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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증권 39곳 중 두 곳만 '미흡'
"일부 영업점 대상·외부업체 평가" 이유로
비공개 처리... 소비자 보호 본래 목적 상실
게티이미지뱅크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첫 암행 점검(미스터리쇼핑)에서 평가대상 금융사 39곳 중 단 두 곳만 '미흡' 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방침으로 판매 관행이 개선됐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한시적 점검인 미스터리쇼핑의 한계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2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펀드 판매 관련 미스터리쇼핑 결과 은행·증권 28개사 중 '미흡'(60점 이상) 등급을 받은 곳은 한 곳이었다. 27개사가 '보통'(70점 이상) 이상 등급을 받았고, 평균 등급은 '양호'(80점 이상)였다.

지난해 미스터리쇼핑은 펀드 외 은행권의 방카슈랑스(저축성보험) 점검에도 집중됐다. ELS 사태 이후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한 은행들이 모자란 수익을 메꾸기 위해 보험상품 판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총 3,670억 원으로, 전년(2,720억 원)보다 35% 급증했다.

방카슈랑스 점검은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일반저축성보험(11개사)과 변액저축성보험(9개사)으로 나눠 진행했다. 11개 은행 전체 평균 등급은 '양호'로, '미흡'이 나온 곳은 변액저축성보험 한 곳뿐이었다. 금감원은 미흡 등급을 받은 금융사 두 곳에 최고고객책임자(CCO) 면담을 진행하고 자체 개선계획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90% 이상의 금융사가 합격점이라는 결과만 보면 금융권이 불완전판매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다만 미스터리쇼핑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만큼, 점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스터리쇼핑은 금감원의 위임을 받은 전문업체 직원이 고객으로 위장해 금융사 영업점에 방문, 금융상품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제도다. 그러나 금융상품 판매채널이 비대면 중심이 된 상황에서, 조사원이 영업점을 방문할 경우 미스터리쇼핑이라는 티가 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점검 시즌에 누가 봐도 조사원인 고객이 오면 매뉴얼대로 한다"며 "직원도, 조사원도 서로 '미스터리쇼핑'인 걸 아는 웃지 못할 상황도 있다"고 귀띔했다.

금감원도 미스터리쇼핑을 감독 '보조수단'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하는 샘플 점검이라, 평가 결과를 해당 금융사에 대한 전반적 평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고, 징계 등 사후제재도 없다. 금감원조차 "미스터리쇼핑 보고서는 감독원의 공식적인 평가 결과가 아닌 외부 용역업체의 평가내용"이라고 밝힐 정도다.

미스터리쇼핑이 요식행위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2022~23년 1,000회 넘는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했지만 ELS 등 여러 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잡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지난달 ELS 사태 후속대책으로 '미스터리쇼핑 표본 확대 등 사후 관리 강화'를 발표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감원이 직접 평가하지 않았다고 미스터리쇼핑 결과를 비공개하는 건 소비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하고 상시적으로 암행점검을 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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