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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뉴진스 측 주장 모두 기각
뉴진스, 활동 중단했지만 불복
[법알못 판례 읽기]


그룹 뉴진스(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가 3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어도어 측이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걸그룹 뉴진스(새 활동명 엔제이지·NJZ)가 법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분쟁이 법정으로 옮겨오면서다.

법원이 뉴진스의 독자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어도어 측 주장을 받아들이자 뉴진스 측은 이의신청으로 맞섰다. 전속계약의 효력 자체를 따지는 본안 소송은 4월 초에나 첫 공판이 예정돼 있어 법정 공방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뉴진스 주장, 충분히 소명 안 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 3월 21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다섯 명(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지난 1월 13일 어도어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두 달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어도어는 자사가 제기한 전속계약유효확인 소송의 1심 결론이 나기 전까지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적인 광고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어도어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속계약이 해지됐으며 독자 활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속계약상 명시된 기한은 2029년 7월이다.

어도어는 뉴진스 측의 일방적 계약 해지 선언으로 광고주 등 제삼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을 들어 가처분 필요성을 내세웠다. 광고 계약뿐 아니라 작사, 작곡, 연주, 가창 등 음악 활동 일체로 가처분 신청 취지를 확장하기도 했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주면서 뉴진스는 어도어의 사전 승인 또는 동의 없이는 음악, 방송 출연, 광고 계약 등 연예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기초해 “전속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른 사정은 계약 관계 소멸을 주장하는 쪽에 증명 책임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채무자들(뉴진스)이 현재까지 제출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어도어)가 전속계약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해 전속계약의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거나 상호 간 신뢰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방적 계약 해지, 어도어에 막대한 손해”


뉴진스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해임되면서 자신들의 프로듀싱 업무에 공백이 발생한 것을 해지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표 해임 문제는 채권자의 경영 판단에 관한 것으로 채무자들을 위한 프로듀싱 업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드시 민 전 대표로 하여금 프로듀싱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속계약에 기재돼 있다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동기 내지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뉴진스 측은 이 밖에 △박지원 전 하이브 최고경영자(CEO)가 “멤버들에게 긴 휴가를 줄 것”이라고 발언한 것 △광고제작사 ‘돌고래유괴단’과 어도어 간 분쟁 △하이브가 작성한 음악산업 리포트에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것 △빌리프랩(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의혹 △멤버 하니를 향한 빌리프랩 소속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 사진·영상 유출 △하이브 PR 담당자의 뉴진스 폄하 발언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관행에 따른 뉴진스의 성과 평가절하 △하이브·어도어의 민희진에 대한 보복성 감사 △이재상 하이브 현 CEO의 “민희진과 뉴진스를 같이 날리겠다” 발언 등을 전속계약상 채무 불이행에 따른 해지 사유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모든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전속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뉴진스 측은 하이브가 자신들의 명품 앰배서더 활동을 방해해 “신뢰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된 것도 계약 해지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하이브의 행위는 뉴진스 데뷔 전 일이었고 이로 인해 전속계약 체결 이후 신뢰 관계가 파탄됐다고 볼 순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어도어는 정산 등 전속계약상 중요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 이사들이 교체된 지난해 5월 31일 이전까지 아무런 시정 요구를 하지 않다가 민희진이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하기 직전 갑자기 개선을 요구했고 계약상 14일의 유예 기간이 지나기 전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한 뒤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어도어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어도어가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데는 뉴진스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어도어의 계약상 의무 이행이 미흡했다 하더라도 “어도어가 (뉴진스 측 요구에 따라) 전혀 시정하지 않았다거나 의무 위반을 반복 또는 장기간 지속했다는 등의 사정이 현 단계에선 확인되지 않는다”며 계약 해지 사유에 이르진 않는다고 재판부는 짚었다.

가처분 발령의 선결 조건인 어도어 측의 피보전 권리에 대해선 “어도어는 매우 높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무명의 연습생들이었던 뉴진스 멤버들의 성공적인 연예 활동을 위해 오랜 기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대규모 자금까지 투자했는데 데뷔 후 대중의 인기를 얻은 멤버들이 전속계약 체결 후 2년여 만에 일방적으로 계약 관계에서 이탈한다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며 보전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금전 손해배상을 구하더라도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전속계약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뉴진스가 새 그룹명으로 활동할 경우 뉴진스의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어도어의 매니지먼트사로서의 평판 역시 심히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어도어가 처음부터 뉴진스의 활동을 위해 설립된 레이블이고 현재까지도 뉴진스가 유일한 연예인으로 소속돼 있는 만큼 계약 관계가 사라진다면 어도어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도 짚었다.

뉴진스 측은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어도어에 대한 멤버들의 신뢰가 완전히 파탄됐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고 반발했다. 또 지난 3월 7일 심문기일 이후 불과 2주 만에 결정이 내려지면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입증할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진스는 3월 23일 부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으나 가처분 결정이 나온 직후 이의신청해 불복 절차에 돌입했다.

[돋보기]

‘찐팬’ 변호사의 일갈…민희진 수사 결과 주목


‘K팝 스타’로 거듭난 뉴진스와 어도어 간 분쟁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4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으로 촉발된 이른바 ‘뉴진스 사태’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 나온 법적 판단이다.

법원 결정이 나온 후 뉴진스 멤버들은 공식 입장과 별도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들은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한국은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런 행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뉴진스 팬덤 버니즈를 대리했던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 새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개인 SNS에 “법원 판단에 아쉬움이 있다. 뉴진스 변호인 측에서 변론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뉴진스의 팬을 자처했던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 고상록 법무법인 필 변호사는 “수많은 사람이 노력해 온 결과로 만들어진 시스템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이 그 시스템을 모욕하고, 비방하며, 악마화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산업 전체를 부정하고 법원마저 무시한다면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고 비판해 화제가 됐다.

4월 3일 첫 변론이 예정된 전속계약유효확인 본안 소송과 함께 민 전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용산경찰서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1년 가까이 수사하고 있다.

장서우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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