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8일 경북지역 단비…산불 확산 속도 늦추고 바람도 약해져 진화에 도움
의용소방대원들이 28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에서 방화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역대급 피해를 낸 이번 경북 북동부 대형 산불의 해결사는 ‘비와 바람’이었다.
2000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 2022년 ‘동해안 산불’, 이번 ‘경북 북동부 산불’도 진화대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지만, 결정적 역할은 하늘이 했다는 평가다.
28일 경북도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경북 산불 주불이 진화 완료됐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면서 7일째 이어졌다.
산림 당국은 건조한 날씨에 마른 나무, 강풍, 험한 지형 등이 겹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워낙 강한 바람이 부는 데다 산불 영향 구역이 넓어 한때는 산림보다는 마을과 인명을 지키는 데 집중했을 정도였다.
온통 매캐한 연기가 들어차면서 진화의 주력인 헬기 운용도 쉽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27일과 28일 사이 의성을 비롯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 비가 내렸다.
이번 비는 1㎜ 안팎으로 양은 많지 않지만,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안동 지역에는 28일 0시가 지난 직후 우산이 필요할 정도의 비가 20분 정도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 못지않게 약해진 바람도 주불을 잡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날 산불 현장에서 초속 2∼3m 수준으로 바람이 약해졌기 때문에 진화가 수월했지 만약 종전처럼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었다면 진화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산림 당국은 이날 날이 밝자 헬기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불길을 잡았고 오후 5시를 기해 경북산불 주불 진화를 선언하고 남은 불 진화와 뒷불 감시에 들어갔다.
이처럼 비가 대형 산불의 마지막을 해결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화해 4월 15일까지 삼척, 동해, 강릉, 경북 울진 일대까지 번진 동해안 산불은 마지막 날 오전 동해·삼척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진화됐다.
2022년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까지 번지며 10일째 이어지던 울진·삼척산불도 13일 비가 내리면서 주불 진화 선언이 이뤄졌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비록 적은 양이지만 어제 비가 내린 것과 오늘 바람이 약해진 것이 산불 진화에는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