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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피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 바로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추성훈입니다. 그의 일상이 담긴 영상은 매번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죠. 콘텐트가 차고 넘치는 유튜브 시장에서 채널 오픈 한 달 반 만에 골드버튼(구독자 100만 이상)을 받은 사실은 업계에도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채널의 흥행 포인트를 찾자면 주인공 셀럽만 아니라 제작자들입니다. 한국계 일본인인 추씨의 한국어 발음을 흉내 내 ‘아조씨’라는 유행어를 만들었고, 유머 있는 장면마다 AI를 활용한 독특한 배경음악을 깔면서 감각적인 편집 실력을 드러내기 때문이죠. 구독자 댓글에도 제작자들에 대한 호평은 꾸준히 등장합니다.

한끗 다른 남다름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걸, 이들이 속한 ‘스튜디오 에피소드’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승연의 탐구생활’(184만)부터 ‘강형욱의 보듬 TV’(213만)·‘시즌비시즌’(176만)·‘오늘의 주우재’(126만)까지, 유튜브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채널이 이들의 포트폴리오에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톱스타까지 모두가 경쟁하는 유튜브에서 무조건 먹히는 성공 방정식을 만든 겁니다. 대체 비결이 뭐였을까요. 비크닉이 지난 14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스튜디오 에피소드 사무실을 찾아 한정훈(40)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스튜디오 에피소드가 운영하는 채널 출연자들. 스튜디오 에피소드
셀럽과 PD의 찰떡궁합이 성공 요인…추성훈 팀 안 만난다
Q : 추성훈 채널은 처음부터 화제가 됐는데요.

A :
잘 될 거라곤 생각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지는 몰랐습니다. 솔직히 한국 유튜브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예요. 특히나 요즘같이 구독자나 알고리즘을 얻기 어려운 시장 속에서 말이죠. 저희는 예전부터 추성훈이 유튜브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여겼어요.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남자답고 멋있는 이미지가 있지만, 예능에서 망가지는 모습과 딸 바보 같은 반전 매력을 동시에 가졌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청자들도 이런 모습을 매력적으로 여긴 것 같아요.

Q : 주인공만큼 편집이 재밌다는 평도 많아요.

A :
출연자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이 담긴 결과물이죠. 에피소드 PD들은 각자 원하는 뮤즈가 있어요. 그래서 출연자와 PD 매칭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관심 없는 출연자의 영상을 맡으면 무조건 실패하거든요. ‘아조씨’같은 재밌는 자막과 독특한 배경음악 역시 뮤즈에게 영감을 얻어 탄생한 거죠.
추성훈 채널 팀. 스튜디오 에피소드

Q : 이건 에피소드 PD의 역량이 남달라서일까요.

A :
PD가 하고 싶은 영상을 만드는 게 회사가 잘 되는 길이에요. 그런 콘텐트가 보통 반응이 좋고, 여기서 얻은 작은 성공 경험으로 채널을 더 잘 끌고 갈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죠. 사전에 영상 업로드 승인도 안 합니다. 채널 담당 PD들에게 모든 걸 위임해요. 상급자의 취향을 담는 순간 개성이 안 살 거든요. 요즘 추성훈 채널 팀도 안 만납니다.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요.
셀럽 콘텐트 성공의 3가지 조건
Q : 최근 많은 셀럽이 에피소드에 문을 두드리는데요.

A :
맞아요. 하지만 모든 분과 협업하진 않습니다.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해요. 요청이 들어오면 내부에서 이 일을 하고 싶은 PD가 있는지 찾아봐요. 그다음 출연자가 유튜브에 얼마나 간절한 사람인지 알아봅니다. 유튜브는 구독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한 달에 최소 영상 4편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들여야 해요. 여기에 출연자 본인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나 전문성이 필요하죠.

Q : 인물에 어떤 색깔을 입힐지도 중요할 것 같아요.

A :
없던 걸 새로 만드는 건 불가능해요. 기존 이미지를 확장하는 게 좋은 방법이죠. 그래서 시청자 반응 데이터를 철저히 살핍니다. 댓글이나 시청자가 만든 쇼츠 등 2차 가공 콘텐트 등을 보면서 키워드를 뽑아낸 뒤 빠르게 적용해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예를 들어 모델 주우재 채널을 운영하면서 시청차 반응을 통해 ‘개노맛먹방(맛없게 먹는 먹방 콘텐트)’ 키워드를 잡게 됐고 이걸 부각했더니 흥행했어요. 결국 주우재는 버거킹·하겐다즈 광고도 찍었죠.
스튜디오 에피소드가 맡은 첫 채널인 '조승연의 탐구생활'. 스튜디오 에피소드

Q : 한번 협업하면 좋겠다 싶은 셀럽이 있나요.

