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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요원처럼 짙은 선글라스를 낀 보안요원들이 출입자를 꼼꼼히 검문했다.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노 비치의 세미놀 골프클럽, 스페인풍의 클럽하우스를 지나니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등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NFL의 전설적인 쿼터백 톰 브래디와 NBA 스타 셰인 배티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인 롭 맨프래드도 보였다. 세미놀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폐쇄적인 명문 클럽이다.
세미놀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성호준 기자
이곳에서 ‘세미놀 프로-멤버’ 대회가 열렸다. 우즈 같은 프로 골퍼들과 골프장 회원들의 자선기금 모금 친선대회다. 프로 골퍼들이 많이 사는 주피터와 부자들이 많이 사는 팜비치 중간에 있는 세미놀에서 골프 귀족과 억만장자들이 매년 3월 초 은밀히 만난다. 대회 참가자와 그들의 가족과 지인 등 일부만 들어갈 수 있다. 기자도 골프계 인사(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의 초대로 운 좋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전날 끝난 PGA 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 참가 선수들도 온다. 저스틴 토머스, 콜린 모리카와, 애덤 스콧, 토니 피나우, 리키 파울러, 어니 엘스, 키건 브래들리와 여자 랭킹 1위인 넬리 코다 등도 보였다. 한국의 임성재와 안병훈도 초대됐다. 데이비스 러브 3세는 참가 선수의 수준이 높은 이 대회를 두고 “시즌 첫 메이저대회”라고 표현했다.

우즈가 와도 신경쓰지 않는 골프클럽
놀랍게도 우즈나 톰 브래디 같은 수퍼스타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인을 해달라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 유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그들은 대중과 차단된 공간을 사랑한다.

팜비치는 미국 억만장자들의 겨울 별장이자 은퇴 후 거주지다. 1930년대 대공황 직전 대호황기 부자들이 유럽의 성 같은 저택들을 팜비치에 지었다. 그중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랑하는 마러라고 클럽인데 팜비치 최고는 아니다. 헨리 플레이거 맨션과 반더빌트 저택 등도 팜비치의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 마러라고.
마러라고 클럽 내부.

팜비치의 부자들은 이 지역에 살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딴 세미놀 골프클럽을 1929년 만들어 놀이터로 썼다.

클럽엔 전통적으로 기업인이 많았다. 헨리 포드 2세, 잭 크라이슬러, 로버트 밴더빌트 등이 회원이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명예회원이었고,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자주 들렀다. 윈저 공작은 영국 왕을 포기한 후 세미놀 회원으로 여생을 즐겼다.

폐쇄적인 최상급 클럽치고는 프로 선수들에게 호의적이다. 1938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헨리 피카드가 클럽 프로였다. 벤 호건은 세미놀에서 조용히 연습하는 걸 좋아했다. 세미놀은 매킬로이의 아버지 개리 매킬로이에게도 회원이 되게 허용했다. 프로 선수들과 회원들의 자선 친선 라운드를 여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김경진 기자

출전자 명단엔 자산 264억 달러의 HCA 헬스케어 창업자인 토미 프리스티 등이 있었다. 나를 초대한 사람은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세미놀 회원들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액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 폭스방송 앵커 브렛 바이어도 보였다. 트럼프가 근처에 있지 않은가.

뉴욕 월가의 젊은 벼락부자들도 팜비치에 온다. 그래서 올드 머니(오래된 부자)와 뉴 머니(신흥 부자)들의 문화적 충돌도 있다고 한다. 뉴머니는 팜비치를 미국 부자 동네의 대명사인 롱아일랜드 햄튼을 따 햄튼 사우스(남쪽에 있는 햄튼)라고 부른다.

비틀스의 존 레넌도 팜비치 주민이었다. 여행 왔던 팜비치가 좋아 1980년 초 저택을 샀으나 그해 12월 뉴욕에서 암살당해 따뜻한 남쪽 나라에 오래 정착하지 못했다.
세미놀 골프클럽. 중앙포토

세미놀보다 눈부신 골프장은 없을 것이다. 선샤인 스테이트라 불리는 플로리다 바닷가의 얕은 구릉에 펼쳐진 링크스다. 다른 나무는 전혀 없고 드문드문 야자수만 서 있어 햇살이 골프 코스에 유난히 밝게 빛난다. 전 세계에서 그린이 가장 빠른 코스로 알려졌다. 임성재는 “마스터스 그린보다 더 빠르다”고 했다.

(계속)

신기한 풍경도 있었습니다.
억만장자들이 든 장타 샤프트는 의외로 한국산이었습니다.
“이 클럽 모두 회원 되면 4대 메이저와 올림픽 우승급”
베일에 싸인 미국 부자들이 꼽은 최고의 클럽 5곳도 있습니다.
골프 기자도 잘 몰랐던 정보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9794



〈PGA 투어의 낮과 밤〉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전세기 늘어선 ‘골퍼의 수도’…우즈·조던 뜻밖의 식당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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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부친, 묘비도 안세웠다…'황제 우즈' 못 이룬 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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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도 물귀신에 당했다, 공 1000개 삼킨 악마의 17번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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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닮았음 골프 더 잘했겠죠” 천재 자오즈민 아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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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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