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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니언] 교육방송 신동호 사장 임명 논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4차 위원회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을 거쳐 교육방송(EBS) 사장으로 임명한 뒤 반발이 커지며, 신동호 신임 사장의 출근은 이틀째 무산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특수한 친분관계에 있는 인사를 공영방송 요직에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방통위원장 취임 직후엔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자신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임무영 변호사를 임명했다. 그는 이진숙 위원장을 ‘우리 누님’이라고 부르며 돈독한 관계를 드러냈던 인사다. 이에 방송계 안팎에선 ‘2인 체제’ 임명의 불법성 논란과 함께 이른바 ‘이진숙 알박기’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쏟아졌다.

교육방송 신동호 신임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경기도 방송사옥으로 두번째 출근에 나섰으나, 전국언론노동조합 교육방송지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출근 저지에 가로막혔다. 사진 교육방송지부 제공

신동호 신임 교육방송 사장은 28일 오전 8시40분께 경기도 고양시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옥에 관용차를 타고 이틀째 모습을 드러냈으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교육방송지부와 시민사회단체 소속 50~60여명의 출근 저지에 가로막혀 40여분간 대치 끝에 전날과 마찬가지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출근 저지엔 교육방송 고위 간부 보직자들이 흰색 마스크에 ‘사퇴’라는 두 글자를 적어 넣고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교육방송 간부 54명 중 52명은 보직 사퇴를 선언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신임 신동호 사장을 이비에스의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보직 사퇴 결의’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던 홍정배 교육방송 정책기획센터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보직 사퇴와 출근 저지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사장을 통해 52명의 보직 사퇴를 한꺼번에 수리해달라고 의사를 전달했다. 지금 회사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는 하고 있지만, 우리는 신동호 신임 사장한테 대면 보고도 하지 않을 것이고, 전화도 받지 않을 것이며, 업무 지시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또 3본부 5센터의 장과 국실장들은 부서장급으로 책임 있는 자리의 보직자로서 날마다 출근 저지 대열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래서 출근 저지 둘째 날인 오늘부터 ‘사퇴’ 마스크를 쓰고 참여했다. 그 아래 부장급들도 출근 저지 참여를 두고 곧 논의를 할 예정이다. 과거 사장 인사를 두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정치적인 인사가 오지는 않았다. 교육방송의 본질을 훼손하고 공정성을 해치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이진숙 위원장의 이번 임명 강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인사가 정권 차원도 아닌 이른바 ‘이진숙 차원의 알박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진숙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말에도 ‘2인 체제’ 의결로 자신의 법률 대리인 이력이 있는 임무영 변호사를 방문진 이사로 임명해 논란을 빚었다. 임 변호사는 이진숙 위원장의 후보자 지명 당일인 지난해 7월4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던 인사다. “우리 누님이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습니다. 그런데 청문회 거쳐서 임명되더라도 엠비시 교체하려는 순간 더민당이 또 탄핵 타령할 건데 그 점은 마음이 무겁군요. 이것들은 양심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작자들인 듯합니다.” 이는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던 이진숙 위원장이 교육방송 사장 인사로 또다시 ‘이해충돌’ 논란을 거듭하게 되는 상황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임 변호사는 최근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져, 함께 임명된 다른 5명의 이사들과 함께 임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임무영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최민희 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라디오에서 “(방통위에서 신동호 사장 임명 철회를 하지 않는다면) 합법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거를 지금 검토 중”이라며 “공직자는 자기 행위에 대해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진숙씨는 정말 후안무치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현정 앵커는) 노골적으로 공개적으로 사랑한다, 사랑하는 후배라고 얘기한 사람을 공직에 보낼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워서 우리 그렇게는 못 하죠. 뿐만 아니라, (이진숙 위원장은) 임무영 변호사를 공영방송(방문진) 이사로 앉히잖아요. 본인의 법률대리인을. … 그 상식적 기준을 지키지를 않아요. … 보통은 이비에스 사장은 누구의 의중이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안 나오잖아요.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정치적 혼란을 틈타서 중간 보스급들의 알박기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알박기는 보통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는데, 지금 이 정권이 이비에스 사장까지 챙길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사이에 내가 ‘사랑하는 후배’를 임명해버리는 거죠. 용감무쌍하게. 후안무치하게.”
하지만 ‘2인 체제’ 의결의 불법성을 비롯해 일련의 인사 논란에 대한 이진숙 위원장의 생각은 완전히 다른 모양새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앞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글을 인용해 임무영 변호사를 포함해 6명의 방문진 이사 선임이 사법부에 의해 효력정지 된 것과 관련해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Power, use it or lose it. 그 권한 행사를 못하도록 사법부가 묶어두니 참으로 답답하군요. 제가 좋아하는 후배 민경욱 의원은 마술사이기도 하니 마법 같은 솔루션을 가지고 있을 것도 같습니다. 연락주세요.” 이는 “Power, use it or lose it! 권력이 있다면 그 힘을 써라, 안 그러면 잃는다. MBC 문제로 고민할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드리는 조언”이란 민 전 의원의 메시지글을 공유하며 남긴 답글이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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