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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로운 작가

알바 앱으로 알게 된 인력 알선업체를 통해 공장으로 첫 번째 알바를 가게 됐다. 공장 일을 할까 망설이는 나에게 인력 알선업체는 유명 아이돌 앨범 포장이라고 꼬셨다. 그 말에 혹해 지원했다.

출근하는 아침, 알선업체의 대형 승합차를 타자 나 말고 2명의 알바 아줌마 혹은 여사님이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승합차는 출발했다. 주도로를 벗어나 옆 도로로 들어서자 논밭이 펼쳐졌다. 경기도 외곽이지만 제법 큰 도시에 사는 나에게도 생소한 풍경이었다. 논밭 사이에 작은 공장들이 띄엄띄엄 서 있었다. 대중교통도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승합차는 논밭 사잇길을 조심스럽게 달려 산등성이에 있는 공장에 도착했다. 대형 창고 3개와 사무용 건물이 서 있는 제법 큰 회사였다.

창고 앞 공터에 차들이 20여대쯤 서 있었다. 그중 몇 대는 반짝반짝 빛나는 유명한 외제차였다. 나는 회사 대표나 임원들 차라고 생각했다. 그때 여사님들이 말했다. “누구 누구 언니 왔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개 언니 차라고? 외제차는 알바 여사님들의 차였다. 이건 내 고정관념을 뒤집는 일이었다. 공장 알바는 당연히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다닐 거라고 생각하고 튀지 않으려고 일부러 승합차에 타겠다고 신청했었다.

30년 전 내가 외국계 기술회사의 한국 법인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는 요즘과 달리 외국계 회사의 연봉과 복지 조건이 좋고 여성에게도 차별이 없어 누구나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면접을 거쳐 입사 통지를 받고 처음 출근하기 전 당연히 나는 멋진 건물, 세련된 사무실을 상상했다. 최종 면접을 서울 시내 특급 호텔 비즈니스룸에서 했고, 면접에 나온 대표는 고급 슈트를 입어 나를 압도했다. 막상 회사 주소를 받고 보니 용산 전자상가 단지 건물에 사무실이 있었다. 첫 출근날 주소를 찾아가니 2층 구석에 있는 허름한 곳이었다. 나는 회사 이름을 확인하며 내가 제대로 온 게 맞나 의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처음 맞는 분은 허름한 일용 노무자 차림의 중년 남성이었다. 색이 바랜 줄무늬 셔츠를 입고 허름한 회색 양복바지를 걷어 올려 흰 양말이 드러난 차림새에 구수한 농부 말투로 인사를 해 누군지 금방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조금 더 보자 특급 호텔에서 고급 슈트를 차려입고 나를 면접한 대표였다. 그날 대단히 실망했다.

3개월 후 회사가 합병돼 다른 미국계 기술회사로 옮기게 됐다. 회사는 시내 한복판 멋진 건물 안에 있는 세련된 사무실에 있었다. 그곳에서 촌스러운 대표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용산의 허름한 회사를 팔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 서울 시내에 건물을 샀다는 소문이었다. 그때 나는 고정관념을 깼다. 아이돌 앨범 포장 공장 입구로 들어가면서 진리를 다시 되씹었다. 그날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퇴근하는 여사님들이 손에 든 차 키를 삑삑 눌렀다. 그러자 반짝거리는 외제차를 포함해 주차된 차들 여기저기서 헤드라이트가 번쩍거렸다.

김로운 작가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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