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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평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사실상 4월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 탄핵소추로부터 105일, 변론 종결로부터는 32일(3월 29일 기준)이 흘렀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비교해봐도 너무 늦어지고 있다.

시민은 초인적 인내심으로 기다려왔다.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달리 관련 탄핵 사건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리라 애써 이해했다. 박근혜 때보다 국론분열이 심각한 만큼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리라 또 이해했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된 지 닷새가 지났다. 심지어 전혀 무관한 형사재판임에도, 윤석열 지지자들이 ‘먼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법 항소심’ 선고도 마무리됐다. 더 이상은 헌재가 선고를 미룰 어떠한 명분도, 현실적 이유도 없다.

법관들은 재판에서 “넉넉히 인정된다”는 말을 즐겨 쓴다. 과거 탄핵심판 사례를 보면, 헌재는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헌법·법률 위반 여부, 그 위반의 중대성, 헌법수호 의지 등을 따졌다.

이번에 헌재가 정리한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 포고령 1호 공포, 군경 동원 국회 봉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 등 체포조 운용 지시이다. 피청구인 윤석열이 5대 쟁점에서 헌법·법률 위반을 저질렀음은 변론 과정에서 “넉넉히 인정”됐다.

헌법·법률 위반의 중대성은 온 나라와 전 세계를 경악케 한 ‘군인의 국회 난입’ 하나만으로도 “넉넉히 인정”된다. 또한 윤석열은 탄핵소추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식으로 시민을 기만하고, 거짓 주장으로 지지층을 선동해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헌법수호 의지가 없음도 “넉넉히 인정”할 만하다.

헌재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물론 헌법재판관 8인도 고유한 인격을 지닌 개인인 만큼, 고민이 깊을 수는 있다. 평소 견지해온 이념적 성향, 피청구인과의 인연, 자신을 둘러싼 인적 네트워크의 압력…. 그러나 재판관들은 지금 개별 사건 한 건의 결정문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역사의 기록을 집필하고 있음을 새겨야 마땅하다.

한국의 미래, 5100만 한국인의 삶이 재판관들의 펜에 의해 달라진다. 아니, 한국을 민주주의 모델로 삼아온 수많은 세계 시민의 삶도 바뀔 수 있다. 개인적 고민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만에 하나, 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재판관이 있다면 이는 헌정질서 수호의 사명을 저버리는 행태다. 시민과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해 둔다.

주권자는 지쳐가고 있다. 경제는 지표도 엉망이지만, 실물은 최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안보 환경은 미증유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위헌·위법을 저지른 통치자를 하루라도 빨리 단죄하고,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마지노선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다. 4월 2일 재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3일 이후로 선고를 미룬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 윤석열 탄핵심판보다 더 중대한 과제가 있나.

헌재는 31일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자마자 선고일을 확정, 발표해야 한다. 문형배 소장 대행이 용기를 갖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주권자 10명 중 6명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한국갤럽 3월25~27일 조사).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또렷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25년 4월. 8인의 현자(賢者)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이 단호히, 엄중히 선언할 때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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