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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노동자 추모하는 건설노조. 경향신문 자료사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여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받게 된 것을 두고 노동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생명권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한 판단”이라고 했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재계의 반대가 높은 상황에서 법원이 헌재에 위헌 여부를 묻기로 하면서 현장에 법이 안착하기도 전에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부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수용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점점 자본화·거대화하는 산업계에서 기업 경영자가 전 사업장의 모든 공정을 세세하게 알기 어렵고 모든 공정을 직접 통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위헌법률심판은 국회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가 여부를 심판해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효력을 상실케 하는 제도다. 그동안 중소기업 단체나 소상공인 등 사건 당사자가 직접 헌법소원을 낸 적은 있지만 법원이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대형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해 2022년 1월 처음 시행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산재 예방의무가 미흡해 노동자가 죽었는데 원청사용자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는 게 큰 처벌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걸 법원이 이유 있다며 헌법소원청구를 받아 준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헌재에서 중대재해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이 명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현행법의 취지와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외면한 것이며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의 생명권보다 우선시하는 위험한 판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의무를 강제하는 법률의 효력을 악화시킴으로써 사법부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보다 기업 편향적 이윤 논리에 따라 판단함을 또한번 보여준 결정”이라며 “사회에서 안전 무관심을 조장하고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서는 당장 법을 개편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지속된 중대재해법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며 “법을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 또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도 다시 한 번 야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중대재해법으로 실형 선고가 나온 경우도 별로 없고, 그간 법 해석에 무리 없이 중대재해법 관련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지법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오히려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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