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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관세 인상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무역대표부)가 3월31일(현지시각) 공개한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는 이틀 뒤 발표할 상호관세 정책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될 공산이 높다. 매년 한 차례씩 의례적으로 발표되는 보고서로 치부하기에는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는 뜻이다. 다만 보고서에 담긴 한국의 무역장벽 관련 내용 자체는 과거의 재탕이거나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세워놓은 무역장벽도 주목하며 우리 정부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전체 397장 분량인 올해 무역장벽 보고서는 한국 부문은 7쪽을 할애하며 기술, 위생, 투자, 서비스, 자동차, 제약,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정부 조달 등 각 분야를 망라하며 모두 비관세 장벽 21개를 언급하고 있다. 하나같이 미국 산업계의 오랜 민원 사항이기도 하다. 대체로 수년째 반복된 내용이 다수다.

눈에 띄는 건 올해 보고서에 처음 포함된 비관세 장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애플·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플랫폼법’(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과 반도체·자동차·로봇·항공기 등 국가 핵심 기술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 규제, 무기 구매 등 정부의 방산 조달에서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는 절충교역, 외국인의 원전 소유 금지 조처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제한하는 규제도 2023~2024년 보고서엔 빠졌다가 올해 다시 추가됐다.

무역대표부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는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며 “한국이 투명성을 강화하고 의견 수렴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속해서 촉구 중”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후원자인 미국 빅테크들을 위해 미 행정부가 총대를 멘 셈이다.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번식 가능한 유전자변형농산물(LMO) 승인 규제 등 종전 무역장벽 보고서에 단골로 담겼던 내용도 그대로 포함됐다.

정부에선 대체로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내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제한은 국제적인 추세인 만큼, 당장 제도 자체를 손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현재로선 미국 정부의 협상 요청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플랫폼 규제당국인 공정위 쪽은 “전반적인 통상 전략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다. 공정위 차원의 별도 입장은 없다”고 했다.

올해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세계 다수 국가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의 칼을 꺼내기에 앞서, 각국의 대미 관세율뿐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전 바이든 정부 땐 무역장벽 보고서도 양국 간 상품·서비스 등 교역을 방해하는 정부 조처만 주로 언급하는 쪽으로 내용이 축소됐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 불공정 경쟁 등 경쟁을 저해하는 각국 정부의 규제·정책·관행까지 광범위하게 무역장벽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짚었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앞뒤 가리지 않는 ‘미국 우선주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트럼프는 유럽에는 미국산 자동차가 없다고 하는 등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부정한다”며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는 점을 기조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통해 애초 2021년까지 없애려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붙는 관세 25%를 오는 2041년까지 20년 연장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 역시 관세율 25%를 적용받는다. 미국 자동차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셈이다. 또 미국 정부는 외국에 농산물시장 개방을 압박하면서도 자국 농가 보호를 위해선 저율의 관세를 적용하는 설탕 수입 물량을 정해놓고, 이를 초과하면 20배가 넘는 관세를 때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향후 미국에 우리 비관세 조처 관련 진전 노력을 설명하고, 상호관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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