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상식 저버리고 선고 지연” 4차 시국선언
31일 낮 서울 관안구 서울대 본관 앞에서 교수와 연구자들이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4차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교수·연구자 702명이 모여 헌재를 향해 조속한 탄핵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31일 낮 12시께 서울대 대학본부 행정관 앞에서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판단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라고 일갈하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파괴행위임이 자명하고, 탄핵 심판의 지연이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헌재는 절대다수 국민들의 상식과 기대를 저버리고 선고를 지연하고 있다”고 헌재를 비판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12·3 내란사태 뒤 네 번째 나온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의 시국선언으로, 702명의 교수·연구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학교 정문. 서울대 누리집

교수들은 헌재 선고가 지연될수록 국가적 손실과 국민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헌재의 심판 지연으로 비정상적인 ‘대행 정부’ 체제가 장기화돼 대한민국은 정치·외교·사회·경제 전 부문에 걸쳐 점점 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며 “헌재는 민생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아우성과 생계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중소상공인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정부가 부재한 지금, 미국과의 협상 창구는 마비된 상태이며 위기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선고 지연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음모론과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도 우려했다. 교수들은 “극우 단체들은 재판관, 정치인, 시민사회, 특정 국가와 민족을 향해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고, 헌정기관과 그 구성원을 ‘공산세력’, ‘간첩’,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는 망상을 사실인 양 확산시키고 있다”며 “석방된 윤석열과 내란 관련자들은 수사에 개입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고 있으며, 사법 정의가 훼손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이 왜곡되고 책임이 회피될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했다.

31일 낮 서울 관안구 서울대 본관 앞에서 교수와 연구자들이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4차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이들은 “대한민국 헌정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라고 믿어 온 헌재가 이토록 명백하고도 확실한 위헌행위조차 심판하기를 주저한다면, 국민들은 이 나라의 사법체제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될 것이며, 이 나라의 법치는 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헌재의 신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이어 “헌법재판관은 정치적 고려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헌법의 명령과 양심에 따라 정의롭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헌재는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더 이상 관망하지 말고 절대다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속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4차 시국선언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한다!

힘들고 참혹한 나날들이다. 남도 산하를 뒤덮은 산불로 인해 애써 가꾼 금수강산의 허파가 하루아침에 시커먼 재가 되고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재해 극복 노력에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공할 화마의 엄습만큼이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현실이 작년 12월 3일 이래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몇 달째 헌재의 파면 선고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온 국민들의 가슴 속은 하루하루 시커멓게 타들어가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다.

이 판단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전시나 사변이 아님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군대를 투입하여 국민의 주권기관인 국회를 침탈했으며, 계엄포고령 1호로 국회와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하나하나가 모두 헌법과 계엄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며, 어느 것 하나만으로도 즉각 파면되어야 할 헌정질서에 대한 파괴행위임이 명약관화하다. 이 판단이 그렇게나 오래 끌 일인가? 헌재의 선고가 지연될수록 국가 리더십의 총체적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국가적 손실과 국민적 고통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헌재는 민생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아우성과 생계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가?

