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공청회에서 일부 반대 주민이 워킹맘을 비난하는 장면을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현했다.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처음 제보를 접했을 땐 선뜻 믿지 못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찬반을 묻는 입주민 투표를 하려 하는데 일부 주민이 폭언, 공무원과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갑질까지 해 가며 이를 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이 퍼부었다는 극언의 수위나 행태가 상식 밖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국공립어린이집 설치를 반대하는 논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연관기사
• "국공립어린이집을 들여와? 거지야?" 맞벌이 부모 눈물 짓게 한 '혐오 공화국'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604370005190)

반대 주민들은 "단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이 들어서면 재산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유 공간에 무상임대해 주면 돈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 공간의 지분은 입주민이 N분의 1씩 가지고 있는 구조라 찬반 투표로 용도를 택하면 문제될 건 없다. 그 결정을 못 하게 하는 행태가 가장 비민주적이다.

반대 주민이 말하는 '재산권'은 훨씬 광범위한 의미라는 걸 취재하며 느꼈다. 그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이 들어서면 '도심 고급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보는 듯했다. 국공립 시설에는 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저소득층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데 이는 아파트의 격과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여겼다. 한 워킹맘 입주자는 "반대 주민 중 한 명이 '(서울 강남의 고가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없다'고 하더라"며 착잡해했다.

합계출산율 0.75명(2024년 잠정치 기준). 나라가 망할지 모르기에 양질의 보육시설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적 논리는 잠시 뒤로하자. 저소득층을 향한 노골적 차별 인식도 전혀 납득할 수 없지만 이 글에선 따져 묻지 않으려 한다. 반대 주민들이 말하는 재산권 논리만 두고 말해 보자. 그들이 오히려 다수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젊은 부모가 육아친화적인 아파트를 선호하기에 관련 시설이 들어서면 시세에 호재라는 건 상식이 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남 최고가 아파트 중 한 곳인 반포 원베일리 단지 안에는 육아편의시설인 '맘스 스테이션'이라는 공간이 있다. 육아의 주체를 '엄마(mom)'로만 규정한 작명은 분명히 문제지만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명품 아파트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정확히 포착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젊은 부부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보육시설이다. 신축 아파트 홍보 전단에는 단지 내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유치할 계획임을 깨알같이 적는다. 입소 대기 인원이 수백 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 중앙·지방 정부가 운영하기에 믿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저출생 문제는 좌우를 떠난 시대적 과제다.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사람이든 아파트든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명품 아파트가 되기 위해서라도 투표를 막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651 탄핵 선고 앞둔 尹, 전한길·나경원 등과 책 출간... "계엄은 정당" 또 궤변 랭크뉴스 2025.04.02
47650 "내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37억 줬다"…머스크, '13번째 자녀' 진실 공방 랭크뉴스 2025.04.02
47649 “화장실 갈 바에 스스로 탈수” 25시간 5분 서서 트럼프 비판 연설한 미 상원의원 랭크뉴스 2025.04.02
47648 일본 도시락 체인, 만우절에 "이제 밥 안 팔아" 했다 바로 사과한 이유는 랭크뉴스 2025.04.02
47647 형제간 살인미수까지 번진 돈 문제…동생 "매일 반성하며 후회" 랭크뉴스 2025.04.02
47646 오전 10시 선고가 관례인데…朴때처럼 尹도 '11시 선고' 왜 랭크뉴스 2025.04.02
47645 부친에게 30억 빌려 47억 아파트 매수…정부, 자금조달 정밀조사 랭크뉴스 2025.04.02
47644 ‘사전청약 대비 분양가 1억 올랐는데’ 3기 신도시 시세차익 여전 랭크뉴스 2025.04.02
47643 박홍근 “국힘 승복 발언은 가식적 이중플레이…尹 승복 받아내라” 랭크뉴스 2025.04.02
47642 “휴지 없어, 화장실 청소도 해”…‘치사’한 트럼프의 작은 정부 [뉴스in뉴스] 랭크뉴스 2025.04.02
47641 AI 기술 적용된 軍 장비, 국회 예산 삭감에 도입 하세월 랭크뉴스 2025.04.02
47640 권성동, 이복현에 “금감원장이 감히 대통령 운운, 오만한 태도” 랭크뉴스 2025.04.02
47639 서울경찰, 尹선고일 24시간 대응…서울에 기동대 1만4천명 투입 랭크뉴스 2025.04.02
47638 ‘25시간 5분’ 꼬박 서서 트럼프 비판, 최장 연설 신기록 세운 미 상원의원 랭크뉴스 2025.04.02
47637 [단독]시민 폭행한 ‘UDT 출신’ 보수 유튜버, 경찰은 “조치할 권한 없다” 뒷짐 랭크뉴스 2025.04.02
47636 “아빠, 집 사게 30억원 빌려줘요”···국토부, 편법 증여 등 위법 의심거래 고강도 조사 랭크뉴스 2025.04.02
47635 "기내에선 따뜻한 커피 절대 마시지 마라" 여객기 내부자들의 폭로 랭크뉴스 2025.04.02
47634 산불에 어르신 업고 뛴 인니 선원... 법무부 "장기거주 자격 부여 검토" 랭크뉴스 2025.04.02
47633 수원 오피스텔 앞 거리서 모녀 숨진 채 발견... 옥상서 추락 랭크뉴스 2025.04.02
47632 민주당 “한덕수 재탄핵, 윤석열 선고 이후 결정…최상목 탄핵은 오늘 보고” 랭크뉴스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