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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논설위원
“증시 조정(하락)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것이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지난달 중순에 한 말이다. 미국 증시는 올 들어 죽을 쑤고 있다. S&P500 지수는 2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8%, 올해 들어서는 5% 빠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전쟁 때문이다. 그래도 베센트 재무장관은 외신 표현을 빌리자면 주가 하락에 ‘심드렁하게’ 반응한다. 헤지펀드 투자전문가 출신답게 증시 하락도 시장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인다.

위기도 아닌데 최장기 금지라니
총선용 결정에 경제부처는 소외
대통령이 보여준 최악의 용인술

1년5개월 만에 공매도가 재개된 첫날인 어제 국내 증시는 3% 빠졌다. 공매도를 혐오해 온 일부 개인투자자는 ‘K공매도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균형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재개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 더 크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2% 안팎의 하락세였고, 어제 일본 증시도 4%나 폭락했다.

전 종목에 공매도가 허용된 것은 코로나 때인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공매도 재개에 앞서 정부는 개인에게 불리한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도입했다. 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의 확인 의무가 강화되는 등 규제도 촘촘해졌다. 안 그래도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엄격하다는 소리를 듣던 한국의 공매도 규제가 더 세졌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앞으로 공매도에 대한 공격이나 불만이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공매도 금지가 왜 문제였는지를 따져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징비(懲毖)의 기록이 필요하다.

첫째, 정치 논리에 과도하게 휘둘렸다. 한국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한 건 이제까지 네 차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 유럽 재정위기(2011년 8월), 코로나19(2020년 3월) 때는 그래도 위기 국면이었고, 시장의 과도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다독여 줄 필요가 있었다. 2021년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허용됐지만 2023년 11월 다시 전면 금지로 돌아섰다. 당시는 무슨 금융위기나 팬데믹 국면도 아니었다. 총선용 선거 전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둘째,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한국만의 ‘나 홀로’ 규제였고 그래서 정책 자원이 너무 낭비됐다. 코로나 위기 이후 공매도를 잠시 중단한 나라는 있지만 우리처럼 오랫동안 금지한 나라는 없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는 주가 거품을 빼고 시장이 정상가격을 찾아가도록 하며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정을 견제하는 순기능이 있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주식 매수와 공매도를 결합하는 방식의 투자가 일반적이다. 공매도가 금지된 시장은 제대로 된 시장으로 대접받기 힘들다. 우리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것도 공매도 금지가 한몫했다. 투자자 짐 로저스는 한국의 공매도 금지를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

셋째, 경제관료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막판까지 반대하던 금융위원회가 공중에 붕 떠버렸다. 이런 식으론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 대선 과정에서 장관 위주의 국정 운영을 그토록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최악의 용인술이었다. 부처와 관료를 바보로 만들면 복지부동하고 영혼 없는 공무원만 남는다. 조변석개하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은 지지부진한 한국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기도 했다.

주가는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오르는 것이다.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가 좋은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을 제대로 펴면 결국 증시에도 반영된다. 계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정치 불안이 해소되도록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오고 우리 사회가 이를 슬기롭게 넘기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가,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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