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경제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약 2억원 상당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권은 “경제 내란” 수준의 책임을 제기하며 즉각적인 직무 회피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문제 삼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일(3월 31일) 공개된 ‘2025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1억9712만원 상당의 30년 만기 미국 국채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이를 단순한 자산 보유가 아닌 경제정책 총책임자의 ‘이해충돌’ 사례로 규정하고, 정치적·윤리적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경제 수장이 환율 급등 상황에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었다는 건 사실상 외환 위기에 베팅한 것”이라며 “경제 내란이자 국민 배신 행위”라고 직격했다.
그는 “윤석열 쿠데타 이후 커진 정치 불확실성 속에 환율이 급등했는데, 국민이 고통받는 와중 최 부총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직무와 사적 이익이 충돌할 경우 직무를 회피해야 한다”며 “최 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경제운용을 맡는 건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즉각 직무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국회가 강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측은 “해당 국채는 2018년 자녀 유학 준비를 위해 달러 자산을 보유하던 중, 지난해 중순 매입한 것”이라며 “최근의 환율 급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야권은 환율의 민감성과 경제 수장의 책무를 고려할 때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보유는 단순한 자산 운용 차원을 넘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점은, 최 부총리가 2023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동일한 문제 제기를 받았고, 당시에는 “비판을 수용하겠다”며 해당 자산을 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다시 매입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청문회에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해당 상품은 환율이 오르고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로, 우리 경제가 악화될수록 이익을 얻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당시 후보자였던 최 부총리는 “부적절했다면, 그 비판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정치 리스크까지 겹쳐최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3월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4원 상승한 1,472.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약 16년 만의 최고 주간 종가 수준이다. 장 초반 1,470원을 돌파한 환율은 한때 1,468.4원까지 하락했지만 곧바로 반등하며 종일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미국의 관세정책 기조, 그리고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며 정치적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원화 약세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한 이후 평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한 달 넘게 선고일을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