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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캐나다 편입” 속내

“51번째 주 돼야” 주장 반복
도 넘은 황당 발언 추측 무성
캐나다는 공포·분노 휩싸여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처음에는 캐나다나 미국에서도 실없는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던지는 등 본격 행동에 나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캐나다 국민들은 공포와 분노에 휩싸였고, 캐나다 국내 정치뿐 아니라 한 세기 이상 지속돼온 캐나다와 미국의 혈맹 관계도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민들은 캐나다 병합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 편입 절차도 복잡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캐나다를 병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병합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관세 협상용이거나 개인적 앙심 표출, 또는 영토 확장 업적을 쌓으려는 목적 아니냐는 추측만 나올 뿐이다.

당선 이후 본격화된 편입 주장

트럼프는 지난 19일 폭스뉴스 로라 잉그레이엄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51번째 주가 돼야 했다”며 “미국은 캐나다에 연간 20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잉그레이엄이 ‘미국의 적대국들보다도 캐나다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고 하자 “그냥 캐나다가 우리의 51번째 주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미국을 찾아온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에는 단순한 조롱으로 여기는 분위기였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더 노골적으로 캐나다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그는 트뤼도와의 비공개 통화에서 “두 나라의 국경을 정하는 조약이 유효하지 않다고 믿는다”며 국경 문제를 건드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산 위에 올라 캐나다 국기 옆에 서 있는 인공지능(AI) 제작 이미지. 캐나다 영토를 장악한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난해 말 트루스소셜에 ‘오 캐나다!’라는 글과 함께 올렸다.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행정부에선 서방 5개국(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서 캐나다를 축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캐나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캐나다가 (미국의 적성국) 쿠바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국경·안보 문제까지 거론하자 캐나다에서도 트럼프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달 초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자 트뤼도는 “캐나다 경제의 완전한 붕괴와 병합을 노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구상에 대해 캐나다는 분노하는 반면 미국에선 무관심하다. 여론조사 업체 앵거스리드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캐나다인의 90%는 미국과의 합병 국민투표를 한다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미국인 중에선 60%가 캐나다 편입에 관심 없다고 답했고, 32%는 캐나다인들이 편입을 지지한다는 전제하에서 관심 있다고 답했다.

무리한 주장 배경 두고 추측만 무성

양국에서 모두 반응이 좋지 않음에도 트럼프가 캐나다 편입 주장을 지속하는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NBC방송은 “51번째 주 아이디어에 대한 지지는 많지 않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관리들은 이전에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51번째 주 발언의 이유를 놓고 트럼프 1기 경제 고문을 지낸 스티븐 무어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재협상하는 데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를 상대로 최상의 무역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전술이라는 뜻이다.

연장선상에서 트뤼도가 관세 위협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캐나다 합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뤼도는 트럼프 재선 이후 첫 회동에서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캐나다 경제는 죽는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트뤼도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면 국가로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트럼프가 ‘그럼 주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 그게 시작”이라고 전했다.

단순한 개인감정의 발로라는 주장도 있다. 1기 때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던 트뤼도를 조롱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캐나다를 건드리는 이유에 대해 “트뤼도를 불행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과거 캐나다에서 호텔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탓에 캐나다라는 나라 자체에 악감정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편입 위협과 마찬가지로 영토 확장 업적 만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포브스는 “트럼프가 이 영토들을 미국으로 편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세계 지정학을 재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뒤흔든 캐나다 정계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얼굴에 ‘51번째 주에 저항한다’는 스티커를 붙인 시민이 반트럼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은 캐나다 정치 지형도 뒤흔들었다.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벤치마킹해온 제1야당 보수당이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선거 통계 사이트 338캐나다에 따르면 올해 초 20%에 그쳤던 집권 자유당 지지율은 이달 24일 3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보수당 지지율은 45%에서 37%로 떨어졌다. 고물가와 이민 문제로 민심을 잃었던 자유당이 반미·민족주의 바람 속에 기사회생한 것이다. 트뤼도 후임으로 지난 14일 취임한 마크 카니 총리는 여세를 몰아 4월 28일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WP는 “트럼프의 아이디어가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누가 그 아이디어를 냈는지에 대한 이론은 거창한 것부터 미미한 것까지 다양하다”면서 “캐나다를 지켜본 사람들은 트럼프의 공격에 대한 분노가 전례 없는 수준의 단합과 집단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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