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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지연된 명품 플랫폼 발란, 기업회생절차 신청
과도한 마케팅 비용·명품 소비 저하 영향
발란 측은 “매각 병행” 한다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사업모델 수익성도 부족

명품 플랫폼 발란이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 중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발란의 미정산 대금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 사태란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가 재정 악화로 1조3000억원의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4만8000개 업체가 피해를 본 사건이다.

국내 대표 명품 플랫폼 중 하나인 발란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시들해진 명품 소비에 따라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발란 측은 위기 극복을 위해 인수합병(M&A) 병행 카드를 내밀었지만, 사업모델의 수익성 한계 탓에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우 김혜수를 앞세운 발란의 광고. /발란 제공

발란은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법원 결정에 따라 발란의 모든 채무는 일시 동결되고, 채권자들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를 받게 된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파트너들(입점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명품 소비 저하가 발목 잡아
발란은 앞서 입점 업체에 대한 정산 계획안 일정을 번복하고 실행하지 않으면서 미정산 논란에 휩싸였다. 발란은 최근 화장품 유통 기업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일부터 정산을 중단했다. 당초 28일 입점 파트너사들에게 정산금 확정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실행되지 않았고 같은 날 결제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미정산 금액이 1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300개에 이르는 입점 업체들과 월평균 거래액 300억원 규모를 감안할 때 여파는 클 전망이다.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와 전개 추이가 비슷해 입점 셀러(판매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당초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국내 명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2021년에는 월 거래액 572억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600만명, 월 신규 앱 다운로드 40만건을 기록하며 리테일(유통) 서비스 앱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성장세를 반영해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해 대대적인 광고를 펼쳤다. 발란의 대중적 인지도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때 경쟁사인 머스트잇·트렌비 등을 견제하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것이 결국에 독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속 없는 외형 확장 시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발란은 경쟁이 심한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인해 명품 플랫폼 수요가 줄었다. 실적 때문에 할인율 20~30% 쿠폰을 부리는 파격적 할인 행사 등도 펼쳤지만 단기적으로 매출만 끌어올렸을 뿐, 장기적으로는 적자를 키운 원인이 됐다. 발란은 정산 지연 사태가 시작된 후에도 할인 쿠폰을 남발했다.

발란은 2021년에 광고선전비만 약 190억원, 2022년엔 약 3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를 더 썼다. 이러한 과도한 마케팅 투자로 인해 영업적자가 확대됐다. 발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적자를 쌓아왔다. 누적 적자는 총 700억원이 넘는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64억원, 2021년 186억원, 2022년 374억원, 2023년 100억원 규모로 2023년을 제외하면 매년 적자 폭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 규모이던 현금성 자산도 수십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최형록 발란 대표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수익성 한계 뚜렷한 사업모델 고집
발란의 실패는 예견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경쟁사인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명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비슷한 재정 위기 상황에 부딪히자 수익성을 위해 사업모델을 변경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 1위 머스트잇은 서울 압구정 사옥을 팔고,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트렌비는 중고 명품 거래 위주로 사업 모델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발란의 경우 사업 모델 변화 없이 투자 유치에만 집중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오히려 “올 게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자체가 수익성이 없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발란은 입점한 셀러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중개 수수료 외엔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었다. 코로나19가 끝나 명품 시장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자 직격탄을 맞게 됐다.

발란 측은 기업회생절차와 M&A를 병행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발란의 목표로 ▲회생 인가 전 인수자 유치 ▲미지급 채권 전액 변제 ▲안정적인 정산 기반과 거래 환경 복원 ▲파트너와의 거래 지속 및 동반 성장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이 같은 목표가 순탄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발란의 매출은 392억원, 영업손실은 99억원이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M&A 전망 부정적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위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불리는 명품 플랫폼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진행한 과도한 마케팅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한계를 맞았다. 쿠팡처럼 시장을 독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받은 돈만 다 써버린 것”이라며 “수수료 외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는 사업이라 투자 시장 분위기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이미 투자한 실리콘투 주주들도 잘못된 투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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