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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거의 타 마을 전체가 이재민
불에 안 탄 집도 유독 가스 '여전'
산불 피해 5개 시·군 소멸 고위험
지자체도 인구 유출 가속화 고심
1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1리 마을의 주택 여러 채가 산불에 타 검게 그을린 채 무너져 있다. 영덕=김정혜 기자


1일 오전 찾은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1리 마을은 산불이 지나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동네 입구부터 고무나 플라스틱이 탈 때 나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사람들이 몽땅 빠져나가 텅 빈 마을은 대낮인데도 썰렁했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고 가끔씩 ‘컹컹’ 하고 개 짖는 소리만 쩌렁쩌렁 울렸다.

50여 가구가 사는 매정1리는 이번 산불로 35채 이상 탔다. 불덩이를 피한 집들도 전기나 물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데다 유독가스가 잔뜩 남아 있어 당장 지내기 어렵다. 하루아침에 노숙인 신세가 된 주민들은 임시대피소인 영덕군 국민체육관과 친척집, 모텔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좁고 비탈진 골목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도 전혀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10여 분 지났을까. 골목 끝에서 만난 주민 성중길(66)씨는 “집이 다 타서 아내와 모텔에서 지내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걱정돼 나왔다”며 “임시로 거주할 조립식 주택을 마을 근처에 둔다는데 피해가 너무 심해 설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이고 밭이고 다 타버려 뭘 해서 먹고살지도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정1리 등 영덕읍 동쪽에 위치한 마을은 영덕 지역 산불 사망자 9명 가운데 7명이 발견된 곳이다. 이곳은 포항이나 울진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7번 국도가 마을 서쪽에 위치, 산불이 강한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확산되던 지난달 25일, 불길이 몰려오는 7번 국도로 대피하다 변을 당했다. 또 영덕읍 석리에 사는 이모(100)씨는 산불이 들이닥치기 전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면서 대피조차 못해 불에 탄 집 안에서 발견됐다. 석리 마을은 주택 84채 중 78채가 탔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해안 마을 곳곳이 지난달 26일 산불 피해로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영덕군 제공


영덕 다음으로 많은 7명의 사망자가 나온 경북 영양에서도 마을 진입로가 산불과 마주하는 서쪽으로 나 있는 석보면 화매·삼의리에서 사망자 5명이 나왔다. 더구나 화매1·2리는 이재민 수가 62명으로, 영양군 전체 이재민(134명)의 절반 가까이 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후 찾은 화매1·2리는 불길을 겨우 피한 좁은 마을 경로당에 이재민 20여 명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닥다닥 붙어 새우잠을 자며 지내고 있었다.

주민들은 그러나 당장의 불편함보다는 마을의 존립을 걱정했다. 화매2리 이장은 “고추와 준고랭지배추가 소득원인데 올해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며 “삶의 터전과 생업 발판을 몽땅 잃어 앞으로 살아갈 길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산불 사망자가 집중된 마을뿐 아니라 화마가 휩쓸고 간 안동과 의성·청송·영양·영덕은 산불 피해로 인구 유출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5개 시·군은 한국고용정보원이 기초지자체 228곳을 상대로 조사·분석한 지방소멸위험 지수 순위에서 3위(의성), 6위(청송), 10위(영양), 12위(영덕)에 오르는 등 최상위에 속하는 심각 지역이다. 주민 중엔 고령자도 많아 폐허가 된 마을에 재정착할 수 있을지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급기야 청송군은 이날 농민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게 긴급 농기계 지원에 나섰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피해가 심한 파천면과 진보면, 청송읍 이재민에게 농기계를 우선 배정했다”며 “마을 단위로 복구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거지원과 함께 일자리 등 재정착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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