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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고위급 발전포럼에 참석해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6일 한 기업이 중국 저장대에 3000만위안(약 6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공학 명문인 저장대는 올해 초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로 세상을 놀라게 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의 모교입니다. 3000만위안 기부자는 딥시크였을까요?

기부자는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 애플이었습니다. 애플은 이날 자사 중국 홈페이지를 통해 “저장대와 공동으로 ‘애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인큐베이션 펀드’를 설립하고 저장대에 3000만위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기금은 워크숍, 인턴십, 멘토링 제도 등을 통해 학생들을 업계 리더, 투자자와 연결하고 비즈니스 교육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저장대에 총 5000만위안을 기부해 ‘모바이 애플리케이션 혁신 대회’를 운영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저장대에서 열린 ‘모바일 앱 혁신대회’ 10주년 기념 행사에도 깜짝 등장해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쿡 CEO는 지난 23∼24일 열린 중국 고위급 발전포럼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찾아 중국 경제 고위급들과 잇달아 회동했습니다. 미·중 갈등 영향으로 흔들리는 중국 내 입지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스마트폰 1위 자리 내준 애플

팀 쿡 CEO는 2023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에서의 행보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쿡 CEO는 ‘딥시크를 사용해봤냐’는 기자의 질의에 “물론이다. 훌륭하다”고 답했습니다. 쿡 CEO는 베이징 도착 당일인 22일에는 중국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와 자금성이 내려다보이는 경산공원을 산책하고, 전통가옥에서 한국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M’ 출신인 가수 헨리의 공연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애플은 중국에서 7억2000만위안 규모의 새로운 청정에너지 펀드를 설립하겠다는 소식도 알렸습니다.

팀 쿡 애플 CEO(왼쪽)과 가수 헨리. 헨리 인스타그램


올해 중국발전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BMW, 메르세데스-벤츠, 퀄컴, 네슬레, 보쉬, 페덱스, 히타치, 화이자 등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회장은 2023년 이후 2년 만에, 곽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했습니다. 이 회장과 곽 사장은 지난 28일 메르세데스-벤츠, 페덱스 CEO 등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도 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행을 택한 이유는 그만큼 중국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현지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등 시장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해 각 기업 수장들이 중국을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2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 고위급 발전포럼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애플의 경우 화웨이, 비보 등 현지 업체들에 밀려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뚝 떨어진 터라 위기 의식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에게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중국 시장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7% 줄어들면서 시장 내 3위에 그쳤습니다. 수년간 선두를 달리던 애플이 1위 자리를 내준 것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선 지난해 애플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이 비보(17.8%), 화웨이(16.4%), 샤오미(15.7%)에 이은 4위(15.5%)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화웨이(18.1%), 샤오미(17.2%)에 이어 애플이 3위(17.1%)에 머물렀습니다.

중국 우호 행보, 결실 맺을까

중국에서 판매되는 애플 스마트폰에 AI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점이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현지 업체들은 ‘가성비’나 AI를 비롯한 신기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애플은 다소 뒤쳐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은 생성형 AI 서비스 출시 전 정부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픈AI의 챗GPT 등 서방 기업의 AI 모델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AI 기능을 탑재하려면 현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에는 애플과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가 공동 개발한 AI 기능을 아이폰에 탑재하기 위해 규제당국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애플에겐 관세 문제 역시 골칫거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죠. 미국 정부는 지난 2월부터 2회에 걸쳐 10%씩 총 20%의 추가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매겼습니다. 애플의 제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어집니다. 최근 몇 년간 인도, 베트남 등으로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세 압박 속에서 지난달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애플의 전방위적 대응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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