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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다. 침체된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는데, 역대 최대의 산불 피해까지 발생하며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여야의 정치적 갈등을 피해 국회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큰 사업부터 내세우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추경 사업으로는 ▶재난·재해 대응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먼저 이번 산불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며 “이번 사태와 같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진화 체계 고도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또 이번 추경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수출기업에 대해 무역금융과 수출바우처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 지원도 확대한다. AI 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예산도 포함할 계획이다.

내수 부양 대책도 담는다. 소상공인 경영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서민의 소비 여력을 확충하는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통해 추경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18일 여야 원내대표가 정부에 추경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이후에도 기재부는 딱히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여야가 합의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추경 예산을 편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여야의 벼랑 끝 대립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추경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역대 최악의 산불이다. 추경을 편성하기로 긴급히 선회한 배경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산불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했고, 피해 복구와 재난 예방을 위한 추가 재정 투입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 추경 사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여야가 세부 내용을 두고 맞서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산불 복구뿐만 아니라 소비 쿠폰·캐시백·지역화폐 등 소비 진작 패키지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삭감된 예비비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규모와 ‘필수 추경’이란 이름에서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10조원은 야당이 주장했던 30조원이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안한 15조~20조원보다 규모가 작다. 꼭 필요한 사업만 담아 최소한의 규모로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적 재난 대응에 여야 모두 이견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정부가 특히 초점을 맞춘 건 속도다. 최 부총리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증액이 추진된다면 정치 갈등으로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다”며 “4월 중에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민간 경제 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도 약 10조원의 추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대규모 자연재해를 겪은 영남 경제권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추경 편성과 집행을 통해 적시성을 확보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경제성장률 2%를 달성하기 위한 추경 규모가 9조8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을 편성한다고 발표하면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금부터는 내용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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