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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내부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거래가 없는데 단속할 게 있겠어요?”

3월 25일 오후 방문한 서울 강동구 대장주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상가 분위기는 조용했다.

강동구청이 단속에 나서면서 이곳 공인중개사무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는 소문과 달리 몇몇 가게를 제외하고는 영업 중인 모습이었다. 한때 잠실부터 이곳까지 대대적인 단속이 뜨면서 문을 닫는 곳들이 있었지만 곧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 1만2032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규모가 무색하게도 손님과 상담 중이거나 통화 중인 업소는 많지 않았다.

이곳 공인중개사들은 “매물이 부족하다”거나 “매수 문의가 있어도 호가가 너무 높아 거래가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같은 강동구 내 인기 단지인 ‘고덕그라시움’은 물론 성동구, 동작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3월 19일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통해 35일간 해제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기존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에서 오히려 ‘강서송용’(강남·서초·송파·용산)까지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그 여파가 대책 시행일인 24일 직후부터 인근 지역에 ‘풍선효과’로 나타날 것이란 예상됐으나 아직 시장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매물이 많지 않은 가운데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 반면, 매수인은 아직 호가만큼 가격을 지불할 의지가 없는 ‘미스 매치’ 현상이 거래를 막고 있다. 당장은 규제로 인해 주춤한 ‘강서송용’ 가격이 주택시장의 상단으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규제가 인근 지역의 아파트 시세까지 누르는 억제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새다.
매도 vs 매수, 아직은 눈치싸움
부동산 중개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초 700건이 넘던 올림픽파크 포레온 매물은 2월 말부터 600건대로 급격히 감소했다. 700건도 단지 규모 대비 많은 것은 아니었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일반분양 세대에 대해 실거주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며 실거주 의무는 3년간 유예됐지만 매도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현재 매도가 가능한 물건 대부분은 조합원 물량이다.

그런데 입주장이 3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있어 “이미 팔릴 집은 다 팔렸다”는 분위기다. 차익실현과 갈아타기를 위해 시장에 나온 매물은 이미 상당수 소진된 상태에서 입주도 거의 끝나가는 상태다. 즉 ‘다음 사이클’이 오기까지 새로 나올 매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메인 상가건물 내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거래가 조금 잘되다가 지금은 조용하다”며 “그나마 재건축 전부터 영업했던 곳들은 거래가 가능한 조합원 매물을 가지고 있어 장사가 좀 되는 편이고 새로 창업한 곳은 손해를 감수하고 운영하다 반포로 가버린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하게 팔아야 할 사람은 이미 팔았고 남은 집주인들은 당장 돈이 필요없거나 팔고 강남권이나 용산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등의 이유로 호가를 높게 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3구 토허제 지정 이후 매수 문의는 많이 오는 편이지만 예비 매수인들도 호가를 듣고는 ‘그 돈이면 잠실을 사겠다’며 거래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매물 줄고 호가만 올라
3월 말 입주지원 마감을 앞둔 올림픽파크 포레온 상가 건물에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들어선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용면적 84㎡ 타입은 올해 1월 27억원에 손바뀜되며 최고 거래가격을 기록했다. 현재 일부 집주인들은 이를 기준으로 집값을 부르고 있다. 그런데 27억원은 같은 전용면적의 송파구 잠실동 ‘엘스’ 최근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다.

잠실동 대장주인 엘스는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후부터 거래가 활발해지며 가격도 올랐다. 30억원대 시세를 형성하며 3.3㎡(평)당 1억원에 다다르려던 찰나 다시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묶인 것이다. 다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호가는 2억~3억원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송파는 물론 인근 지역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의 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금리인상으로 급감했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23년부터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해 봇물 터지듯 증가했다. 2022년 10월 575건으로 바닥을 찍었다가 2024년 7월 9224건까지 늘었다. 하반기에 대출규제가 강화하면서 다시 떨어졌던 거래량은 잠삼대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올해 2월 다시 반짝 증가했다.

이때 강동구도 거래량이 399건(3월 26일 기준)으로 전달(189건)의 2배 이상 늘었다. ‘키 맞추기’ 효과로 인해 거래가격도 올랐다. 이 시기 평균 아파트 거래가격은 12억1322만원으로 1월 11억1285만원보다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같은 현상은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었던 용산구를 비롯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서초구와 인접한 동작구 등에서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매물들이 거래되며 소진되는 동시에 기존 집주인들의 호가도 오른 상태였다. 일부 집주인들은 규제 풍선효과를 기대하며 매물을 거두기도 했다. 아실에서 집계한 마포구 아현동 소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매물은 규제 발표 직전인 3월 18일 165건에서 하루 사이에 158건으로 7건이 감소했다. 성동구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신금호 파크자이’ 등도 매물이 소폭 줄었다.

성동구 신금호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토허제 해제 전부터 강남에서부터 집값 상승세가 확산됐고 성동구도 마찬가지로 거래가 많이 됐다”며 “최근 가격이 오른 데다 매물이 많지 않으니 집주인들은 더 호가만 올리는데 매수문의가 들어와도 호가를 듣고 나면 문의가 끊긴다”고 토로했다.
토허제보다 대출이 더 문제
부동산 현장에선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담합보다 허위매물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평이다. 호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집을 팔기도 어려운 데다 대단지 아파트에서 집주인 각자의 사정도 달라 담합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물부족 현상 속에 마음이 급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선 허위매물을 내놓고 있다. 다른 가게 매물을 자기 매물인 것처럼 올려 고객을 끈 뒤 다른 매물을 소개하거나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에서 기존 매물의 동호수를 다르게 입력하는 식이다. 이렇게 동호수를 다르게 입력하면 같은 매물로 묶이지 않아 사용자의 눈길을 쉽게 끌 수 있고 자기 가게만의 단독 매물처럼 홍보할 수도 있다.

강동구 고덕동 대표 단지인 ‘고덕그라시움’ 인근 공인중개사는 “여기도 매물은 부족한데 등록된 중개사무소만 48곳으로 경쟁이 치열해 네이버에 허위매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님을 끌려는 가게들이 있다”며 “같은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신고하기가 어렵다 보니 단속을 나와도 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보다 대출규제가 주택 시세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잠삼대청’뿐 아니라 압구정, 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아파트 시세가 2023년부터 반등하며 연이어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2022년 말부터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 무주택, 1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 이후였다.

이번 토허제 강화로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지역에 당장 갭투자가 성행하지 않는 이유도 함께 발표된 다주택, 갭투자자들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례에서 볼 때 규제 직후 조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소재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인근 지역 부동산 시장도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으로 인해 풍선효과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인접 지역에 한해 미미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토허제는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 토허제 해제로 인해 수요자들이 언제든 풀 수 있는 규제라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에 이 또한 앞으로 부동산 매수를 부추기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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