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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동물도 사투…반려동물은 대피소 입장 못해
동물단체, 화상 입은 고양이·염소·줄에 묶인 개 구출
생태계 파괴…2022년 울진·삼척 산불엔 산양 서식지 훼손


'원래는 백구였던 아이'
(안동=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이천리의 한 고물상 앞에 화재로 인한 재가 묻어 검게 변한 백구가 서 있다. 2025.3.29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산불로 인명 피해와 함께 이재민이 대거 발생한 가운데 동물들도 갈 곳을 잃었다.

산짐승들이 목숨과 터전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주인과 함께 대피하지 못한 반려동물들은 홀로 불길 속 사투를 벌였다.

경북 의성 산불 피해 현장에서 발견된 어미개와 강아지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를 비롯한 4개 단체는 지난 23일부터 화마가 덮친 경북 의성군, 청송군을 찾아 현장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28일 기준 고양이, 개 등 약 40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 대상에는 목줄이 묶인 채 화상을 입은 어미 개와 강아지들, 만삭의 어미 개와 젖먹이 새끼 19마리, 전신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와 염소 등이 포함됐다.

산속에서 발견된 불법 개 농장에는 100마리 이상의 개들이 연기 속에 방치되어 있었으나,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아 일부 화상을 입은 동물들만 구조됐다.

이들은 동물들을 협력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진행하고, 소유자가 없는 경우 입양 보낼 계획이다.

그을음 가득 한 개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주인이 풀어놓은 개가 그을린 채 배회하고 있다. 2025.3.29 [email protected]


재난 대피소에 머물 수 없어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견이 구조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3일 경남 산청군에 거주하는 박태일(79) 씨의 반려견 '노랑이'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산불 소식을 듣고 당시 노랑이와 함께 마을 문화원으로 몸을 피했으나, 이후 인근 중학교에 대피소가 마련되면서 '17년지기 반려견'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 중인 국민재난안전포털 비상대처요령 재난 대피소 지침에 따르면 봉사용 동물 이외의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함께 입장할 수 없다. 그에 따라 이재민들은 반려동물을 집 혹은 차에 홀로 두거나, 주변 가족·지인에게 맡겨야 하는 처지다.

박씨는 지난 24일 전화 통화에서 "노랑이 몸에 생긴 종양 치료는 내밖에 못 해주는데 해줄 사람이 없는기라"라며 "그런데 인명피해 있을까 봐 그런지 대피소에서 낼 집으로 보내주지도 않는기라"라고 밝혔다.

대피소에서 노랑이 걱정에 밤잠을 설치던 박씨는 산청군청을 통해 동물자유연대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재난 구호 활동을 위해 현장에 내려와있던 동물자유연대는 박씨 집에 있던 노랑이를 찾아 병원으로 이송했다.

박씨는 "낮에는 불이 잦아들었다가 밤 되면 자꾸 또다시 번지니까…노랑이를 집에 혼자 둔 것이 너무 불안했다"며 재난 와중에도 노랑이가 구조된 것에 안도했다.

구조 당시 '노랑이'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자유연대는 현재 의성군으로 이동해 구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지자체 협조를 받아 임시공간을 마련하고 총 22마리의 마을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다. 산불이 진화된 곳을 중심으로 동물 수색도 병행 중이다. 또 27일부터는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의성체육관 앞에 반려동물을 위한 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28일 "대피소 안에 반려동물이 함께 들어갈 수 없어 개를 데리고 차에서 함께 주무시거나, 업무를 볼 때 맡길 곳이 없어 난처해하는 이재민이 많다"며 "이들을 위한 돌봄 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 당시에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가축까지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며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이같은 시스템이 도입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영덕에서 구조된 화상 입은 고양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돌봄 쉼터는 지난해 8월 동물자유연대가 LG유플러스, 국제구호단체 더프라미스 등과 함께 구성한 재난대응 협의체 활동의 일환이다.

이들은 산불, 태풍,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유기 또는 방치되는 반려동물을 위해 특화 구호소를 운영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나, 정부가 2022년 '재난 시 반려동물 재난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만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족은 재난에 대비해 대피 계획 및 반려동물용 재난 키트 등을 준비해야 하며, 동물보호법상 동물 소유자 등은 재난 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한다.

아울러 가축을 키우고 있는 경우 충분한 물과 먹이를 준비하고, 가축들도 대피할 수 있도록 축사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

의성체육관 앞에 마련된 반려동물 쉼터
[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산불은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멸종 위기로 내몰기도 한다.

앞서 2022년 경북 울진·삼척 산불로 산림유적자원보호구역 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가 훼손된 바 있다.

또 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코알라 등 동물 113종이 서식지의 최소 30%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휴 개구리, 블루마운틴 물도마뱀, 캥거루섬 더나트(쥐와 생김새와 크기가 비슷한 더나트속 유대류 동물) 등 일부 종들은 서식지 대부분이 파괴돼 '임박한 멸종 위험'에 놓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월 화상 치료받는 호주 캥거루섬 코알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1월 미국 서부 최대 도시 LA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지역 동물 보호시설과 구조단체들이 화재로 갈 곳을 잃고 다친 동물들 구조에 나섰다.

패서디나에 있는 동물 보호소 '패서디나 휴메인'에만 산불 초반 나흘간 동물 약 400마리가 수용됐다. 구조단체들은 불에 탄 잔해 위를 걷다 발바닥이 다 헐어버린 강아지, 부상한 공작새 등을 구출하고 재난 지역 소·양 등 가축의 탈수를 막기 위해 물을 공급했다.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화재 불길 속에서 짖고 있는 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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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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