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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호연



얼마 전, 밑창이 떨어진 워커를 들고 수리점을 방문했다. 아저씨는 먼저 들어온 신을 고치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신발은 4cm가량의 굽에 지퍼가 달린 검은색 앵클 부츠, 가장자리에는 갈색 털 장식이 달려 있었다. 신의 주인은 아마도 중·노년 여성인 듯하다. “이거 좋은 신발이야. 가끔 이렇게 들어와.” 내 인사가 살가웠던 모양인지 도통 말이 없는 수리공의 입이 열렸다. “요즘 손님 좀 있어요?” “아니. 다들 그렇게 운동화를 신고 다니니까 고칠 일이 없지.” 그러면서 내 발을 슬쩍 흘겨본다. “뾰족구두를 신고 다녀야 내가 일이 많은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어색한 기분으로 내 애착 신발을 내놓았다. “밑창이 다 떨어졌네. 꿰매줄까?” 어디를 어떻게 꿰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반가웠다. 아무래도 본드칠보다는 바느질이 훨씬 단단하니까.

그런데 곧 의견이 바뀌었다. “안 되겠다. 이건 그냥 붙이는 수밖에 없겠어. 떨어지면 다시 붙여 신어.” 의욕에 가득 차 보였던 그의 말투가 조금 늘어졌다. 가격은 한 족당 3000원. 한 켤레에 6000원이다. 준비해 간 현금을 드리고 수리점을 나섰다. 한 시간쯤 뒤에 오라는 아저씨의 당부를 생각하며 동네를 느릿느릿 산책했다. 그리고 고친 신발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웬만한 신발 수리는 집에서도 할 수 있다. 깔창이 닳으면 새 깔창을 사다 끼우고, 굽이 떨어지면 접착제로 붙이면 된다.

접착제는 수리점에서 쓰는 것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제품에 기재된 사용법만 잘 따르면 그럭저럭 쓸만하다(비상용으로 접착제를 구비한다면 V-tech 신발 전용 접착제를 추천한다). 메시(그물망) 천이 뚫리면 다른 천을 덧대거나 꿰매고, 신발 뒤축이 망가지면 헤어드라이어로 열을 가해 내부의 플라스틱 보강재를 일부 복원하거나 뜨개질로 뒤꿈치 패드를 만들어 꿰매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웬만하면 수리 기술자에게 신발을 맡기고 싶었다.

신발 수리점은 10년 전만 해도 대로변에 하나씩은 꼭 있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나의 도보 이동 반경에 영업 중인 신발 수리점은 단 두 곳뿐이다. 나머지는 컨테이너만 남아 있고 자물쇠나 천막으로 입구가 막혀 있다.

과거의 흔적이라고는 ‘구두, 운동화, 수선’이라는 벗겨지고 색이 바랜 글자들만 남았다. 신발을 수리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길 위의 숙련공과 누적된 기술을 함께 잃었다.

그동안 아저씨가 거리에 앉아 참새들에게 곡식을 던져주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고, 참새들이 낱알을 쫓아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지만, 나는 그가 길이 아닌 자신만의 공간에서 작은 난로와 라디오를 켜고 신발을 수리하는 모습을 몇 번이라도 보고 싶었다. 1~2만원이면 신발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고쳐 신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만은, 그래도 내가 아는 수리점의 불빛이 오랫동안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영업에 방해가 되는 추위는 물러갔고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머지않아 신발장을 정리해 고쳐야 할 신발이 더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모호연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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