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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발란’의 홈페이지 화면. 홈페이지 캡처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 1위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로 명품 유통 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제2의 티메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명품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발란이 어렵게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직후 불거진 일이라 충격이 더 크다.



정산 재개 약속 어긴 발란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발탁해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다. 유튜브 캡처
28일 발란 입점 업체(파트너사)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미정산 대금 지급 일정을 공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란은 지난 24일부터 시스템 고도화를 이유로 정산을 중단한 상태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입점 업체들에게 “정산 문제 해소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복원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발란은 “일부 입점사에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오류가 발견돼 정산금을 재산정 중”이라며 “28일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공지했다. 현재 발란의 입점 업체 수는 1300여 개로 월 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이다. 현재 발란의 미정산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 대표는 “지금 플랫폼이 무너지면 발란뿐 아니라 온라인 명품 시장 전체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다음 주부터 대면 소통을 시작으로 실질적인 변화와 해결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위기의 온라인 명품 플랫폼
이날 정산 일정이 나올 거라 기대했던 입점 업체들은 실망감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결제 대금 5억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한 명품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산 일정을 오늘은 밝힐 줄 알았는데 너무 불안하다”며 “담당자와 직접 통화가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업체들은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정산을 미뤘던 것이 티메프 사태와 닮은 꼴”이라며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법정관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는 지난해 경영난과 재정 악화로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판매대금을, 소비자들에겐 구입 대금을 환불하지 못한 상태로 현재 두 회사는 법정관리 중이다. 만약 발란이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해 상거래채권 지급이 정지될 경우 정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발란에 15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화장품 유통 무역업체 실리콘투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실리콘투는 지난달 28일 발란에 1차 투자금 75억원을 투입했다. 전날 열린 실리콘투 주주총회에서는 발란 투자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거품 꺼진 명품 시장
SSG닷컴의 명품 카테고리. 사진 신세계그룹
발란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명품 플랫폼에 대한 불신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명품 시장의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어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 유로(약 538조원)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년 새 명품 플랫폼 4곳이 문을 닫았다. 팬데믹 기간 ‘보복 소비’ 열풍을 타고 MZ 소비자를 빠르게 흡수했던 이들 플랫폼은 해외여행 재개 시점과 맞물려 급격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문을 닫았고, 올해 초에는 명품 프리 오더(pre-order, 선주문) 플랫폼 ‘디코드’가 운영을 중단했다. 앞서 ‘캐치패션’과 ‘한스타일’도 사이트 폐쇄를 결정했다.

발란과 함께 명품 플랫폼 3대장으로 불리는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유동자산, 예수금 현황 등을 공유하는 등 불안감을 달래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시장 자체가 꺾이고 있는 데다 쿠팡, SSG닷컴, 롯데온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도 명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으로 버티던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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