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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1생산동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제작하고 있다. /김남희 기자

지난 26일 부산 강서구 화전지구 일반산업단지 내 LS일렉트릭(LS ELECTRIC) 부산사업장 1생산동. 높이 4m, 무게 100톤(t)의 154킬로볼트(㎸·kilovolt) 초고압 변압기의 탱크 외부에 굵은 호스 두 개가 또 다른 설비에 연결돼 있었다. 탱크 안에 들어있는 변압기 속 수분을 진공 호스로 빨아들여 건조시키는 작업이다.

기름을 넣는 유입 변압기는 폭발 위험을 없애기 위한 절연물로 나무를 많이 쓴다. 나무는 절연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이지만 재료의 특성상 수분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수분을 빼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최형석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HVTR(High Voltage Transformer·초고압 변압기) 제조팀장은 “수분은 절연 작용을 훼손해 변압기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변압기 제조는 물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1생산동에서 직원이 변압기 권선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남희 기자

초고압 변압기 제조 공정은 크게 권선(전류가 흐르도록 동각선을 감는 것), 철심 적층(규소 강판을 치수대로 절단하고 쌓는 것), 본체 조립(적층된 철심에 권선을 삽입하고 전기적 회로 구성), 진공건조(본체의 수분 제거), 탱크 삽입(건조된 본체를 탱크 안에 넣고 용접), 총조립(절연유 주입과 탱크 외부 각종 기기 설치), 최종시험 단계로 이뤄진다. 이 중 수분 제거 작업은 진공건조 공정에서 한 번, 탱크 삽입 후 또 한 번 등 총 두 번에 걸쳐 이뤄진다.

진공건조는 본체 조립이 끝난 변압기를 진공건조로(VPD·Vapor Phase Drying)라는 설비에 넣고 5일간 실시한다. 진공 상태에서 가열과 진공을 반복 교차하며 수분을 없앤다. 154㎸ 변압기의 경우 VPD 진공건조가 끝나면 100리터(L)의 수분이 빠져나온다. 최 팀장은 “VPD는 초고압 변압기 사업을 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설비로, 현재 부산사업장에 2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VPD 진공건조 후 변압기를 탱크 안에 넣으면 수분을 또 흡수한다. 이때 진공 호스를 연결해 탱크 안의 수분을 추가로 빼내는 것이다. 그다음 절연유를 넣고 외부 기자재를 조립하면 변압기가 완성된다.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1생산동 내 주황색 문이 내려온 진공건조로(VPD·Vapor Phase Drying) 앞에 제작 중인 변압기가 놓여져 있다./김남희 기자

현재 1생산동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간 2000억원 규모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사업장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1생산동 옆 1만3223㎡ 부지에 2생산동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이날 뜨거운 햇볕 아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2생산동은 VPD 2기와 조립장, 시험실, 용접장 등 전 생산공정을 갖출 예정이다. 오는 9월 완공되면 내년 LS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1생산동과 2생산동을 합쳐 40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1생산동에서 변압기 생산을 위한 철심 적층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남희 기자

LS일렉트릭은 중저압 변압기 비중이 컸던 포트폴리오를 초고압 변압기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데이터센터 투자와 전력 소모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AI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라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한다. 특히 오픈AI의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전력 사용량이 더 많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해 배전반(전기 배분 장치), 전선 등 전력 인프라와 시스템 시장의 호황이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S파워솔루션 울산공장의 초고압 변압기 시험 시설. /김남희 기자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4월 KOC전기를 인수했다. 이후 LS파워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LS파워솔루션 울산공장은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LS파워솔루션은 국내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154㎸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며 한국전력에도 납품하고 있다.

LS파워솔루션 울산공장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제작 중인 모습. /김남희 기자

LS파워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울산공장 증설을 완료해 초고압 변압기의 연간 생산능력이 1000억원으로 3배 늘었다. 김현일 LS파워솔루션 전무는 “초고압 변압기를 개발하기 전에 주로 대기업 제품을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다른 대기업의 장단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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