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공수기본교육(267차) 체험
6km 뜀걸음으로 '꼭대기' 올라서
15초 하강 후에 착지, 비로소 안도
3주간 모형탑·시뮬레이터·실강하
매년 1000명 공정요원 자격 획득
VR 장비로 실전 같은 실내 훈련도
"해병은 자신과 싸워 만들어지는 것"
28년만에 공수교육훈련 무사 완료
6km 뜀걸음으로 '꼭대기' 올라서
15초 하강 후에 착지, 비로소 안도
3주간 모형탑·시뮬레이터·실강하
매년 1000명 공정요원 자격 획득
VR 장비로 실전 같은 실내 훈련도
"해병은 자신과 싸워 만들어지는 것"
28년만에 공수교육훈련 무사 완료
경북 포항시 조사리 공정훈련장에서 공수기본 266차 교육생들이 강하 훈련을 위해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병대교육단
[서울경제]
“(교관) 보고…(교육생 합창) 올라가도 좋습니까…(교관) 올라와.”
“(교관) 뒤로 돌아, 장비 검사…(교관) 좌측 문, (교육생) 하나~둘…(교관) 문에 서!”
“(교육생)100번 교육생 홍길동 (교관) 목소리가 작다 (교육생) 강하 준비 완료.”
“(교관) 뛰어…(강하 3초 후 교육생) 뛰어! 일만! 이만! 삼만! 사만! 산개 검사….”
바람이 강하게 부는 매서운 날씨를 보인 18일 오후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 교육훈련단 내 공수교육대 훈련장. 11.3m 높이의 막타워에서 267차 공수 기본 교육에 참가해 1주 차 지상 착지 훈련을 마치고 2주 차 모형탑 훈련 중인 한 해병대원이 강하 과정에서 교관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1.3m 모형탑, 일명 막타워에서 뛰어내린 해병대원이 반대편 착지 지점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초 이내. 누구나 막타워에 올라서면 무섭고 겁이 나지만 최정예 공정 요원을 상징하는 낙하산 모양의 공수 휘장을 받기 위해 해병대원과 정보사령부 요원 등 210명의 267차 공수기본교육 과정에 입교한 교육생들은 춥고 배고픈 상태로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인간 한계에 도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진 제공=해병대 교육단
극한의 훈련을 이겨내고 있는 교육생들의 모습에서 기자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해병대 학사장교로 군 생활을 했던 기자가 28년 만에 공수교육대 훈련장을 찾았다. 다시 한번 20대 젊은 시절에 교육받았던 전군에서 단 2곳뿐인 해병대 교육훈련단 공수 기본 교육 과정 중 막타워 강하 훈련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6㎞ 뜀걸음을 실시해 체력을 높이는 기초 훈련 등을 거친 후 막타워에 올라가야 하지만 기자는 28년 전 교육받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모형탑 꼭대기로 직행했다. 특히 기자의 군 동기인 현 해병대 교육훈련단 김동우 15해병교육연대장(대령)이 “응원하겠다”며 훈련장에 나와 “할 수 있다. 후배 해병들이 보고 있으니 자신 있게 뛰어내리라”고 압박하는 탓에 무조건 막타워로 올라갔다.
그러나 막상 강하 대기 장소인 꼭대기에 도착하는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호기롭게 전투복을 갈아입고 계단을 걸어 올라오던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앞의 까마득한 땅바닥만 아물거렸다. 고소공포증에 현기증까지 더해 지면서 교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기만 했다. 눈이 깜깜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역시나 교관의 ‘뛰어’라는 첫 번째 지시에 몸은 뒤로 기울어지고 완전 정지 상태가 됐다. 갑자기 교관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질타하는 용어를 쏟아내고 재차 ‘뛰어’라고 지시했다. 짧은 순간 머릿속에는 “이번에 못 뛰어내리면 정말 창피해서 얼굴 못 들고 다닌다. 무조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뛰었다.
지상에서 잠시나마 공수교육대장에게 배운 기본 동작과 강하 이후 외치는 “뛰어! 일만, 이만, 삼만, 산개 검사, 보조산 확인…”이라는 구호를 입안에서 우물거리며 질끈 감았던 눈을 떠 봤다. 강하하고 3초 정도 흘렀나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줄을 타고 반대편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개는 최대한 숙이고 발은 최대한 직각을 유지하면서 높게 들고 힘차게 바닥을 박차고 나가라는 교관의 친절한 조언은 조언일 뿐이었다. 74㎏의 무거운 몸이 11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질 때 받는 중력 가속도를 몸으로 직접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15초 정도 후 착지 지점에 도착했다. 두려움과 겁 먹었던 마음은 어디 가고 줄을 타고 미끌어져 내려온 느낌은 28년 전 그대로였다. 공수교육대장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며 말해준 “몸이 기억할 것”이라는 말이 맞았다.
