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국기.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1일(현지시각) 수명을 다한 폐자동차(ELV)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15년 이상 담합한 자동차 제조사 15곳에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집행위)는 유럽자동차제조자협회(ACEA)와 베엠베(BMW), 포드 등 15개 제조사에 담합 행위로 4억 5800만유로(약 7287억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명단엔 현대차·기아도 포함돼 1195만유로(약 191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노후화와 손상 등으로 수명이 다한 폐자동차는 재활용 처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조사를 진행한 집행위원회는 이들 협회와 자동차 업체가 2002∼2017년 최대 15년 이상 반경쟁적 계약을 체결하고 재활용 비용 부담을 피하려 하는 등의 공모 행위를 발견했다. 현대차·기아는 2006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행위는 제조업체들이 폐자동차의 재활용 가능성이나, 신차에 재활용 재료가 얼마나 사용되었는지 등은 광고하지 않기로 담합했다고 봤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재활용 관련 정보를 고려하지 못하도록 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 폐자동차 재활용을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간주해 그 처리 비용을 자동차 해체업체에 주지 않기로 했다. 유럽연합 현행법상 자동차 제조업체는 필요한 경우 차량 재활용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차주는 해체업자에게 차량을 무료로 처분할 수 있다. 제조사들은 해체업체와의 개별 계약과 관련해 상업적으로 민감한 정보들을 공유해 해체업체에 대한 대응 방식도 함께 조율했다.
폭스바겐은 1억2770만유로(약 2031억원)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내게 됐다. 르노/닛산(8146만유로·약 1295억원),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지프 등 12개 자동차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텔란티스(7493만유로·약 1189억원)가 뒤를 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담합을 자진 신고해 유일하게 과징금 전액을 감면 받았다. 스텔란티스와 미쓰비시, 포드는 집행위 조사에 협력한 점이 인정돼 20∼50% 가량 감면 혜택을 받았다.
테레사 리베라 유럽연합 청정·공정·경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어떤 종류의 담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부문에서의 고품질 재활용은 폐기물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생산 비용을 낮추고 유럽의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만드는 순환 경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집행위와 비슷한 조사를 진행했던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이날 유사한 담합 행위로 10개 자동차 제조업체와 무역 단체 두 곳에 모두 7769만파운드(약 148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 대상은 베엠베(BMW), 포드, 재규어 랜드로버, 푸조 시트로엥, 미쓰비시, 닛산, 르노, 도요타, 복스홀, 폭스바겐 등이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