흔… 공단 헬기는 고작 1대 뿐 랭크뉴스 2025.04.09
45774 누구와 붙어도 이기는 李, 무당층 표심은 밀린다 랭크뉴스 2025.04.09
45773 너도 가담했지? [그림판] 랭크뉴스 2025.04.09
45772 쿠팡은 로켓 성장하는데… 마트 “의무휴업 족쇄 더 죄나” 한숨 랭크뉴스 2025.04.09
45771 한덕수, CNN 인터뷰서 "美관세에 반발하는 선택 안해" 랭크뉴스 2025.04.09
45770 ‘한덕수 대선 차출’ 명분 쌓기?...‘월권’ 배경 놓고 추측 난무 랭크뉴스 2025.04.09
45769 중국 “끝까지 가보자”…트럼프에 맞설 ‘반격 카드’ 준비하나 랭크뉴스 2025.04.09
45768 김문수 “윤과 소통 없었다” 장관직 사퇴…9일 공식 출마 선언 랭크뉴스 2025.04.09
45767 한덕수, 미국 관세 부과에 “맞서지 않고 협상할 것” 랭크뉴스 2025.04.09
45766 [관가뒷담] 반덤핑 관세 부과액 ‘집계 불가’라던 무역 당국… “해보니까 되네요” 랭크뉴스 2025.04.09
45765 백악관 “트럼프, 무역 협상서 韓日 같은 동맹 우선하라고 지시” 랭크뉴스 2025.04.09
45764 트럼프 “韓 군사보호 대가 논의”…'원스톱' 패키지딜 제안(종합) 랭크뉴스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