A :
요즘엔 ‘추구미(내가 원하는 모습)’가 확실하지만 약간의 결함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관심을 받아요. 추성훈 채널만 봐도 그렇죠. 멋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유튜브에 나올 때 시청자들도 콘텐트에 공감하거든요. 그래서 김연아 선수와 함께 해보고 싶어요.
MCN·미디어 커머스의 한계…에피소드가 발견한 지속가능한 BM
Q : 제작사도 회사잖아요. 구독자가 많은 거로 수익을 낼 수 있나요.

A :
유튜브 비즈니스는 결국 광고성 콘텐트 수주가 중요해요. 그러려면 다양한 채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하죠. 예능·지식·먹방 등 다양한 주제 구성도 필요하지만, 타깃 구독자 설정을 위한 세대별 분류도 필요해요. 광고주 관점에서 볼 때 광고 선택지를 넓혀주는 거죠.

Q : 셀럽 채널은 구독자를 모으기가 쉬울 텐데요.

A :
사실 셀럽이 전면에 있지만, 에피소드의 본질은 유튜브 제작사가 아니라 커머스예요. 물건을 팔기 위해 콘텐트와 셀럽 트래픽을 이용하는 겁니다. 에피소드를 ‘콘텐트 IP 커머스’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MCN(유튜버 지원·관리 모델)’과 ‘미디어 커머스(미디어로 제품 홍보·판매 모델)’ 모델의 한계를 보완한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MCN은 크리에이터 계약 종료 후 빠르게 대체될 수 있고, 미디어 커머스는 브랜드 재구매로 이어지게끔 하는 기획이 어려워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에피소드가 가진 콘텐트 IP에 자체 브랜드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겁니다.
인터뷰 중인 이정호 총괄, 한정훈 대표, 박건희 총괄. 장우린

Q : 성공한 사례가 있었나요.

A :
한혜진 시카밤으로 알려진 제품이 있어요. 에피소드와 공동운영하기 전엔 7억~9억원 매출에 불과했죠. 저희는 무작정 홍보하기보다 브랜드의 본질을 찾으려고 시장조사를 시작했어요. 원래는 겨울에만 팔리던 제품인데 여름용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걸 발견하고 곧바로 여름용 제품을 만들었죠. 한혜진과 제품 홍보를 함께하게 됐고요. 이 제품의 주요 고객은 주부였는데, 더 많은 여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죠. 제대로 전략이 먹혀서 1년 만에 매출이 90억원으로 뛰었고, 이듬해엔 160억을 찍었어요.
아귀찜 장사가 준 교훈…마케팅 잘하는 회사 만들고 싶다
Q : 에피소드를 설립한 계기가 있나요.

A :
어렸을 때부터 장사가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수십 개 했어요. 22살 땐 서울에 있는 해물탕집에서 주방 청소부터 시작해 요리 비법을 배워 고향 청주에 아귀찜 가게를 차렸죠. 당시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라 식당 홍보 게시글도 올렸어요. 독특해야 눈에 띌 것 같아서 온라인 홍보 포스터도 만들고, 메뉴 구성도 새롭게 했죠. 그 글이 우연히 KBS ‘무한지대큐’ 작가의 눈에 띈 거예요. 방송 덕분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는 식당이 됐어요. 콘텐트와 마케팅에 관해 관심을 둔 게 이때부터죠. 금융위기 때 폐업을 하게 됐지만, 바로 대학에 복학해 PR·마케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마케팅을 진짜 잘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그 마음이 에피소드에 담긴 거예요.
'무한지대큐'에 출연한 한정훈 대표. 스튜디오 에피소드

Q : 향후 목표가 있다면요.

A :
재밌는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걸 시도하고 실패를 용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해요. 그러려면 안정적인 회사가 돼야 하죠. 경영진의 역할은 세일즈를 잘해서 현금 흐름을 만드는 거예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콘텐트와 커머스와 셀럽, 세 축의 균형을 잘 만들어 가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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