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수량으로도 확산 속도 늦춰
2년 전 백서 지적에도 개선 안돼
2년 전 백서 지적에도 개선 안돼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서 산림청 헬기가 방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대형 산불의 마지막 해결사는 비였다. 2000년 동해안 산불, 2022년 동해안 산불, 이번 영남 산불도 진화대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지만, 결정적 역할은 하늘이 했다. 산림 당국은 건조한 날씨에 마른 나무, 강풍, 험한 지형 등이 겹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워낙 강한 바람이 불고 산불 영향구역이 넓어 한때는 산림보다는 마을과 인명을 지키는 데 집중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27일과 28일 사이 경북 의성을 비롯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 비가 내렸다. 이번 비는 1㎜ 안팎으로 양은 많지 않지만,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비록 적은 양이지만 산불 진화에는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산불 방재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림당국이 대형 산불 대응 과정의 문제를 진단·개선하기 위해 2년 전 백서까지 만들었지만 이후 개선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은 ‘2023 봄철 전국동시다발 산불백서’를 통해 산불 대응 과정의 문제점으로 ‘헬기 부족’과 ‘산불 진화인력 부족’ 등을 지목했다. 산림당국은 백서에서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담수량 5000ℓ 이상 대형 헬기를 확충해야 한다. 또 12개 산림항공권역당 최소 대형 헬기를 2대 이상 확충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산림당국은 2023년 4월 기준 총 48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년 동안 확충한 헬기는 수리온 2대에 불과했다. 현재 전체 헬기 50대 가운데 31대는 도입한지 20년이 지난 노후 기종이다. 더욱이 주력 기종인 러시아산 KA-32 헬기 중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부품 수급이 막혀 운용이 멈췄다.
인력 증원 문제도 진전이 없다. 백서는 특수진화대(435명), 공중진화대(104명) 등 특수인력을 2027년까지 2500명으로 확대, 지자체에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년새 늘어난 특수 인력은 1명도 없다. 결국 인력 공백을 전문성이 부족한 고령의 주민들로 구성된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이 메우면서 사상자 등 피해가 커졌다.
특히 우리나라 산림 면적 중 소나무 숲이 대략 3분의 1에 달한다. 소나무는 송진이 불에 잘 붙고 오래 가는 특성이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소나무보다 상대적으로 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의 ‘내화수림대’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수종 전환 작업은 더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