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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과 일부 국무위원이 3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오는 4월18일 임기가 끝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 지명을 요구했다. 정부·여당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이라 판단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은 방치하거나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모순된 행태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향방을 염두에 둔 정치적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상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정부에서 임명 관련 청문회 개최 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2차 탄핵을 추진하면 문·이 헌법재판관 후임자 지명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최근 국무총리실에 문·이 헌법재판관 후임자 지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대선 시 여권 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한 권한대행이 조속히 두 재판관 후임을 지명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폭거를 막으려면 한덕수 대행이 문·이 재판관의 후임을 빨리 지명해야 한다”며 “(이는) 헌정질서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응급조치”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이 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것에 비춰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미임명을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김정재 헌재 사무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마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 “(앞서 헌재가 위헌이라고 밝힌) 취지에 따라 헌법 절차가 작동되길 원하고 있다”고 임명을 촉구하는 취지로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고 하면서 후임 헌법재판관은 임명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건 별개의 사안”이라며 “마 후보자는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임명이 아니라 사퇴”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후임자 지명을 요구하고 나선 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두 재판관 퇴임 전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문·이 헌법재판관 후임 지명은 국회, 대법원장이 아닌 대통령 몫이다. 한 권한대행이 여당과 가까운 보수 성향 인사들을 후임으로 임명하면, 헌재에 보수 성향 재판관이 늘어나 향후 탄핵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복귀 음모’라고 반발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는 4월18일 이후에 한 권한대행이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게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윤 대통령의 복귀 음모와 맞닿아 있고, 제2의 계엄령을 획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후임자 지명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총리실은 야당의 반발을 감안해 문·이 헌법재판관 퇴임 전 후임자 지명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권한대행에게 후임자 지명 권한이 있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추천 몫 후임자를 지명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후임자 임명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대통령 몫 후임자 지명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그대로 임명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인사권 행사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초선의원 전원, 방송인 김어준씨 등 72명을 내란음모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며 국무위원 ‘줄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권력이 행정 권력을 침탈하는 것”이라며 “국가기관의 정상적 권능 행사를 장기간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모의·결의한 만큼 내란음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해 임의적으로 재판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단호하게 맞서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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