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세계 맥주 평가에서 혹평
북한 대동강 맥주에도 밀려
13년째 제자리걸음
가격은 3년 동안 세 차례 올려
정부 감시 약화 틈타 ‘지나친 수익 추구’ 지적도
국내 맥주 시장에서 13년 연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비맥주의 주력 제품 ‘카스’가 정작 세계적인 맥주 평가에서는 낮은 평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 프레시는 국내 시장 점유율 40%가 넘는 ‘국민 맥주’다. 그러나 종종 국내 경쟁사 및 외국 맥주, 심지어 북한 대동강 맥주와 맛을 비교당하며 수모를 당했다. 올해도 여전히 국제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오비맥주는 본업인 맥주 품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소주 제조기업 ‘제주소주’를 사들였다. 또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이달 1일부터 맥주 가격을 인상했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오비맥주가 수년간 품질 개선을 외면하고,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 맥주, 국제적 망신...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낮은 평가
2일 조선비즈가 세계적인 맥주 전문 평가 사이트 비어애드버킷(BeerAdvocate)과 언탭트(Untappd) 리뷰를 분석한 결과, 오비맥주 카스 프레시는 비어애드버킷에서 100점 만점 기준 61점을 받았다. 60점대는 ‘추천하기 어려운 맥주’로 구분된다.
비어애드버킷은 전문가들이 외관과 향, 맛, 목 넘김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맥주를 세밀하게 평가한다. 신뢰성을 위해 ‘맥주광(Beer geek)’ 전문가 평가에 가중치를 주고, 일정 수 이상 평가가 모였을 때만 통계적 보정을 거쳐 점수를 산출한다.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대중적인 맥주에 유달리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진 않는다. 같은 평가에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유명 맥주 하이네켄은 65점을 받았다. 일본 아사히 슈퍼 드라이는 66점, 중국 칭따오 역시 66점을 받았다.
국내 시장에서 오비맥주와 경쟁하는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 테라와 켈리 역시 각각 74점과 78점을 받았다. 70점대는 ‘즐길 만한 맥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도 74점으로 카스 프레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북한이 만든 대동강 맥주마저 75점을 기록했다.
2012년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더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내용의 기사를 써 국내 맥주 업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다른 국내 주류기업들은 맥주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맥아와 제조 공법을 차별화했다. 대외적인 평가를 끌어 올리기 위한 시도였다. 다른 경쟁자들이 앞서가는 사이, 카스 프레시는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동강 맥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주요 맥주 가운데 최하점을 기록한 브랜드는 오비맥주와 같은 AB 인베브 소속의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57점)였다. 50점대는 ‘좋지 않은 맥주’를 의미한다.
또 다른 맥주 전문 평가 사이트 언탭트에서도 카스 프레시는 주요 경쟁사 제품 테라와 켈리, 클라우드, 하이네켄, 아사히 슈퍼 드라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사이트는 일반인이 대거 평가에 참여한다. 수만 명이 넘는 대중 선호도를 판단하기 좋다. 언탭트 카스 프레시 평가에는 8만4000명이 참여했다. 카스 맛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소수 의견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한국비어소믈리에협회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십여 년간 카스가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는 맥주 자체 맛보다 상대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라며 “국내 경쟁사들이 꾸준히 품질 개선 노력을 기울여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가운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맥주는 장기간 품질 개선에 소극적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맥주 맛은 뒷전... 본업 흔들리는데 소주로 눈 돌려
오비맥주는 2018년 크래프트(수제) 맥주 기업 ‘핸드앤몰트’를 사들였다. 국내에 크래프트 맥주 붐이 막 일었다가 열기가 가실 무렵이었다. 당시 오비맥주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핸드앤몰트는 현재 국내 위스키 ‘기원’을 만든 도정한 대표가 창립한 맥주 회사다. 오비맥주에 넘길 당시, 전국 700여개 펍에 맥주를 공급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비맥주 인수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비맥주에서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제트엑스벤처스는 2016년 설립 이후 2023년까지 누적 적자 1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오비맥주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갑작스런 소주 시장 진출 선언이었다. 오비맥주는 기존에 소주 사업을 한 적이 없다. 인수 직후 오비맥주는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양홍렬 미국 공인 시서론(Cicerone·맥주 서비스 전문가)은 조선비즈에 “지난해 일본 아사히가 뚜껑이 통째로 열리는 생맥주 캔을 선보인 것처럼 최근 글로벌 맥주 시장에서는 프리미엄화와 고품질 라거 경쟁이 치열하다”며 “오비맥주가 맥주 품질에 집중하지 않고, 소주 시장 진출에 무게를 두는 것은 다소 의아한 행보”라고 말했다.
