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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월18일 국무회의에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희용 | 언론인

대통령 탄핵 사태가 의외로 길어지면서 국가의 행정 기능이 괴사할 조짐을 보인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간부나 직원들은 일손을 놓다시피한 채 눈치만 보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공직 사회에서 유일하게 부지런히 챙기는 일이 ‘알박기’ 인사라고 한다. 온 국민의 눈이 온통 헌법재판소에 쏠린 시기를 틈타 부적격 인물을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리꽂고 측근이나 충성파 직원을 무리하게 승진·영전 발령하는 것이다. 그나마 임원 선임이나 보직 임명은 영향이 단기적이지만 직급별 정원이 엄격하게 제한된 마당에 특정인을 승진시키면 여파가 퇴직 때까지 간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3월26일 자신과 가까운 사이인 신동호 전 문화방송(MBC) 아나운서국장을 교육방송(EBS) 사장에 앉혔다. 신 사장의 전문성 부족과 당적 보유 기간 논란, 자신과의 이해충돌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인 것은 부적절하고 부도덕하다. 비난 여론을 줄이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고일에 맞춰 발표한 건 교활하다. 더욱이 2주 전 대법원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을 확인했음에도 똑같은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불의하고 무모하다.

김유열 전 교육방송 사장은 신임 사장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임명 무효 소송을 법원에 냈다.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방송(KBS) 이사들과 달리 교육방송 사장은 방문진 이사처럼 방통위 의결을 거쳐 방통위원장이 임명하므로 해당 판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 위원장은 지난 3월21일 페이스북에서 “6개월 탄핵 기간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많은 것이 이제 법으로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구나’라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세태를 아쉬워하면서 정작 자신도 교육방송 임직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탄핵심판을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2인 체제를 만들어놓고도 2인 체제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는 이재명 대표에게 공개 질의를 보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직무유기 현행범이라고 말한 논리대로라면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 대표도 직무유기 현행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 권한쟁의심판 결정이 나온 뒤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이행하지 않은 것과 방통위 상임위원 국회 추천을 미루는 것을 같은 잣대로 잴 수는 없다.

또 방통위 2인 체제는 윤 대통령이 야당 추천 최민희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따지려면 먼저 대통령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당도 책임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 전횡을 막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위원장의 교육방송 사장 임명은 “방통위가 저렇듯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에 나서는데 국회 추천으로 합법성의 날개를 달아줄 수는 없지 않으냐”는 핑곗거리를 더한 셈이다.

이 위원장은 “2인 체제가 위법이라고 탄핵소추했는데 헌재에서 기각했으니 같은 사안으로 다시 탄핵소추할 수는 없다”며 2인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의견은 4대 4로 팽팽히 갈렸고, 대법원은 이후에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경고를 받았으면 자숙할 줄 알아야 한다. 방통위는 2인 체제가 하면 안 되는 일에 매달려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보수 여전사’라는 칭호가 자랑스러운가. 보수는 전통을 존중하고 안정과 질서를 추구한다. 법원 결정에 승복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보수의 가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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