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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지난달 26일 오후부터 27일 새벽 사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지리산과 민가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고성능 산불진화차와 연결된 호스로 불길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 산림청
“사흘 동안 헬기가 수십만L(리터) 물을 퍼부어도 못 끈 지점도 하루 만에 잡았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 박준호(44) 대원이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20년차 산불 진화 베테랑인 박 대원은 “고성능 산불진화차 등을 통한 지상 진화가 없었다면 (산불이) 더 길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선 헬기를 통한 ‘공중전’ 만큼 고성능 산불진화차를 활용한 ‘지상전’ 효과가 컸단 의미다.

산청·하동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과 산림청·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산불 현장에선 ‘산불 진화 주역은 헬기’라는 기존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한다. 최대 40대가 넘는 헬기를 투입한 날도 있었지만, 진화 작업은 ‘장기전’으로 갔다.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 끝에 큰 불이 잡혔다. 213시간 여 만이다. 산청·하동 산불은 역대 두 번째 긴 산불(주불 진화 기준)로 기록됐다.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시 산불 현장에서 고성능 산불진화차를 이용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산림청


헬기도 못 뚫은 ‘고어텍스 낙엽’…고성능 진화차가 잡았다
특히 구곡산(961m)에서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권역의 불길이 애를 먹였다. 이 일대에 최대 1m 높이로 쌓인 낙엽 더미는 헬기가 쏟아낸 물 폭탄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낙엽이 물 흡수를 막는 ‘고어텍스’ 역할을 한 것이다. 물은 깊숙이 스며들지 못하고 고온·건조한 날씨에 금세 증발했다. 이 때문에 낙엽 속 숨은 불씨는 헬기 진화 때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바람이 불면 되살아나길 반복했다. ‘좀비 불씨’라고 불린 이유다

연무(煙霧)·운무(煙霧) 탓에 헬기 투입에 제약도 있었다. 연기와 안개가 많이 껴 일출과 동시에 헬기가 뜨지 못한 적도 있었다. 담수량이 5000L인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올 것으로 기대됐던 지난달 27일에도 비구름이 낮게 깔리는 등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에야 투입됐다. 헬기가 주로 뜨는 낮에는 불씨가 연무와 빽빽한 숲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공중에서 화점(火點)에 정확히 물을 투하하기 어려웠단 말이다.
지난달 26일 불길이 번진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구역 부근에서 발겨된 지중화. 지중화는 두꺼운 낙엽 더미 속에 숨어 있어 발견과 완진이 어렵고, 바람을 만나면 다시 삼림을 태우는 산불로 되살아나 '좀비 불씨'라고도 불린다. 사진 산림청

이때 박 대원 등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그리고 고성능 진화차가 불길을 잡았다. 불길이 눈에 잘 띄는 야간에 지리산 권역 곳곳에 숨은 ‘좀비 불씨’를 직접 찾아가 껐다.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 아래 4.5㎞ 지점까지 화마(火魔)가 접근, 산림 당국의 애간장을 녹인 지리산국립공원 내부 불길도 마찬가지였다. 국립공원 내부 약 130㏊가 불탔지만, 천왕봉은 지켜냈다.



고성능 진화차, 대형산불 터진 경·남북 누벼
산림청은 이번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남·북 지역에 보유한 고성능 진화차 29대를 모두 투입, 헬기 진화가 어려운 산불 현장에서 지상전을 펼쳤다. 고성능 진화차는 물탱크 용량이 3500L로, 일반 산불진화차(800~1200L)의 3~4배 수준이다. 산림청 주력 헬기 ‘까모프’의 담수 용량(3000L)보다 크다.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시 산불 현장에서 투입된 고성능 산불진화차 모습. 사진 산림청
또 고성능 진화차는 일반 진화차가 사용하는 13㎜ 호스보다 2~3배 두꺼운 25·40㎜ 호스를 사용, 많은 양의 물을 한 번에 쏠 수 있다. 30m 길이 호스를 연이어 연결, 최대 약 2㎞ 거리까지 이동하며 진화할 수 있다. 박 대원은 “똑같은 불도 13㎜ 호스로는 5분 동안 뿌려야 하는 걸, 25㎜ 호스는 쏘는 순간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산림청 “3대 추가 제작 중…매뉴얼 제작·교육도 진행”
고성능 진화차는 2023년부터 도입됐다. 그해 3대로, 2027년까지 32대 확보가 목표였다. 그런데 고성능 진화차가 첫 투입된 경남 합천 산불 현장 등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확인한 산림청은 추가 도입에 속도를 냈다. 당초 목표보다 빠른 올해 안에 3대 더 늘려 32대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독일 벤츠사가 제작한 고성능 진화차는 한 대당 7억5000만원이다.

산림청은 고성능 진화차 매뉴얼을 확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운용 교육에도 신경 쓰고 있다. 매뉴얼 제작 등을 담당한 박 대원은 “지난해 6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교육했다”며 “우거진 산속에서 25㎜ 호스를 전개하고 회수하는 것부터 진화 전술까지 전달한 덕분에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처음 만난 대원들끼리도 손발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2023년 경남 합천군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처음 투입된 고성능 산불진화차. 사진 산림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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