‘품질 투자보다 가격 정책 우선’... 잇단 인상으로 수익성 높여
품질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과 수익 모두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오비맥주 모회사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APAC East)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3억5200만달러(약 1조850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12억4300만달러)보다 12.7% 늘었다.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은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를 아우른다. 일본은 기린과 아사히, 삿포로 등 자국 맥주 시장 점유율이 90% 수준이다. 뉴질랜드는 전체 인구가 500만명 수준으로, 시장 규모가 작다. 맥주 업계에서는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 총 매출 가운데 오비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95%를 넘어간다고 추정한다. 사실상 이 부문 매출이 곧 오비맥주 실적인 셈이다.
지난 2월 버드와이저 에이팩은 2024년 실적 발표에서 “카스와 한맥, 스텔라 아르투아 같은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외식업장과 가정에서 모두 점유율이 늘었다”며 “총 시장 점유율이 3.49% 올라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매출 증가율은 판매량이 늘어난 것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 제품 판매량은 1196만 헥토리터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12.7% 늘어난 반면, 판매량은 전년보다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2023년 10월 출고가를 6.9% 인상한 효과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오비맥주는 2022년 3월 원자재 비용 상승을 이유로 맥주 가격을 평균 7.7% 올렸다. 이후 2023년 10월 재차 출고가를 올렸다.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33%가 올랐다. EBITDA 이익률(마진)은 한 해 만에 4%포인트(p) 상승했다. 조정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기업이 실제 벌어들인 현금 규모를 파악하기 적절한 수치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2023년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지만, 직접 원가를 분석해 본 결과 인상할 만한 타당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하준 대표 취임 후 릴레이 가격 인상... 이달 또 올려
오비맥주는 이달 1일 맥주 출고가를 2.9% 올렸다. 2020년 배하준(벤 베르하르트) 사장 취임 이후 5년 사이 세 번째 인상이다. 지난해 재무실적이 좋아졌는데도, 올해 가격을 또 올렸다.
배하준 사장은 2001년 AB인베브에 입사한 이후 벨기에 영업 임원, 룩셈부르크 사장, 남유럽 지역 총괄 사장을 지낸 맥주 전문가다. 배하준은 본명 베르하르트 발음을 살려 지은 한국 이름이다. 그는 사장 부임을 발표하면서 “진정성 있는 소통 경영을 위해 한국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 있어서는 소통과 거리가 멀었다. 가격 인상 정책이 반복될수록 소비자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수십원 정도 올리면 식당·주점 판매 가격은 보통 1000원씩 따라 뛴다. 주류 도매사는 중간 이윤에 냉장고나 대여금 지원 금액까지 붙여 술을 공급한다.
주류 가격 출고가와 대형마트, 일반식당·주점 판매 가격 인상 추이를 비교해 보면 지난 7년간 주류 업체 출고가가 15%(150원) 오르는 동안, 식당 판매가는 최대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달 1일부터 주요 편의점들은 오비맥주 출고가 인상에 맞춰 맥주 가격을 크게 올렸다. 편의점 기준 카스 캔 355㎖ 제품과 같은 사이즈 한맥은 2250원에서 2500원으로 11% 뛰었다. 오비맥주는 출고가를 3% 남짓 올렸지만, 소비자는 10%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견뎌야 한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AB인베브 수입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 등 6종 가격도 일제히 올렸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소속 회원사 관계자는 “타피오카 같은 원재료를 수입해 오는 주정 제조 기업이나 소주 제조사들 역시 환율과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똑같이 겪고 있지만, 2023년 12월 이후로 가격을 유지하는 중”이라며 “오비맥주처럼 작년 매출이 늘었는데 올해 또다시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정부 감시 기능이 소홀해진 틈을 탄 지나친 수익 추구”라고 말했다.
