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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강진 현장 가다③]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건물이 붕괴됐다. 이도성 특파원
절규와 아우성은 밤과 함께 잦아들었다. 하단부가 주저앉은 만달레이의 12층 높이 고급 아파트 ‘스카이 빌라’는 6개층만 지상에 잔해를 내밀고 있었다. 지진 직후 주민 90여명이 갇혀 있던 곳이다.

스카이 빌라 주민들에 대한 구조는 재난 구조의 ‘골든타임’(72시간)인 지난달 31일 오후 1시(현지시간)를 지나기 전에 멈춰섰다. 주민 테수산디 쨔우는 “구조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 임차비가 너무 비쌌다. 사람 1명을 구하는데 무려 100만 짜트(약 70만원)이나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당 연간 소득이 1000달러(약 147만원)를 겨우 넘는 미얀마인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1일 오전 8시 기자가 찾은 스카이 빌라에는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바로 옆에 소방차가 무료한 듯 정차해 있었다. 시취(屍臭)와 태양의 열기, 끈적한 습기가 뒤섞인 공기를 배경으로 군인 2명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검문했다. 거대한 지진의 충격은 완만하게 흘러가는 남국(南國)의 시간에 흡수되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마을길을 따라 이어지는 수로에서 물을 길어 몸을 씻고, 태양 전지판을 가진 이웃집에 들러 휴대전화를 충전했다. 잔해를 파헤치던 손길 역시 둔해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는 현지 인부들. 사진 조성현 만달레이 한인회장
조성현 만달레이 한인회장은 “여진이 무서운 법인데,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사람들이 마구 들어간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1993년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 페리호 참사의 생존자다. 지난달 28일 강진이 덮쳤을 당시 “미얀마를 지켜달라”고 기도할 만큼 미얀마인에게 애정이 깊다.

1일(현지시간) 만달레이에서 강진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여진의 두려움에 거리에 모여 지내고 있다. 사진 위문희 기자
뚱베인(삼륜차)을 타고 폐허가 된 시내를 돌아다녔지만 정부나 군이 파견한 구조대가 조직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기계 장비는 1시간 동안 포크레인 서너 대를 본 게 전부였다. 한 주민은 “정부에서 지진 때문에 물도 없고 전기도 없으니까 외국의 구조대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돈다”고 했다. 대만이 구조대를 보내려다가 무산된 게 소문처럼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우호 관계인 군정이 대만의 지원을 일부러 거절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만달레이의 호텔과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중국 구조대가 생존자들을 구조했다는 보도가 중국 언론발로 나오지만, 현지 교민은 “중국 구조대가 간 곳은 주로 중국 자본이 들어갔거나 중국인이 숙박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붕괴 현장에선 청년들 역시 드물었다. 젊은이들은 잔해를 파헤치다가도 자취를 감춰버린다. 군정이 지난해 2월 징병제를 실시한 이후 납치하듯이 남자들을 끌고 가간다는 소문도 돌았다.

오랜 기간 군부 통치를 겪던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2020년 11월 총선 승리로 민주화를 이루는 듯했다. 그러나 군부는 이듬해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뒤엎었다. 이 때문에 군정에 대한 반감이 미얀마 사회 저변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특히 이번 지진 피해를 입은 만달레이는 2007년 승려들과 함께 군정에 반대하는 ‘사프란 혁명’(승복의 사프란색에 빗댄 용어)을 일으킨 적도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만달레이 근처 아마라푸라 마을에서 강진으로 사망한 주민들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 조성현 만달레이 한인회장

만달레이보다 더 참혹한 곳은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사가잉이다. 사가잉은 이번 7.7 규모 강진의 진앙지였다. 그러나 군정은 반군이 장악한 도시라는 이유로 지원을 원천 차단 중이다. 그리고는 오히려 반군의 휴전 제안을 무시하고 폭격했다. 사가잉에선 넘쳐나는 시신 때문에 악취가 진동을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와 사가잉 사이 이라와디 강을 가로지르는 아바대교가 교각만 남긴 채 무너져내렸다. 이도성 특파원
미얀마 군정은 1일 지진에 따른 사망자는 2719명, 부상자는 4521명으로 집계했다. 실종자는 4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소수민족 반군 중 하나인 카렌민족연합은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도 군부는 민간인 거주 지역을 표적으로 공습하고 있다”고 비난 성명을 냈다.

최악의 사태에도 미얀마인들이 버텨낼 수 있는 건 서로의 온기 때문이다. 다시 문을 연 편의점은 물건 가격을 지진 이전처럼 받았다. 사재기 현상도 없었다. 한 식당 앞에서는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 목격됐다. 앞자락에서 식당 종업원들이 무료로 주민들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고 있었다. 30대 여사장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의 한 식당에서 매일 도시락 600개를 나눠주고 있다. 도시락을 받기 위해 식당에 몰린 사람들. 이도성 특파원
미얀마에 구조단을 파견한 희망친구 기아대책 미얀마지부 관계자는 “여진이 거의 4시간마다 이어진다”며 “물과 먹을 것, 매트리스, 모기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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