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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2~4일에도 53건 동시다발 산불발생
이번 사흘간 48건 동시다발 산불과 ‘판박이’
정부, ‘동시다발 산불 백서’ 내고도 피해 더 커져
“현장에 맞는 구체적 매뉴얼, 법제화 필요”
경북 의성군 괴산리에서 지난 22일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할퀴고 간 상처가 발화지점 일대 야산에 검게 퍼져 있다. 문재원 기자


약 2년 전인 2023년 4월 2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같은달 4일까지 사흘간 발생한 산불은 총 53건, 이 중 5건이 피해면적 100헥타르(ha) 이상 대형산불이었다.

산불 진화가 끝난 뒤 윤석열 정부는 “이상기후와 가뭄으로 산불이 일상화, 대형화, 동시다발화하는 추세”라며 “산불 예방·대비·진화·복구를 위한 지침서로 삼겠다”며 400쪽 분량의 방대한 ‘2023 봄철 전국동시다발 산불백서’를 냈다.

이 산불은 올해 발생한 동시다발 산불과 놀랍도록 닮았다. 지난 3월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경북 의성·경남 산청 등 전국에서 48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발생시기도 발생건수도 거의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2023년 산불의 피해면적은 3767ha인 반면 올해 산불 피해는 4만8238ha로 비교도 안되게 커졌다는 것이다.

2023년 4월 발생한 동시다발 산불 후 정부가 발간한 산불 백서의 표지모습. 자료/산림청


정부가 대형 산불이 날 때마다 백서까지 만들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산불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백서에 등장하는 온갖 예방·대응책들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대응책을 현장 실정에 맞게끔 구체화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31일 산림청이 작성한 ‘2023년 봄철 전국동시다발 산불백서’에는 이번 산불 사태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안 및 개선점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예방 측면에서는 ‘실화(失火)’ 감시 및 대응 강화,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위주의 수종 개선 등이 담겼다. 대응 측면에서는 진화 인력 및 장비 부족 개선, 임도 확충, 대형급 위주의 산불 진화 헬기 도입 등을 명시했다. 이번에 “매뉴얼조차 없다”고 지적된 문화재 등 중요 시설물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안도 담겼다.

불과 2년 전 만들어진 이 백서는 이번 산불에 ‘무용지물’이었다. 역대급 대형산불로 번진 의성·산청 등의 산불은 어김없이 모두 실화로 발생했다. 진화헬기와 인력 등 부족으로 초기 산불진압에 실패했고, 강풍과 침엽수 위주의 산림은 산불의 ‘초고속 확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까맣게 탄 사과, 속타는 농심 지난 21일 시작돼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낸 영남지역 산불이 진화된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에서 한 농민이 까맣게 타버린 사과창고를 살펴보고 있다. 안동 | 권도현 기자


이번 산불로 발생한 사망 30명, 부상 45명이라는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는 지자체별 주먹구구식 산불 재난 상황 전파·대피 체계가 낳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다.

이 문제도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발간한 ‘강원 동해안 산불백서’ 에서 이미 지적된 내용이다. 당시 백서는 “재난문자에서 대피장소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겪었다. 산불재난 발생 시 주민대피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같은 상황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전문가들은 보여주기식 백서만 발간하기 보다는 현장에 맞는 세부 행동요령·지침의 개발 및 숙달, 부처간 유기적인 협력방안 등을 구체화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인명 피해 방지를 위해 대피장소를 사전에 정해놓기만 했었어도 인명피해가 이렇게까지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피를 위한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산불 발생 시 1차 책임자인 지자체장들에 대해 사전 교육을 강제하는 등 대응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헬기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기획재정부도 또한 책임이 있지만 재난안전부문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행정안전부 또한 직무 유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백서에서 제시된 개선책들이 왜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는지 정밀하게 평가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1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에서 마을 주민이 산불로 훼손된 자신의 집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소방학과 교수는 “그간의 정책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체화된 세부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고, 부처간 역할과 협업도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장 지휘자가 대피를 명령할 수 있는 구체화된 매뉴얼이 없고, 불이 번질 걸 알아도 막을 수 있는 인프라가 현장에 하나도 구비돼 있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재난관리법에 산불 확산 시 강제 대피를 명령할 수 있게 법으로 정하고, 주택·문화재 보호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산불은 건조 강풍 고온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전개 양상을 보인 초대형 초고속 산불이었다”며 “산불 대응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여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여 대책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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