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탄핵 현실화되면 국정 '올스톱'
마은혁 임명해도 '선고 지연' 우려
임기 만료 재판관 공백 막는 법 추진
선고 미루는 '헌재' 향한 비판도 거세
마은혁 임명해도 '선고 지연' 우려
임기 만료 재판관 공백 막는 법 추진
선고 미루는 '헌재' 향한 비판도 거세
박찬대(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가 '국정 마비' 사태를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버티며 임명을 미루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을 넘어 국무위원 연쇄 탄핵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빼들었다. 정부 기능을 아예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초강경대응이 아직 당의 확정된 입장은 아니지만, 박찬대 원내대표는 내달 1일을 시한으로 못 박으며 "중대 결심"을 예고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마냥 늦어지면서 조급해진 여야가 사생결단으로 맞서며 정국 혼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30일 "구체적 실행계획은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이틀 전 당내 초선 의원들이 제기한 내각 총탄핵 주장과 일단 선을 그었다. 동시에 “혼란을 막기 위한 모든 행동을 다 할 것”이라며 연쇄 탄핵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 대행을 시작으로 최상목 부총리, 이후 정부 의전서열에 따라 마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각 부처 장관들을 차례로 탄핵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가기관을 강압해 그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 문란”이라고 반박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초선 의원 등 72명을 내란 음모 및 내란 선동죄로 31일 고발할 방침이다.
野, 마은혁 임명에 왜 사활 거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 대행이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건 불과 1주일 전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재차 탄핵으로 압박하는 건 과도한 조치로 비친다. 탄핵 사유도 앞서 ‘헌법재판관 미임명’으로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실제 탄핵에 나선다면 상당한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강행하려는 건 마 후보자 임명에 사활이 걸렸기 때문이다. 우선 '위헌 상태' 해소를 이유로 든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한 대행 탄핵을 다시 추진해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이유는 ‘윤 대통령 복귀 프로젝트’라는 의구심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달 18일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고의로 지연해 헌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1명이 공석인 8인 체제에서 재판관 2명이 빠진다면 6명으로 줄어 헌재는 탄핵 결정에 필요한 7명조차 채울 수 없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이후 한 대행이 대통령 몫인 2명의 재판관을 임명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결정을 만들어내려는 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인용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이 필요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 임명에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친윤석열계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규탄했다. 당 지도부도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마은혁 임명돼도...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하지만 민주당 바람대로 마 후보자가 임명된다 해도 윤 대통령에 대판 ‘조속한 파면 선고’를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은 마 후보자 합류로 변론이 재개될 경우 추가로 한 차례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지난달 공판 갱신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한 것이 근거다. 재판부가 바뀔 경우 갱신 절차에 수개월씩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녹음파일을 모두 듣지 않고 녹취록 열람 등의 방식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형사법 절차는 헌재 심판에도 준용된다.
다만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관들의 몫이다. 일부 재판관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간이 더 지체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정식으로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뜩이나 늦춰진 선고에 대해 헌재가 또다시 지연할 명분이 생긴다. 또한 마 후보자가 본격 합류하기도 전에 두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 물러날 수도 있다.
이에 민주당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채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재판관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달 18일까지 헌재가 결정을 못 내려도 현재의 8인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마 후보자가 뒤늦게 표결에 참여해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면, 반대로 강성 보수 지지층의 '탄핵 불복'에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혼란 키우는 헌재 향한 '책임론'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3월 헌법소원 심판 등 일반 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국정 혼란이 가중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선고를 차일피일 미루는 헌재를 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됐는데도 이미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례를 살펴보면 탄핵심판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걸렸다.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시작해 이미 100일을 넘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