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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 만 복귀 후 광폭 행보... 정부도 '활기'
최상목 껄끄러웠던 용산, 韓 복귀에 반색
美 관세 전쟁부터 마은혁 임명까지 난제 산적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 참석하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드디어..."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 결정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에 복귀한 24일,
한 대행이 소집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유독 흐뭇한 미소를 짓는 사람
이 한 명 있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해도 한 대행의 역할을 대신했던 '대대행'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원래의 경제사령탑 업무 만으로도 막중한데, 연이은 대형 사고와 재난 대응에 연신 탄핵을 압박하는 야당, 무엇보다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만들 기회만 호시탐탐 엿보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까지. 최 부총리가 간담회장에 입장하며 나직이 내뱉은 세 글자엔 사실상 제대로 쉴 날 하루 없이 온갖 이슈에 시달리며 고단했다는 87일로부터의 해방감이 그대로 담긴 듯합니다. 최 부총리가 짊어맸던 이 무거운 짐들은 고스란히 한 대행의 어깨로 옮겨갔습니다.

그런데,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도 있는 건지 한 대행은 의연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복귀 일성에서부터 강조한 '마지막 소임'이라는 표현처럼, 마치 50년 가까운 공직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듯 동분서주하며 흔들림 없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복귀 후 산불·트럼프 대응 총력... 정부도 반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8일 경북 안동시 안동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주민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복귀 첫 날 중앙재난상황실을 방문해 산불 대응 현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한 대행은 29일까지 경북 의성·안동 지역을 두 차례에 걸쳐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총 두 번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 두 건의 긴급지시를 내리는 등 재난 수습에 그야말로 전력투구했습니다. 트럼프 대응과 관련해서도 부총리 주재의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본인 주재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로 격상시키고, 경제6단체와 간담회를 갖는 등 나름의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물론 산불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미국 정부와의 통상 교섭에서도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정부 조직은 빠르게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권에서는 "12·3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들어 공무원 사회 복지부동이 유독 심하게 체감된다"는 푸념이 많았는데, 이른바 돌아온
'호랑이 선생님'이 몰아치니 정부 안쪽에선 오랜만에 활력이 느껴진다
는 평가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직무 정지된) 석 달 동안 기력을 보충하고 온 건지 돌아오시자마자 온갖 지시를 쏟아내고 있어 정신은 없지만, 확실히 활기가 생겼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 대행이 대미 외교 전면에 나서겠다고 직접 선언한 만큼, 통상 관계 공무원들의 기대감이 특히 커지는 듯합니다.

'눈엣가시' 崔 떠나고 돌아온 韓 반기는 용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에서 정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재미있는 부분은 대통령실의 변화입니다. 대통령실은 한 대행 직무정지 후 공식적으로는 최 부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여권의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 2명을 임명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관계가 틀어졌
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을 키운 조치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용산 참모들이 항의 표현으로 새해 첫날부터 최 부총리에 일제히 사표를 던진 일도 있습니다.

비록 최 부총리가 사표 수리를 반려하며 참모들은 자리에 남았지만, 이후 일선 부처 정책 보고를 용산 대신 기획재정부가 주로 받아 관리하는 등 대통령실의 '정책 보좌' 기능은 유명무실했다고 합니다. 최근 교육부 주도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정원 감축'을 놓고 정부와 대통령실이 뒤늦게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한 일도 이처럼 껄끄러운 관계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눈엣가시' 같았을 지 모를 최 부총리가 떠나고, 용산도 변하는 기류입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헌재의 선고 지연으로 직무 복귀 기대감이 커지는 영향도 있다지만, 한 대행 복귀 후 '늘공(늘 공무원·직업 공무원)'들도 많은 정책 관련 보고서를 윗선에 올리며 제대로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25일 국가안보실은 전날 한 대행의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지시사항을 언급하며 "유관 부처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내용을 담은 공지를 냈는데, 그 자체로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건 아니다보니 정치권에선 "돌아온 한 총리에 대한 협조 의사를 굳이 힘줘서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상호관세 임박, 野 압박... '국민통합' 이룰 수 있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더민초)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며 비상시국대응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어쨌든 한 대행의 복귀가 그간 정체된 정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보입니다. 다만 이처럼 훈훈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일로 예고한 4월 2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상대가 상대라지만, 한 대행 등판에도 상황이 계속 달라지지 않는다면 여권은 물론, 국민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입니다.

한 대행 입장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며 '국무위원 총탄핵'을 운운하고 있는 야당은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야당 지도부 차원의 공식 방침은 아니라지만, 톤이 조금 다를뿐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본질 자체는 동일합니다. 언제든 정국이 다시 파행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대행은 어쩌면 50년 공직생활 중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난국에 처해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대행은 복귀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통합'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앞으로 그가 내리게 될 선택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모두의 관심이 헌재의 결정과 한 대행의 선택에 쏠린 지금,
한 대행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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