북한 대동강 맥주에도 밀려
13년째 제자리걸음
가격은 3년 동안 세 차례 올려
정부 감시 약화 틈타 ‘지나친 수익 추구’ 지적도
국내 맥주 시장에서 13년 연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비맥주의 주력 제품 ‘카스’가 정작 세계적인 맥주 평가에서는 낮은 평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 프레시는 국내 시장 점유율 40%가 넘는 ‘국민 맥주’다. 그러나 종종 국내 경쟁사 및 외국 맥주, 심지어 북한 대동강 맥주와 맛을 비교당하며 수모를 당했다. 올해도 여전히 국제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오비맥주는 본업인 맥주 품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소주 제조기업 ‘제주소주’를 사들였다. 또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이달 1일부터 맥주 가격을 인상했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오비맥주가 수년간 품질 개선을 외면하고,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카스를 고르고 있다. /뉴스1
국민 맥주, 국제적 망신...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낮은 평가
2일 조선비즈가 세계적인 맥주 전문 평가 사이트 비어애드버킷(BeerAdvocate)과 언탭트(Untappd) 리뷰를 분석한 결과, 오비맥주 카스 프레시는 비어애드버킷에서 100점 만점 기준 61점을 받았다. 60점대는 ‘추천하기 어려운 맥주’로 구분된다.
비어애드버킷은 전문가들이 외관과 향, 맛, 목 넘김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맥주를 세밀하게 평가한다. 신뢰성을 위해 ‘맥주광(Beer geek)’ 전문가 평가에 가중치를 주고, 일정 수 이상 평가가 모였을 때만 통계적 보정을 거쳐 점수를 산출한다.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대중적인 맥주에 유달리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진 않는다. 같은 평가에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유명 맥주 하이네켄은 65점을 받았다. 일본 아사히 슈퍼 드라이는 66점, 중국 칭따오 역시 66점을 받았다.
국내 시장에서 오비맥주와 경쟁하는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 테라와 켈리 역시 각각 74점과 78점을 받았다. 70점대는 ‘즐길 만한 맥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도 74점으로 카스 프레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북한이 만든 대동강 맥주마저 75점을 기록했다.
2012년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더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내용의 기사를 써 국내 맥주 업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다른 국내 주류기업들은 맥주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맥아와 제조 공법을 차별화했다. 대외적인 평가를 끌어 올리기 위한 시도였다. 다른 경쟁자들이 앞서가는 사이, 카스 프레시는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동강 맥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주요 맥주 가운데 최하점을 기록한 브랜드는 오비맥주와 같은 AB 인베브 소속의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57점)였다. 50점대는 ‘좋지 않은 맥주’를 의미한다.
그래픽=정서희
또 다른 맥주 전문 평가 사이트 언탭트에서도 카스 프레시는 주요 경쟁사 제품 테라와 켈리, 클라우드, 하이네켄, 아사히 슈퍼 드라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사이트는 일반인이 대거 평가에 참여한다. 수만 명이 넘는 대중 선호도를 판단하기 좋다. 언탭트 카스 프레시 평가에는 8만4000명이 참여했다. 카스 맛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소수 의견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한국비어소믈리에협회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십여 년간 카스가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는 맥주 자체 맛보다 상대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라며 “국내 경쟁사들이 꾸준히 품질 개선 노력을 기울여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가운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맥주는 장기간 품질 개선에 소극적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맥주 맛은 뒷전... 본업 흔들리는데 소주로 눈 돌려
오비맥주는 2018년 크래프트(수제) 맥주 기업 ‘핸드앤몰트’를 사들였다. 국내에 크래프트 맥주 붐이 막 일었다가 열기가 가실 무렵이었다. 당시 오비맥주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핸드앤몰트는 현재 국내 위스키 ‘기원’을 만든 도정한 대표가 창립한 맥주 회사다. 오비맥주에 넘길 당시, 전국 700여개 펍에 맥주를 공급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비맥주 인수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비맥주에서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제트엑스벤처스는 2016년 설립 이후 2023년까지 누적 적자 1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오비맥주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갑작스런 소주 시장 진출 선언이었다. 오비맥주는 기존에 소주 사업을 한 적이 없다. 인수 직후 오비맥주는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양홍렬 미국 공인 시서론(Cicerone·맥주 서비스 전문가)은 조선비즈에 “지난해 일본 아사히가 뚜껑이 통째로 열리는 생맥주 캔을 선보인 것처럼 최근 글로벌 맥주 시장에서는 프리미엄화와 고품질 라거 경쟁이 치열하다”며 “오비맥주가 맥주 품질에 집중하지 않고, 소주 시장 진출에 무게를 두는 것은 다소 의아한 행보”라고 말했다.
