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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연기금·거버넌스 단체, 상법 개정 촉구
[한경ESG] 이슈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 기자회견. (왼쪽부터) 백유경 APG 전무, 아미르 길 ACGA 사무총장, 스테파니 린 ACGA 한국 리서치 총괄. 사진=이승균 기자


“지금은 한국 자본시장에 ‘수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시장은 대만보다도 뒤처질 수 있습니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APG 전무이사가 한국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박 전무는 “현재 시장은 통증이 누적돼 항생제도 듣지 않는 지경이며,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 전체를 살리는 수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박 전무가 몸담고 있는 네덜란드 공적 연금 APG는 2023년 기준 약 6300억 유로(950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유럽 주요 연기금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시장에 장기 투자하고 있다.
그는 특히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를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대만과 합산 포트폴리오로 분류돼 대만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한국 시장을 '톱5 기업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만 중심으로 운용하는 시장'으로 취급하게 된다”며 “이는 산업 기반과 기업 다양성을 고려할 때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업들을 만나면 공식적으로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모두 반대한다”며 “그 이유를 물으면 ‘리걸 리스크’ 때문이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무는 “주주의 이익이라는 표현이 모호하다고 하지만, 사실 ‘회사의 이익’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추상적”이라며 “이 모호성이 실제로 기업 운영에 심각한 법적 리스크를 일으킨다는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배임죄 등 형법상 리스크에 대한 우려일 수 있으니, 해당 조항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박 전무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여러 정당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합리적 보완을 통해 개정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을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경제단체 수장들은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 경영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지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아미르 길 ACGA 사무총장은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다섯 가지 개선 권고안을 제시했다. 첫째로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Corporate Value-up Program)'의 참여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이 제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의 흐름이 꺾이지 않도록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이사회의 책임성과 전문성 제고다. 그는 “이사회가 기업 전략과 주주 수익을 연결 지을 수 있으려면, 독립성과 역량을 갖춘 이사들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국에서도 ‘이사 교육’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기업과 투자자 간 소통 방식의 개선이다. 아미르 사무총장은 “지금은 대부분 IR팀이 소통을 전담하지만, 향후에는 독립 사외이사와 임원들이 소액주주를 포함한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넷째는 정책 부처 간 유기적 협력이다. 그는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된 입법과 행정 정책 사이의 조율이 부족하다”며 “조세 인센티브 등을 포함한 체계적 제도 설계를 위해 정부 내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다섯째는 상법 개정에 대한 지지다. 그는 “형사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나, 모든 이사들이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법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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