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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자녀안심국민재단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까지 남은 시간 안에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 사회 각계각층 지도자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더 이상의 유혈 사태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오는 4일로 예고된 가운데 성낙인(75) 전 서울대 총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혈 사태’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탄핵 찬성·반대로 갈기갈기 찢어진 형국이다”며 “지금처럼 찬반 여론이 폭발적으로 맞서는 상황에선 정치인을 비롯해 학계·종교계 등에서 국가 원로들이 적극 승복 선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2018년 제26대 서울대 총장으로 재임한 그는 25년간 25판을 발행한 『헌법학』의 저자다. 국내 헌법학계의 권위자로 통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2017년 3월 10일 오후 탄핵 반대 시위대가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Q :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양쪽 모두에서 불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윤 대통령 구속 때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재현도 우려된다.

A :
이번 탄핵 국면에서 대한민국은 대통령 찬성‧반대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1987년 마지막 헌법 개정 뒤 이뤄진 네 차례 정권 교체 과정에서 보수·진보 양측 진영에 쌓였던 갈등이 총체적으로 분출된 것이다.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정권 교체된 쪽에서 온갖 권력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일에는 반대 여론이 지금보다 약했는데도 사망자가 4명이나 나왔다. 이번 탄핵 선고 땐 유혈 사태나 폭동적인 상황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탄핵 찬성·반대 모두 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 아닌가. 나라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나랏일 때문에 선량한 시민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Q : 이런 사태 방지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일까.

A :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지도자가 나서서 탄핵에 승복할 것이라는 선언을 결정까지 남은 시간 안에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지금처럼 탄핵 찬반 여론이 폭발적으로 맞서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치 지도자가 한마디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 종교계 최고 지도자들을 비롯한 국가 원로들도 적극적으로 승복 선언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Q : 불복하는 게 ‘국민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A :
국민저항권은 헌법상 제도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때, 주권자인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최후의 무기다. 윤 대통령 탄핵의 경우 국민이 인준한 헌법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헌재가 결정한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헌재가 헌법상 제도와 절차에 따라 내린 결론을 반대하는 것은 내란 선동 행위지, 결코 저항권일 수 없다.

Q : 헌재 결정 뒤에도 야당 줄탄핵, 대통령 계엄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 :
1987년 개정된 헌법 체제가 이제는 끝났다는 뜻이다. 30년 전 현행 헌법상 대통령, 총리, 국회 다수파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구현 가능한 헌정실제를 6개 모델로 소개한 적이 있다. 가설로 뒀던 마지막 6번째는 단일 야당이 국회의 다수가 된 경우다. 이 가설이 지난해 현실화했다. 만약 여기에 적응했다면 87년 헌법 체제가 생명력을 이어갔겠지만, 여야 모두 여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 뒤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으니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헌법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권력을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으로 가야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 오른쪽은 자유통일당 탄핵 반대 집회. 연합뉴스


Q : 개헌은 어떤 방향으로 돼야 하나.

A :
경우의 수를 탄핵심판 인용과 기각으로 나눠보자. 만약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대통령은 그날로 파면되고 60일 이내 대통령선거를 해야 한다. 그 기간 여야 지도자가 새로운 공화국 헌법을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국민이 의원내각제를 원하면 대통령직선제가 없어지겠지만, 국민은 여전히 직선제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권력 분산적 대통령제 또는 이원정부제(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결합)가 있다. 이원정부제는 의회의 다수파로부터 지지를 받는 내각의 형태다. 국회에 내각 불신임권을 주는 식으로 야당의 독주를 막는 것이다. 기각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여야 수뇌부가 즉각 만나서 올해 안에 개헌하기로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내전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Q : 경찰‧검찰‧공수처 등 법 집행기관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문제다.

A :
나라 전체가 보수 아니면 진보로 나뉘었다. 48대 52 아니면 49대 51로 나뉘는 등 팽팽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념적 지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사건을 만들게 되면 파탄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이념으로 오염되도록 유발한 건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법 집행기관이나 사법부를 정치로 오염시키면 안 된다.
성낙인 전 서울대총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자녀안심국민재단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Q : 탄핵 심판 선고 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그린다면

A :
(탄핵 기각, 인용을 막론하고) 먼저 대통령의 경우 마음을 비우고 임기와 권력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옛말에 ‘이기려면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허허실실(虛虛實實)의 마음을 대통령이 가져야 한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나 청와대로 들어간다는 건 5년간 남의 집에서 셋방살이하는 세입자이지 것이지, 주인 행세를 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또한 지역구 중심 양당제 선거 방식을 권역별 비례 대표제로 바꿔 다당제를 도입하는 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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