헌재의 심판이 지연되고 비정상적인 ‘대행’ 정부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대한민국은 정치·외교·사회·경제 전 부문에 걸쳐 점점 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정책과 관세 인상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고, 국내 공급망과 지역경제는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정부가 부재한 지금, 미국과의 협상 창구는 마비된 상태이며 위기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지연되면서 국민 간의 정치적 갈등이 격화되고, 공동체의 연대가 근본부터 위협받고 있다. 극우 단체들은 재판관, 정치인, 시민사회, 특정 국가와 민족을 향해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고, 헌정기관과 그 구성원을 ‘공산세력’, ‘간첩’,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는 망상을 사실인 양 확산시키고 있다. 각종 극단주의, 음모론, 선동을 키우며 사회를 분열시키고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석방된 윤석열과 내란 관련자들은 수사에 개입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고 있으며, 사법 정의가 훼손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이 왜곡되고 책임이 회피될 위험은 커지고 있다. 권력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법 집행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법치주의와 법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있으며, 사법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파괴행위임이 자명하고, 탄핵 심판의 지연이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음이 명백함에도, 헌법재판소는 절대다수 국민들의 상식과 기대를 저버리고 선고를 지연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래 혼돈의 사회상과 피폐해진 일상을 어렵사리 견뎌온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 많은 국민들은 헌재가 이러한 국가위기 상황을 신속히 해소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장기화시키는 중대한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부 헌법재판관이 치졸한 정치적 술수로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고 내란세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헌정을 수호해야 할 기구가 오히려 내란을 연장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헌정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라고 믿어 온 헌법재판소가 이토록 명백하고도 확실한 위헌행위조차 심판하기를 주저한다면, 국민들은 이 나라의 사법체제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될 것이며, 이 나라의 법치는 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다. 정녕 헌재는 대한민국의 법치질서를 하루아침에 불쏘시개로 만들고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망동을 자행하고자 하는가?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파면선고가 내려질 것임에 대해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한 일이지만, 만약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민 절대다수의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궤변으로 윤석열을 대통령 직위에 복귀시킨다면 국민 절대다수는 이 나라 법비들의 전횡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배신감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도 헌법재판관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만일 헌법재판관들이 헌법과 주권자를 능멸한다면 주권자들이 직접 나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정의롭고 준엄한 판단과 신속하고 단호한 선고는 그동안 누적되어 온 국민의 불안과 근심, 사회적 갈등과 혼란, 국가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오남용하지 말고, 헌법에 의해 부여된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헌법재판관은 정치적 고려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헌법의 명령과 양심에 따라 정의롭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더 이상 관망하지 말고 절대다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속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 모두의 염원을 담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2025. 3. 31.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일동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472 한미 외교차관 통화…'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美의지 재확인 랭크뉴스 2025.04.02
47471 美, 英 '표현의 자유'에 우려 표시…"무역협상에 연계" 보도도 랭크뉴스 2025.04.02
47470 경찰에 "사람 죽었다, 칼 든 거 봤다" 거짓 신고한 50대男, 결국 랭크뉴스 2025.04.02
47469 전국 의대생 96.9% 복귀 완료…인제의대 370명은 '제적 예정' 랭크뉴스 2025.04.02
47468 러, 美 우크라 해법에 불만…"근본 원인 다루지 않아" 랭크뉴스 2025.04.02
47467 위기의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 애경산업 판다 랭크뉴스 2025.04.02
47466 리투아니아서 실종된 미군 4명 모두 사망 랭크뉴스 2025.04.02
47465 EU, 국방비 조달 '영끌'…'경제격차 해소' 예산도 활용 추진 랭크뉴스 2025.04.02
47464 美합참의장 후보자 "미군 주둔 美전략이익 맞춰 평가할 것" 랭크뉴스 2025.04.02
47463 오픈AI, 챗GPT 가입자 5억명 돌파…3개월만에 30% 이상 늘어 랭크뉴스 2025.04.02
47462 尹, 朴과 달리 8차례 직접 출석해 변론… 더 격해진 반탄·찬탄 랭크뉴스 2025.04.02
47461 "이렇게 모였네"…김부겸 부친상서 이재명·김부겸·김동연 '한자리' 랭크뉴스 2025.04.02
47460 산불에 노인들 업고 뛴 외국인… 법무부, 장기거주 자격 검토 랭크뉴스 2025.04.02
47459 강의실·도서관에 의대생 발길… 교육부 “복귀율 96.9%” 랭크뉴스 2025.04.02
47458 교육부 "의대생 복귀율 96.9%…인제대 370명은 제적 예정" 랭크뉴스 2025.04.02
47457 건물 외벽 무너져 車수리비만 무려 '1300만원'…건물주는 "저 아닌데요" 랭크뉴스 2025.04.02
47456 美합참의장 후보 "北핵능력 주목할만한 진전…한미일 협력 지지"(종합) 랭크뉴스 2025.04.02
47455 ①헌재 데드록 ②이재명 무죄… ‘尹 복귀’ 자신하는 국민의힘 랭크뉴스 2025.04.02
47454 '김수현 방지법' 청원 하루 만에 2만명 동의…"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해야" 랭크뉴스 2025.04.02
47453 덜 내고 덜 받는 5세대 실손… 1·2세대 강제전환 안한다 랭크뉴스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