‘품질 투자보다 가격 정책 우선’... 잇단 인상으로 수익성 높여
품질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과 수익 모두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오비맥주 모회사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APAC East)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3억5200만달러(약 1조850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12억4300만달러)보다 12.7% 늘었다.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은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를 아우른다. 일본은 기린과 아사히, 삿포로 등 자국 맥주 시장 점유율이 90% 수준이다. 뉴질랜드는 전체 인구가 500만명 수준으로, 시장 규모가 작다. 맥주 업계에서는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 총 매출 가운데 오비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95%를 넘어간다고 추정한다. 사실상 이 부문 매출이 곧 오비맥주 실적인 셈이다.
지난 2월 버드와이저 에이팩은 2024년 실적 발표에서 “카스와 한맥, 스텔라 아르투아 같은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외식업장과 가정에서 모두 점유율이 늘었다”며 “총 시장 점유율이 3.49% 올라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매출 증가율은 판매량이 늘어난 것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 제품 판매량은 1196만 헥토리터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12.7% 늘어난 반면, 판매량은 전년보다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래픽=정서희
전문가들은 2023년 10월 출고가를 6.9% 인상한 효과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오비맥주는 2022년 3월 원자재 비용 상승을 이유로 맥주 가격을 평균 7.7% 올렸다. 이후 2023년 10월 재차 출고가를 올렸다.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33%가 올랐다. EBITDA 이익률(마진)은 한 해 만에 4%포인트(p) 상승했다. 조정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기업이 실제 벌어들인 현금 규모를 파악하기 적절한 수치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2023년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지만, 직접 원가를 분석해 본 결과 인상할 만한 타당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하준 대표 취임 후 릴레이 가격 인상... 이달 또 올려
오비맥주는 이달 1일 맥주 출고가를 2.9% 올렸다. 2020년 배하준(벤 베르하르트) 사장 취임 이후 5년 사이 세 번째 인상이다. 지난해 재무실적이 좋아졌는데도, 올해 가격을 또 올렸다.
배하준 사장은 2001년 AB인베브에 입사한 이후 벨기에 영업 임원, 룩셈부르크 사장, 남유럽 지역 총괄 사장을 지낸 맥주 전문가다. 배하준은 본명 베르하르트 발음을 살려 지은 한국 이름이다. 그는 사장 부임을 발표하면서 “진정성 있는 소통 경영을 위해 한국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 있어서는 소통과 거리가 멀었다. 가격 인상 정책이 반복될수록 소비자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배하준(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사장. /조선비즈DB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수십원 정도 올리면 식당·주점 판매 가격은 보통 1000원씩 따라 뛴다. 주류 도매사는 중간 이윤에 냉장고나 대여금 지원 금액까지 붙여 술을 공급한다.
주류 가격 출고가와 대형마트, 일반식당·주점 판매 가격 인상 추이를 비교해 보면 지난 7년간 주류 업체 출고가가 15%(150원) 오르는 동안, 식당 판매가는 최대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달 1일부터 주요 편의점들은 오비맥주 출고가 인상에 맞춰 맥주 가격을 크게 올렸다. 편의점 기준 카스 캔 355㎖ 제품과 같은 사이즈 한맥은 2250원에서 2500원으로 11% 뛰었다. 오비맥주는 출고가를 3% 남짓 올렸지만, 소비자는 10%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견뎌야 한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AB인베브 수입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 등 6종 가격도 일제히 올렸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소속 회원사 관계자는 “타피오카 같은 원재료를 수입해 오는 주정 제조 기업이나 소주 제조사들 역시 환율과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똑같이 겪고 있지만, 2023년 12월 이후로 가격을 유지하는 중”이라며 “오비맥주처럼 작년 매출이 늘었는데 올해 또다시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정부 감시 기능이 소홀해진 틈을 탄 지나친 수익 추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