사진 제공=해병대 교육단
도착 순간은 꽤나 상쾌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훈련이지만 어찌 됐든 28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상에 내려와서야 옆에서 훈련 중인 교육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색 모자를 쓴 무시무시한 교관들은 훈련받는 교육생들의 혼을 빼놓고 있었다. 공수 기본 교육의 가장 공포 과정인 공수 체조가 진행되고 있었다. PT 체조를 시작으로 낙하 시 자세 하나하나까지 엄하지만 꼼꼼히 챙기는 교관들의 모습은 잠시 후 있을 낙하 훈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예고해 주고 있었다.
오전 내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지상 훈련을 마친 교육생들이 4명씩 한 조를 이뤄 모형탑에 올랐다. 모형탑에 오르자 교관들은 더욱 엄해졌고 뛰어내리는 교육생들의 눈에서도 긴장감이 배어 나왔다.
안전 고리 연결 상태, 방탄 헬멧 조임 상태, 산줄 잡는 법 등을 꼼꼼히 다시 한번 점검받은 교육생들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4명씩 8명이 약 5초의 시차를 두고 힘찬 함성과 함께 뛰어내렸다. 하늘 위로 8명의 교육생들이 줄에 의지한 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그들은 모형탑에서 발을 뗀 지 10여 초 만에 100여 m 전방 착지 지점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해병대 6여단(백령도) 소속으로 267차 공수 기본 교육을 받고 있는 박정환 상병은 “전방부대 장병에게 공수 교육의 기회가 열려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사명을 다해 교육에 임하고 있다”며 “공정 요원이 됐다는 자부심, 해병대에 대한 긍지 속에서 앞으로 주어지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팀원들이 낙하산을 잡고 달리면 교육생들은 등을 대고 누운 채 끌려가다 교관의 호각 소리에 신속하게 몸을 뒤집어 일어나 낙하산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송풍 훈련이 실시되고 있었다. 순간 실수라도 하면 심한 찰과상과 부상을 입을 수 있지만 완벽한 강하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훈련이다.
교육생들은 열심히 해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 보였다. 완벽하게 소화할 때까지 교관의 호루라기 소리는 계속됐다. 홍일점 교육생인 여군부사관 교육생은 공수교육대장이 직접 지도하며 완벽한 훈련을 마칠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진 제공=해병대 교육단
김정근 공수교육대장(준위)은 “매년 1000명이 넘는 해병대 간부와 장병들이 해병대 공수교육대 공수 기본 교육을 통해 공정 요원의 자격을 획득하고 있다”며 “공수 교관과 조교들은 해병대 손으로 직접 공정 요원을 육성하는 높은 자부심 속에 더욱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내 훈련도 받았다. 기자가 공수 교육을 받을 때는 없었던 과정이다. 가상현실(VR) 장비로 항공기 이탈부터 착지까지 모든 동작을 숙달하는 ‘조종술 시뮬레이터’ 훈련이다. 2010년 해병대 교육훈련단이 전군 최초로 도입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에도 없는 전군에서 유일한 훈련장이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현실감 있는 훈련이 가능하다.
교육생들은 시뮬레이터 장비를 착용하고 항공기 이탈부터 착지까지 행동 절차, 풍향판 및 조종술, 기능 고장 처치 등을 숙달하고 훈련한다. 개인별 리플레이(replay) 영상을 통해 사후 강평 및 평가도 진행한다. 12명의 교육생들이 한 번에 훈련할 수 있게 12기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도 직접 체험에 나섰다. VR 장비를 착용하고 몸에 하네스를 연결했다. 곧 VR 기기에서 공수 전 과정이 눈앞에 펼쳐졌다. 곧이어 몸이 붕 뜨더니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항공기 안에는 함께 뛸 강하자 캐릭터들도 보였다. 앞선 지상 훈련에서 반복한 공중 동작들을 떠올리며 조종줄을 당겨가며 기지에 착지했다. 기지가 가까워지는 화면과 함께 기자의 발도 훈련장 땅에 닿았다. ‘그저 게임 하는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조종술 시뮬레이터 체험을 끝으로 짧지만 강렬한 공수 교육 체험을 마쳤다. 그야말로 ‘악’에 받친 하루였다.
부대를 나서는 길, 입구에서 봤던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표어도 왠지 다르게 다가왔다. 28년 만의 체험이지만 해병대 정신으로 무장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해병대 공수 기본 교육은 3주간 진행되며 1주 차에는 지상 동작, 반복 숙달, 2주 차에는 모형탑·시뮬레이터 숙달 및 평가와 송풍 훈련이 이뤄진다. 3주 차에는 실제 자격 강하가 진행되며 회적인(마린온), 고정익(C-130), 공수 기구 등을 활용해 4차례의 자격 강하에 모두 성공해야 공정 요원으로서 자격을 획득하고 공수 휘장을 부착할 수 있다.
이종문 해병대 교육훈련단장(준장)은 “‘해병대는 이곳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처럼 해병대 교육훈련단은 미래의 해병대를 책임질 정예 해병을 육성하는 핵심 부대”라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실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교육 훈련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급변하는 전장에서도 싸우며 이기는 해병을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