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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대전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성향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위해 ‘한덕수 재탄핵’ ‘한덕수 처벌법’ ‘후임자 없는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법’ 등의 강공수를 쏟아내고 있다. 마 후보자가 추가로 임명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가 ‘5(인용) 대 3(기각·각하)’ 지형으로 쪼개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일(18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할 수 있단 초조감의 발로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이런 선고 지연이 “민주당의 자초위난(자기 스스로 초래한 위난)”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9일 마 후보자 선출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게 문제의 시작점이었다. “여야 합의가 안 된 후보자”라며 여권이 임명을 유보할 명분이 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추천한 각 1인(조한창·정계선)의 재판관들과 달리, 관행상 여야 합의로 선출해 온 나머지 1인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마 후보자로 정한 게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31일 당시 최상목 권한대행(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동반 선출된 재판관 후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3인 가운데 마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만 우선 임명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당초 최 대행은 세 후보를 다 임명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막판에 두 후보만 우선 임명하는 것으로 선회한 것은 지나치게 왼쪽인 그의 정치 성향을 일부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지역 민주 노동자연맹(인민노련) 창립 멤버인 마 후보는 ‘야당 추천 몫’ 정계선 재판관보다도 한층 강한 진보 성향이라고 법조계는 평가한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억지로 민주당 코드에 맞춰 마 후보자를 단독 선출한 게 오히려 여권에 비토할 명분을 준 것”이라며 “애초부터 중도진보 성향인 인물로 적당히 타협했으면, 이 사달은 없었을 것 아니냐. 이런 자충수가 없다”고 했다. 통상 고법 부장판사나 최소 지방법원장 출신이 헌법재판관으로 부임하는 것과 달리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마 후보자가 재판관 후보로 발탁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악수한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 고법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탄핵심판 결정문의 사실관계가 향후 형사재판에서 확정될 사실관계와 어긋날 수 있다는 재판관들 내부의 두려움”(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을 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의 일환으로 개정한 형사소송법 312조 때문에 법조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관측이다.

과거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아도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20년 개정 이후엔 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와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법정에서 입장을 바꾸면 판사가 사실관계 인정에 활용할 수 없는 서류가 된다. 헌재는 2월 18일 변론 과정에서 국회 측이 공개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했는데, 만약 형사재판 과정에선 이 조서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율사 출신 비명계 전직 의원은 “증거 채택 결과에 따라 헌재 결정문과 형사 판결문에 적힌 사실관계가 달라지면 헌재가 강한 비난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7일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으로 수사권 논란에 휩싸인 점도 헌재 부담을 확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재경 법원 판사는 “형사재판에서 공소 기각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공수처 수사에서 상당한 절차상 하자가 드러난 점은 헌재로선 몹시 불편할 요소”라고 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 대통령의 곁에서 김성훈 경호차장이 밀착 경호를 하고 있다. 뉴스1
헌재 내부 ‘흑판·백판 간 불협화음 설(說)’도 선고 지연과 무관치 않단 말이 나온다. 과거 법관배치표 상 비고란에 대법원 법원행정처 파견 경험이 쓰여있던 정통 엘리트 판사를 ‘흑판’, 비고란이 하얗게 비어 있던 판사를 ‘백판’이라 불렀다. 통상 ‘백판’이 헌법재판관 같은 고위직에 발탁되는 일은 드문 일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중심으로 이런 발탁이 잦았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3월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3월 헌법소원 심판 등 일반 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지역 법관(향판)’ 출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바로 백판 중 하나다. 문 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과정에서 ▶초시계로 윤 대통령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형사재판 일정과 겹친다”며 윤 대통령 측이 요청한 기일 변경 신청을 거부해 ‘편파 진행’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보수성향인 ‘흑판’ 재판관들 사이에서 문 대행을 향해 ‘안 그래도 이 민감한 시기에 더 큰 비난을 살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불만이 비등해 있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이들이 절차상 하자를 더욱 꼼꼼히 살피려는 의지가 크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덕수 대행 탄핵 심판도 재판관들 입장이 엇갈려 기각된 것만 봐도 문 대행의 리더십 실종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란 말도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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