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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10조 필수 추경안' 공개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 추진
예비비 논란 피해 초안 만들었지만
여야 정쟁에 국회 합의 쉽잖을 듯
최상목(왼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경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산불 등에 대응하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고 밝혀오던 정부가 태세 전환에 나섰지만, 추경안에 담을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규모를 두고 국회 협의라는 최종 관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며 “4월 중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추경과 관련해 여야 협상이 이뤄진 뒤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산불로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재정 소요가 커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산불 대응과 취약 서민·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이 추경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지만 실제 예산 집행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경 심사권을 쥔 여야가 추경의 내용과 규모를 두고 정쟁을 벌일 가능성이 큰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4월 내에는 반드시 추경을 통과시킨다는 식의 빅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추경안에서 주목할 것은 정부가 ‘예비비’ 논란을 우회해 여야의 이견이 없는 사업을 중심으로 일단 초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민관이 산불 피해 복구, 통상 리스크 등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만큼 재정 측면에서도 기존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신속한 추가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이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 원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여야 합의가 이뤄진 후 추경안 제출이라는 원칙을 고수해왔으나 최 부총리가 직접 피해 현장을 둘러본 뒤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추경안은 어차피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는 예산 당국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최 부총리가 산불 현장을 방문한 뒤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하면서 일단 한발짝 물러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야를 설득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필수 추경’이라는 용어다. 정쟁을 뛰어 넘어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재정만 선별적으로 추려내 빠르게 추진하자는 취지다. 이 가운데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은 2월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여야가 추경의 큰 원칙으로 합의한 바 있다. 실제 정부는 여야가 책임론을 내세우며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예비비 등 주요 사업에 대한 구체적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산불을 계기로 추경론에 일단 재시동이 걸렸지만 추경이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예비비를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국민의힘은 재난 대응 예비비 증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번 산불 피해뿐 아니라 장마와 태풍 등 재난·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예비비를 2조 원가량 증액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에서 야권의 ‘예비비 삭감’을 부각하겠다는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예비비로도 이번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편성돼 있는 예비비가 아직 사용되지도 않았고 부처별 가용 예산이 남아 있다는 점을 들어 여당의 예비비 추경 요구에 부정적이다.

AI 경쟁력 강화와 민생 지원의 경우 큰 방향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공방이 예상된다. 우선 컴퓨터 그래픽저장장치(GPU) 등 AI 인프라 확충 예산과 관련해 여당은 2조 원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5조 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생 지원도 입장 차이가 크다. 여당은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취약 계층 등으로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역화폐 지급 예산 13조 원을 포함해 소비 진작 4대 패키지에만 18조 원을 배정했다.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추경안에 대해 부정적인 것도 변수다. 민주당은 이날 ‘만시지탄’이라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제시한 10조 원 추경이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추경을 뒷북 제출하면서 급하니 국회 심사 과정을 생략해달라는 태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구체적 추경안이 추경의 목적에 부합하고 민생 경제 회복과 성장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추경은 구체적 내용도 빠진 채 규모도 턱없이 적다”며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이 지역화폐 등을 제안하면 그 내용까지 반영해 추경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며 “현 정부는 긴축과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정부가 앞서 큰 규모를 제안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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