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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3700여명…경북도, 긴급주거시설 우선 공급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 임시 대피소 모습. 김규현 기자

“옛날 어른들 말 중에 ‘똥집’이라도 ‘내 집’이 제일 낫다 캤제. 그 말이 딱 맞다카이”

30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 임시대피소에 만난 배말자(68)씨는 이렇게 말했다. 의성군 단촌면 하와1리에 사는 배씨 부부는 지난 25일 밤 불이 집까지 번져 이곳으로 대피해 온 뒤 엿새째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체육관 실내에는 단열포를 깐 바닥 위로 작은 텐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지난 28일 주불이 잡히면서 일부 주민들이 집으로 떠나자 텅 빈 텐트도 곳곳에 보였다. 하지만 집이 몽땅 타버린 배씨 부부는 임시주택이 마련될 때까지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배씨의 텐트에는 행정당국이 가져다준 이불과 생수, 음료수, 빵, 비상약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암만캐도 씼는기 제일 불편하지. 밤에 잘라꼬 눈 깜으면 잠도 안 와.”

그는 눈을 감으면 불을 피해 집을 떠나오던 상황이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불길이 순식간에 집을 덮치면서 배씨 부부는 차를 끌고 급하게 읍내로 대피했다. “불떵거리가 내 옷에 붙어가 막 털어 내민서 나왔다 카이. 눈만 깜으면 그날 생각이 나. 집은 저래 됐어도 사람 안 다쳤으이 천만다행이지. 우울하게 있지 말고, 힘 낼라꼬.”

경북 안동시 운흥동 안동체육관에서 지내는 김동예(90)씨의 텐트의 모습. 옷가지와 얇은 이불이 김씨가 가진 전부다. 이준희 기자

“밤에 날씨가 갑자기 추버가 잠을 몬 잤어. 두꺼운 이불이 좀 있으면 좋겠는데….” 안동시 운흥동 안동체육관에서 만난 김동예(90)씨가 꽃샘추위 탓에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에 사는 김씨도 화재로 집을 잃어 나흘째 이곳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이날 대피소에는 대형 텔레비전에서 산불 관련 소식이 계속 나왔다. 주민들은 의료 지원을 나온 안동의료원과 안동시보건소의 진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면서도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에 사는 남혜자(85)씨는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특별히 부족한 점은 없지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언제 돌아갈지 알 수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간 주민들도 잔불이 되살아날까 봐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 29일 새벽 안동시 남후면 등 곳곳에서 산불이 재발화했다. 남후면과 가까운 일직면 송리리에서 만난 이분자(86)씨는 “며칠 전에도 안동체육관으로 대피했다가 왔는데 또 불이 났다고 한다. 걱정 때문에 온몸이 아플 지경”이라며 “이제는 다시 (대피하러) 갈 기운조차 없다”고 했다.

한때 3만4000여명이 대피했던 경북 북부에서는 30일 현재 안동 1978명, 의성 389명, 청송 647명, 영양 33명, 영덕 726명 등 3777명이 임시 대피소 118곳에서 지내고 있다. 이 가운데 639명은 정부·기업 연수 시설, 호텔·리조트 등으로 옮겼다. 이번 산불로 전소한 주택만 3300여채에 이른다.

임시조립주택 모습.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우선 공급 가능한 임시조립주택 26동과 긴급주거시설(모듈러주택) 100동를 안동 등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체육관 등에 지내는 주민들이 긴급주거시설 또는 정부·기업 연수 시설 등으로 선택해 거처를 옮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오후 경북도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임시조립주택을 마련하는데 2개월가량 걸린다. 농사철이라 농민들이 최대한 빨리 집과 가까운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긴급주거시설 1500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산불을 계기로 이재민 대책도 선진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체육관 등에서 오래 지내지 않도록 이번에 마련한 긴급주거시설은 각 지자체가 보관하며 앞으로 재난 발생 즉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휴양림 등 시설은 재난 상황에서 선진 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식량 위주의 구호물품도 옷, 생필품, 이불 등 준전시 수준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한 야산에서 난 불은 25일 오후 강한 돌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4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큰 피해를 낳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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