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 홈페이지.
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에 투입된 735억원 넘는 투자금 전액의 손실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발란이 정산 지연 끝에 기업회생절차를 택하면서다. 지난달 28일 발란 전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75억원을 투자한 실리콘투도 손실을 눈앞에 뒀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24일 입점사 정산 지연 발생 약 일주일만으로, 지난 28일 밤부터는 발란 플랫폼 내 상품 구매·결제가 모두 막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공지문에서 “발란은 올 1분기 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지게 됐다”면서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면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란은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병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기업회생 개시 후 변제권은 ‘담보채권자-무담보채권자-우선주 투자자-보통주 투자자’ 순으로 갖게 되기 때문이다.
2015년 설립한 발란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735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VC 등이 전환상환우선주(RCPS) 인수 방식으로 투자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신한캐피탈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VC들은 투자금 전액 감액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RCPS에서 보통주로 전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RCPS의 보통주 전환 시 채권자에서 일반 주주로 지위가 전환돼 회생 절차에서 투자금에 대한 변제를 받기 어렵다.
지난달 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75억원 신규 투자를 단행한 실리콘투의 투자금 회수도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점사에 미지급한 금액만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발란의 현금성 자산은 33억원에 그쳤다.
한편 발란은 명품 유통 플랫폼으로 2015년 설립됐다.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급성장하며 2022년 기업가치가 3000억원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경쟁 심화에 고금리·경기침체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