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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실습실에서 치킨 조리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하얀 반죽을 입은 닭 조각 8개 위로 배타믹스 가루가 두텁게 덧입혀졌다. BBQ 황금올리브치킨 특유의 바삭한 식감을 위한 공정이다. 165도의 기름 속에서 튀김옷이 서서히 부풀며, 브랜드의 상징인 ‘튀김 컬’이 완성된다. 직원들은 이를 두고 “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정해진 튀김 시간은 정확히 10분. 닭이 하나씩 튀겨질수록 실습장은 고소한 향으로 가득 찼다.

27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푸른 유리 외벽 건물 위로 ‘치킨대학’이라는 붉은 글씨가 단번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입구에는 닭 형상의 석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BBQ의 ‘심장’이자 2000여가지의 메뉴가 탄생한 본거지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해, BBQ는 이 교육시설을 전면 리모델링하며 브랜드 철학을 다시 정비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철저한 보안 속에 운영되는 2층 기업부설연구소가 먼저 눈에 띄였다. BBQ의 모든 메뉴는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식품영양학, 축산학, 식품가공학 등을 전공한 석·박사급 연구진들이 상주한다. 신메뉴 개발은 물론,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치킨을 더 바삭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실험을 365일 내내 멈추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닭이 아니라 사람이다. 전국의 BBQ 가맹점 사장들과 직원들이 이곳에 모여 합숙하며 실전 교육을 받는다. BBQ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가맹계약을 체결한 실운영자 두 명이 반드시 8박 10일간의 합숙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숙소는 3층부터 5층까지, 2~3인실로 운영된다. 이곳을 거치지 않으면 BBQ 간판을 달 수 없다.
27일 오후 경기 이천시 BBQ 치킨대학에서 교육생들이 치킨을 튀기고 있다.

교육은 단순히 치킨을 튀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 응대, POS(판매관리시스템) 운영, 점포 경영, 본사 마케팅 전략까지, 실제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전 과정을 다룬다. 주방과 강의실, 실습장, 운영혁신관 등 건물 전체가 입체적인 교재처럼 활용된다. 진심 어린 강의와 철저한 실습으로 구성된 실전형 커리큘럼은 여느 대학 못지않은 체계를 갖췄다. BBQ는 신메뉴가 개발될 때마다 기존 가맹점주들을 다시 이곳으로 불러 교육을 진행한다.

현장에서 마주한 교육생들의 눈빛은 유난히 진지했다. 치킨을 튀기는 교육 주방에서는 손놀림이 분주했고, 강의실에서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메모하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BBQ 관계자는 “가맹점주에겐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직원들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임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사업장이 아닌, 누군가의 생계와 꿈이 조리되는 장소다.
21일 BBQ는 경기 남양주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기업탐방형 일경험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치킨대학은 단지 점주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방문도 활발하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예비 취업자, 장애인까지 올해 1분기에만 60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단순히 치킨을 만드는 경험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몸소 체험하고 돌아간다.

이곳에서 튀겨진 치킨은 사회로도 전해진다. 건물 내부에는 교육생들이 튀긴 치킨 수백 마리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포장된 치킨 박스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이웃들에게 가가호호 배달한다. BBQ는 매월 약 4000만원 규모의 치킨 기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기자가 직접 튀긴 황금올리브치킨.

내부 시설 투어 후에는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과 양념치킨을 직접 조리해봤다. 반죽에 한 차례 적신 닭 위에 다시 한 번 가루를 고르게 입히고 10분간 튀겨낸다. BBQ의 강점은 가장 인기 있는 황금올리브치킨이 가장 만들기 쉬운 메뉴라는 점이다. 철저히 표준화된 공정 덕분에 어디서나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8조각인 황금올리브치킨과는 달리 양념치킨은 양념이 고루 배도록 16조각으로 손질된다. 교육 담당자는 능숙하게 닭을 해체하고 조각을 나누며 시범을 보였다. 튀겨낸 닭에는 정확히 250g의 양념을 바른 뒤 땅콩 토핑을 올려 완성했다. 관계자는 “가맹점주 한 분당 보통 하루에 박스를 300개씩 접는다”며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점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BBQ 창립부터 지난 성장과정, 그리고 2030년까지의 비전을 담은 전시 공간.

치킨대학 한쪽에는 1995년 BBQ 창립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 그리고 2030년까지의 비전을 담은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국내 1000호점을 단 4년 만에 달성한 기록부터, 전 세계 5만개 매장 출점이라는 목표까지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가 나란히 놓여 있다. 단순한 연구·교육기관을 넘어, BBQ의 철학과 기술, 사회공헌까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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