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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윤기 흐르는 흰쌀밥 한 그릇이 에너지의 근원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흰쌀밥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잡곡 섭취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저속노화 식단을 소개한 책 『저속노화 식사법』에서는 “매일 흰쌀밥을 먹는 것은 가속 노화의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신체 노화를 늦추는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은 단순당과 정제 곡물 섭취를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다. 즉, 밥만 바꿔도 천천히 나이를 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밥심으로 살아가지만, 이제는 ‘무엇을 먹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현미, 귀리, 렌틸콩, 카무트 등 백미를 대신할 양질의 곡물을 찾는 사람이 늘었으며,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파로(Farro)다. 한가인과 홍진경 등 셀럽들이 다이어트와 건강 유지 비결로 소개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셀럽들의 건강 관리 비결로 소개되며 주목받은 파로. 당 함량은 낮고 저항성 전분은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 그레인온

대사 질환 원인은 식습관, 고대 곡물 주목
파로는 1만 2000년 전부터 재배된 고대 곡물로, 로마 군대의 전투 식량으로도 사용될 만큼 영양가가 높다. 이미 미국에서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가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의 웰빙 식단으로 파로를 소개했으며, SNS에서도 이를 활용한 레시피가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요리연구가 정지원 살롱드이꼬이 대표는 “미국에서는 건강한 요리를 소개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파로가 단골 식재료로 등장할 만큼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끌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또, 현대인의 식습관이 대사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과거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파로 같은 고대 곡물이 주목받는 배경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농촌진흥청이 ‘주목해야 할 10가지 고대 작물’ 중 하나로 파로를 선정했다.

당 함량 낮고 저항성 전분 풍부
파로가 각광받는 이유는 양질의 영양 성분 때문이다. 이탈리아 농림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파로의 당 함량은 100g당 2.4g으로, 저당 곡물로 알려진 카무트(7.84g)의 3분의 1 수준이다. 퀴노아(5.3g)나 완두콩(4g)보다도 낮아 섭취 후 혈당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파로와 카무트, 퀴노아, 완두콩의 당 함량 비교. 그래픽 김주연 쿠킹 인턴
파로에는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저항성 전분이 풍부하다. 파로 100g당 저항성 전분 함량은 1.2g으로, 백미(0.64g)보다 많고, 현미(2.63g)보다는 적당한 수준이다. 저항성 전분은 일반 탄수화물과 달리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 않으며,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대장까지 이동한 후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혈당이 천천히 오르게 되므로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우리 몸은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되며, 이로 인해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가짜 배고픔이 유발된다. 이렇게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체증 증가와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

또,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파로 100g에는 6.5g의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바나나(1.8g), 사과(2.2g), 당근(3.1g)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파로가 다이어트와 혈당 관리 식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철저한 품질 관리와 높은 희소성
파로의 주요 산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파로를 관리 곡물로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한다. 사진 그레인온
파로의 주요 산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파로를 관리 곡물로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농림식품부가 재배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배포하고, 전문 농학 박사가 종자를 엄격히 선별한 후 생산지를 관리한다. 또한, 파로는 유전자 변형(GMO) 없이 순수한 종자로 유지되며, 땅을 충분히 쉬게 하는 윤작(돌려짓기) 방식으로 재배된다. 한 번 수확한 후에는 2~3년을 쉬어야 하므로 생산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다.

쫀득한 식감으로 활용도 높아
파로는 쫀득한 식감과 톡톡 터지는 씹는 맛이 매력적이고 향이 강하지 않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백미 대신 파로를 넣어 밥을 지으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홍진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서 직접 지은 파로밥으로 만든 김밥을 소개하며 “파로는 식이섬유가 굉장히 풍부하고 포만감이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백미와 파로의 비율을 7:3 정도로 시작한 후, 점차 파로의 비율을 높이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통곡물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20~30분간 불린 후 밥을 짓는 것이 좋다. 삶은 파로를 샐러드에 추가하면 영양 균형을 갖춘 한 끼가 된다. 요거트나 음료에 곁들이거나 리조또나 수프에 넣으면 맛과 영양을 더해, 건강한 식단을 완성할 수 있다.

송정 기자 [email protect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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