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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엿새 동안 대형 산불이 이어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일대가 28일 검게 타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산불이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캐디한테 일을 시킨 골프장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캐디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에 작업중지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는 28일 성명을 내어 “25일 경북 안동에서 대형 산불이 골프장까지 번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골프장 경기보조원인 캐디들은 근무를 멈출 수 없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인 캐디가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규정했다.

앞서 자신을 경북 안동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라고 소개한 남성은 25일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골프장 가까이 번진 산불로 어두운 연기와 큰 재가 떨어지는 등 상황에서 “내가 맡은 팀 전반이 끝나고 후반에 들어가야 했는데 너무 무서웠다. 고객들과 상의하고 있는데 직원이 나와서 ‘후반 들어가야 한다. 얼른 들어가라’고 했다”며 “바람도 많이 불어서 불이 빠르게 다가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손님들이 “(골프장 쪽이) 취소 안 해주면 그냥 우리가 가버리겠다”며 짐을 싸고 골프장을 떠난 뒤에야 자신도 피난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직접 찍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골프장 주차장 앞산에서 불길이 활활 치솟는 장면이 보인다.

관광산업레저노조는 “골프장 캐디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을 명확히 보장받을 수 없고, 근무를 거부하면 출근을 못하거나 배정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특수고용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법적으로 명확히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 기후 위기와 각종 재난 상황에서 생명의 위협 등을 느낀 노동자가 작업을 중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52조)고 하나, 이 조항은 캐디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산안법이 기본적으로는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한 뒤 특수고용노동자에 필요한 안전 보건 조처는 별도로 규정한 탓이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한겨레에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업주의 의무를 정하는 산안법의 취지를 보자면 적용 대상을 근기법상 근로자로 제한하지 말고 일터에서 일하며 안전과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근로자로 보고 보편적으로 적용하돼 특고노동자에 적용하기 힘든 일부 조항을 제한적으로 적용 제외하는 방식으로 개정해 특고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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