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글로벌기업 CEO들을 만나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를 강조했다.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이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한 자리에 모은 자리에서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시 주석이 28일 오전 11시(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을 통해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엔 미국의 퀄컴, 독일의 BMW·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 CEO 30여 명이 참석했다. 국내 기업인 중에는 이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견엔 왕이(王毅) 외교부장,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 등도 배석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은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외국 기업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안전하며 유망한 투자처”라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외자 기업들에 법에 따라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겠다. 개장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글로벌기업 CEO들을 만난 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의 발언은 경기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폭탄’가 겹치는 악조건의 중국 경제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로 외자의 '탈중국'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각종 규제와 반간첩법 시행에 따른 불안 심리 등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3~24일 열린 중국발전포럼(CDF)에서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외자 기업이 중국 시장에 깊이 융합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CDF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까지 만난 이 회장으로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번 중국행은 이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질책한 이후 첫 공식 해외 출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2일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샤오미 웨이보 캡처
이 회장은 시 주석을 만나기 전엔 중국 전기차 업계를 찾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주로 삼성전자 사업장을 둘러봤던 2년 전 방중 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22일 베이징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쥔(雷軍) 회장을 만났고, 이틀 후엔 광둥성 선전시로 날아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성장한 비야디(BYD) 본사를 찾았다.
삼성전자의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샤오미는 지난해 전기차 SU7을 출시한 뒤 13만 대 이상을 판매했고 올해도 목표량을 35만 대로 잡으면서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도 참석하는 등 중국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으로도 협력 분야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