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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야산에서 입암면 의용소방대원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산불 피해에 대응하자며 ‘산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나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예비비 증액 등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4조8700억원인데, (국민의힘이) 예산이 부족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사실 확인도 없이 엉터리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김상훈 정책위의장)고 반박하면서, 가용 예산이 6천여억원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이 재난 대응에 사용 가능한 예산을 4조3270억원이라고 보는 건, 부처별 재난재해 예비비 9270억원에 목적 예비비 1조6천억원, 국고채무부담 1조5천억원을 더해 산출한 값이다. 반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6천여억원은 행정안전부·산림청의 재난재해복구비 2천여억과 목적 예비비 4천억만을 포함한 규모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걸까?

끝나지 않은 ‘삭감 예비비’ 줄다리기

국회는 지난해 12월 2025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 4조8천억원 가운데 절반을 삭감했다. 국민의힘은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예비비 삭감을 주도했다. 민주당은 남은 2조4천억원의 예비비 가운데 일반 예비비(경제 위기·국가 안보 등에 쓰이는 예비비)를 8천억원, 목적 예비비(용처를 미리 정해둔 예비비)를 1조6천억으로 조정했다. 민주당은 이 목적 예비비 1조6천억원을 모두 산불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예산안을 처리할 당시 민주당은 목적 예비비 가운데 1조원을 고교 무상교육용으로, 2680억원은 만 5살 무상보육용으로 사용하도록 예산총칙에 못박았다. 국민의힘이 ‘쓸 수 있는 목적 예비비는 4천억원 뿐’이라고 하는 건 이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이 목적 예비비를 무상교육에 쓰느냐 마느냐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31일 국민의힘 반대 속에 국회를 통과했는데,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올해 1월14일 이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 재표결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 법안은 재표결 뒤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5살 무상보육용 예비비도 정부는 쓰지 않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어차피 원래 목적에 맞게 쓰지 못할 돈이니 산불 예산으로 쓰자’는 얘기고, 국민의힘은 ‘원래 목적을 변경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국민의힘은 목적 예비비는 전혀 집행하지도 않고 놔두면서 추가로 예비비를 증액하자고 주장하냐”며 “고교 무상교육과 5살 무상보육 지원 용의가 있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부터 (국회 재표결 때) 합의 처리하고 추경으로 본예산에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총칙의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이 예비비를 재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2일 시작된 경북 의성산불이 이어진 28일 오전 산불피해를 입은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 친정 마을을찾은 안동시민이 무너진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부처별 재난재해복구비 이미 소진? 국고채무부담은 재난 지원 불가?

재난재해복구비란 이름 그대로 각 부처에 할당된 재난 대응 예산이다. 산불 유관 부서인 행정안전부에 3600억원, 산림청에 1천억가량이 배정돼 있고, 환경부 2820억, 농림축산식품부 1600억, 해양수산부 250억원 등이 있다. 민주당은 이를 모두 더해 9270억원을 산불 피해 대응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산불 유관 부서’인 산림청과 행안부·환경부 예산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미 집행된 예산(2431억원)도 있어 쓸 수 있는 돈이 1998억원뿐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예산집행 실태를 야당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고채무부담 1조5천억원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국고채무부담은 다음 연도에 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시설공사에 쓰는 돈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입장문을 내 “국고채무부담은 시설복구 등에만 사용 가능한 예산으로, 재난 피해 주민들을 위한 보상금이나 생계비 지급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에 “국고채무부담분은 시설 복구에 투입하고, 피해 보상 등은 예비비와 재난재해복구비로 사용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추경 ‘동상이몽’

민주당 주장대로 산불 피해 복구 등에 쓸 예비비가 부족하지 않다면, 굳이 추경은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왜 민주당은 이참에 추경을 하자고 주장할까? 진성준 의장은 “오이시디(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했고, (경제가) 완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불 피해 대응뿐만 아니라) 소비 진작, 민생경제, 미국 통상압력 대응, 미래산업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추경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이걸 전부 예비비로 쓰겠다는 생각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난 2월 내놓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으로도 경기 대응 등에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기본 경기 방어도 안 되는 수준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의식은 전혀 없이 (국민의힘이) 정치 공세에만 여념이 없으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으로 예비비 2조원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산불 진화와 복구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삭감한 재난 대비 예비비가 뼈아픈 이유”라며 “신속한 산불 진화와 복구 지원을 위해 이재명 대표는 ‘정치 행위’를 하지 말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예비비를 깎아 산불 피해에 대응할 예산이 부족하다고 탓한 것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산불 피해를 복구하더라도, 올여름 장마나 태풍 등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재난‧재해에 대비해 예비비 2조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이 삭감한 예비비를 되돌려 놓으라는 ‘추경=예비비’ 주장이다.

이 때문에 양쪽의 합의가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 때도 참사 대응을 위해 예비비를 늘려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불필요하다는 민주당의 논쟁이 똑같이 반복된 바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애초 오는 30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추가경정예산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28일 산불 현장 점검을 나가면서 고위 당정은 취소됐다.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단히 부정적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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