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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야산이 산불로 인해 검게 변해 있다. 연합뉴스

불을 지르는 행위는 불을 낸 위치에 따라 처벌 규정이 다르다. 사람이 생활하는 반경의 건물·시설에 불을 지르면 형법으로 처벌하지만, 산불은 산림보호법으로 따로 처벌한다.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도 처벌받는다.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나 과실로 인하여 자기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 산림보호법 53조 5항에 따라서다.

산림청에서는 경북 산불 확산 이후 꾸준히 불씨 취급을 주의하라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 중이다. 중앙포토



①‘과실’ 입증하려면…불씨 주의 의무 있나? (O)
그간 산림보호법상 실화 사건에서 법원은 계절, 날씨, 산림과 근접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실을 판단해왔다. 특히 불이 번지기 쉬운 건조한 봄철에는 ‘산불이 발생하지 않게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이 대부분 인정된다.

2022년 2월 강원도 동해시에서 집 앞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운 뒤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고 자리를 비운 사이 큰 불로 번지게 한 A씨에게 법원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당시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봄철이고 ▶건조주의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 ▶언론에서도 실화로 인한 산불 보도가 계속됐고 ▶불 피운 장소 인근에 산림이 있으니, A씨에게 “불씨가 바람에 날려 옮겨 붙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소각 이후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철저히 확인하는 등 산불 발생 방지를 위한 예방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자기 소유 논밭에서 잡풀·쓰레기를 태우다 산불로 번진 사건도 비일비재한데, 여기서도 “바람, 습도 등 기상 여건을 감안하여 불이 번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불씨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 소화기, 방화수 등 소화장비를 충분히 준비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쇠파이프를 절단하며 튀는 불꽃, 화목보일러의 재 청소 등 관리도 주의의무가 인정된다. 2020년 5월 고성 산불의 원인이 된 화목보일러 주인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반면에 2019년 4월 고성‧속초 인근 전신주가 꺾이며 시작된 대형 산불에선, ‘전신주 관리 미흡이 일부 있었던 것은 맞지만 한전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긴 어렵다’며 한전 직원들은 형사처벌을 면했다. 다만 이후 손해보험사가 한전을 상대로 ‘보험료를 돌려달라’며 구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선 ‘관리 부실이 인정된다’며 일부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단이 나왔다.



②CCTV도 없는 산속...본인 부인하면 입증은?
CC(폐쇄회로)TV가 빼곡하게 깔린 도심과 다르게, 불이 시작되는 논밭이나 산 속은 정확한 영상증거는 대체로 확보하기가 어렵다. 피의자가 자백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부인할 경우, 인근에서 발견된 라이터 등 증거물과 주변인들의 증언 등 정황증거를 종합해 신빙성을 따져보게 된다.

2023년 3월 경남 하동에서 거름 삼아 뿌린 재가 화재로 번져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B씨는, ‘며칠 보관한 재라 불씨가 없는 재였고, 발화지점 아닌 다른 곳에 버렸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여러 증거를 합쳐본 뒤 B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019년 4월 강원도 강릉 산불은 불법건축물 신당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 ‘신당 내에서 시작됐지만 전선 합선 등 원인이 명확치 않다’고 나타나 무죄가 내려지기도 했다.



③각종 문화재 소실, 문화재보호법 위반도 처벌 가능
이번 경북 산불로, 보물로 지정된 의성 고운사 연수전 등 국가유산청 공식 집계 총 30건 국가유산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문화재보호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2023년 2월 경주 선덕여왕릉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다른 무덤에서 향을 피우다 경주시 야산을 태운 E씨는 문화재보호법 및 반복적 범행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④형사소송이 끝 아니다… 실화자에 손배소 가능할까
향후 발생한 피해액에 대해 피해 당사자 또는 국가, 손해보험사 간에 민사소송도 예상된다. 국가가 화재 원인 유발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종종 있다. 다만 불을 끄는 데 든 소방시설, 인력에 대한 비용은 ‘소방기본법 및 산림보호법에 따른 국가의 의무이며, 그 비용은 스스로 지출해야 한다’며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009년 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대한 과실로 인한 실화가 아닐 경우 손해배상액을 법원이 경감해 판결할 수 있고 대체로 ‘중대한 과실이 아니다’며 법원이 손해배상청구액 중 일부를 깎아 판결하는 경우가 많다. ‘산림의 나무가 일부 자연적으로 자라났으니 90%만 배상하라’고 한 경우도 있다.

드물게 ‘중대한 과실’ 이라며 청구액을 그대로 배상하라는 판결도 있다. 2016년 충북 제천시에서 무속인의 권유에 따라 산소에서 부적을 태우던 중 돌풍으로 화재가 난 C씨 사건에서, C씨 측 보험사는 ‘자연의 기여도를 빼고 C씨의 책임은 50%’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중대한 과실”이라며 배상액을 경감하지 않았다. 2020년 충남 논산시에서 성묘 후 오징어를 구워먹다 불을 낸 D씨의 경우도 인근 산을 소유한 종중에게 피해액 전액을 물어줘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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