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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 TDF 인정받으면 퇴직연금 한도 미적용
운용사로선 적격 상품 인정에 사활 걸어
‘분산 투자’ 위해 여러 시장 투자해 왔는데
미래에셋, TDF 치우친 구조로 새로운 시도
금감원 “문제 없다”지만… 고용부 “다시 논의하겠다”

퇴직연금은 비교적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위험 자산 투자 한도’가 있는데, 최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관련 규제를 교묘하게 비껴가는 상품을 인정해 자산운용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TDF2045 ETF’다. 퇴직연금엔 깨질 가능성이 높은 주식형 상품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으나 이 상품을 활용하면 그 비중을 93%로 끌어올릴 수 있다.

퇴직연금에서도 특정 지수에 베팅할 수 있게 되자,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미래에셋의 전략을 따라 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정 종목의 비중을 키운 상품의 출시는 예정된 수순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연금 ‘몰빵(한 시장·종목에만 투자)’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출시된 TIGER TDF2045 ETF는 ‘적격 타깃데이트펀드(TDF)’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TDF여도 주식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래는 퇴직연금 자산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었는데, 이를 고친 게 2018년 도입된 적격 TDF 제도다. 일정 조건만 맞추면 TDF만으로 퇴직연금 자산을 모조리 채울 수 있게 했다.

그 조건은 ▲가입 기간 동안 주식 투자 비중 80% 이내 ▲예상 은퇴 시점 이후 주식 투자 비중 40% 이내 등이다. 그간 여타 자산운용사는 분산 투자라는 퇴직연금의 취지를 고려해 전 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하거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이나 중국 CSI100을 담더라도 그 비중은 20%를 넘지 않게 했다. 가장 치우치게 포트폴리오를 짠 키움자산운용도 S&P500을 40% 이하로 가져갔다.

그래픽=정서희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적격 TDF를 설계하면서 S&P500만 79% 담았다. 적격 TDF의 요건인 주식 80% 이하를 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인 2045년에 S&P500 투자 비율을 39%로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이 역시 이유가 있다. ‘예상 은퇴 시점 이후 주식 투자 비중 40% 이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퇴직연금감독규정을 어긴 건 아니지만 업계에선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 시장에 있는 모든 사업자가 몰라서 미래에셋 같은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TDF라는 비히클(수단)을 그렇게 써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S&P500에 집중한 상품으로 ‘퇴직연금 자산 100% 가능’ 요건을 맞추고 싶었다면 TDF가 아닌 ETF로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집중 투자에 적합한 비히클은 TDF가 아닌 ETF라는 뜻에서다. 퇴직연금 자산에 100% 투자할 수 있는 ETF는 주식 비중을 50% 이내로 가져가야 한다. 즉 ETF로 했으면 S&P500을 49%까지만 할 수 있는데 TDF를 통해 79%까지 끌어올렸단 얘기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퇴직연금감독규정 해석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식 비중을 80%를 넘기지 않으면 적격 TDF로 인정되니 개인 투자자가 좋아하는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단일 종목 TDF를 내놓을 수 있다. 또 투자자의 은퇴 시점 이후에만 주식을 40% 이하로 떨어뜨리면 되는 만큼 TDF2045라면 2044년까지 주식을 79% 가져가다가 2045년에 39%로 낮춰도 된다.

조선DB

물론 S&P500은 장기적으로 성적을 입증해 온 지수라 다른 단일 종목과 다르다는 의견이 있다. 기업 사이즈가 커도 유동성, 연속 흑자 등의 조건을 맞춰야 S&P500에 편입될 수 있고, 편출 조항도 깐깐하다. 워런 버핏이 아내의 노후자금 운용과 관련해 “90%를 S&P500으로 채우라”라고 한 것에서 보듯 상당수 외국인이 연금 종목으로 담고 있기도 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S&P 지수에 투자하는 게 곧 분산 투자를 의미하기에 기존 TDF ETF와 차이가 없다”며 “퇴직연금 규정을 준수하며 앞으로도 연금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TDF를 심사한 금감원 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은 규정을 지켰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 출발은 79%여도 은퇴 시점엔 주식 비중이 40%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S&P500라는 기초자산을 선택해서 TDF 심사를 통과한 게 아니라 ‘주식 80% 이내’라는 조건을 맞춘 것에 집중했다. 즉 나스닥100 등 여타의 지수나 종목에 집중한 TDF도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퇴직연금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금감원과 생각이 다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나온 지적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금감원과 다시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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